스타크래프트 연대기 28화 · 칼라가 적의 목소리가 된 날
이 글의 목차
원작의 사건을 바탕으로 새로 쓴 팬 서사입니다. 인물의 감정과 대사, 장면의 분위기는 재구성했으며 주요 결말을 포함합니다.
망각의 속삭임과 다가오는 어둠

어두운 공허의 심연 속에서 제라툴은 탈다림과 뫼비우스 특전대의 은밀한 움직임을 추적하고 있었다. 고대 젤나가의 사원이 뿜어내는 불길한 에너지는 우주의 종말이 머지않았음을 경고하고 있었다. 그는 차가운 우주의 침묵 속에서 수천 년 동안 잊혀진 진실의 조각들을 하나씩 맞추어 나갔다.
망각의 속삭임이 그의 뇌리를 스치며 타락한 젤나가 아몬의 부활이 단순한 환상이 아님을 증명했다. 깊은 안개 속에 숨겨진 혼종 번식 시설을 발견한 순간, 제라툴의 심장에는 걷잡을 수 없는 두려움이 피어올랐다. 수많은 혼종이 깨어나기 위해 꿈틀거리는 광경은 끔찍한 재앙의 전조였다.
아몬이 프로토스와 저그의 유전자를 결합하여 만든 이 흉측한 괴물들은 오직 파괴만을 위해 태어난 존재들이었다. 제라툴은 은폐 상태를 유지하며 시설 내부로 깊숙이 잠입했고, 그곳에서 아몬이 우주의 모든 생명체를 소멸시키려는 거대한 계획의 전모를 마침내 온전히 파악하게 되었다.
이 끔찍한 진실을 동족에게 알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그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아이어 탈환이라는 오랜 숙원에 눈이 먼 동족들이 자신의 경고를 귀담아들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젊은 신관 아르타니스에게 이 파멸의 위기를 전해야만 하는 무거운 숙명을 짊어졌다.
공허의 구도자에 오른 제라툴은 황금 함대가 집결하고 있는 위치로 항로를 설정했다. 창밖으로 흐르는 별빛을 바라보며 그는 과거 자신이 저질렀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들과 그로 인해 희생된 수많은 생명들을 떠올렸다. 그 죄책감은 언제나 그의 영혼을 갉아먹는 차가운 족쇄와도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을 여유가 없었다. 다가오는 어둠은 프로토스뿐만 아니라 전 우주를 집어삼킬 만큼 거대하고 압도적이었다. 제라툴은 눈을 감고 위대한 영웅 태사다르의 이름을 조용히 읊조리며, 다가올 가혹한 시련을 견뎌낼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워프 공간을 뚫고 나아가는 함선의 진동이 그의 늙고 지친 육체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수많은 전투를 겪으며 상처 입은 몸이었지만, 그의 정신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벼려져 있었다. 아몬의 그림자가 아이어를 덮치기 전에 반드시 아르타니스를 막아야 한다는 일념뿐이었다.
마침내 거대한 황금 함대의 위용이 센서에 포착되자 제라툴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찬란하게 빛나는 동족의 함선들은 그 자체로 웅장했지만, 제라툴의 눈에는 그것이 곧 파멸을 향해 날아가는 불나방 떼처럼 보였다. 그는 조종간을 꽉 쥐며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들었다.
아이어 수복을 향한 맹세

아르타니스는 프로토스의 자부심이자 희망인 거대한 황금 함대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그의 등 뒤로는 수많은 기사단이 아이어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하나의 목적 아래 결집해 있었다. 칼라를 통해 전해지는 동족들의 뜨거운 열망과 결연한 의지는 젊은 신관의 심장을 거세게 요동치게 만들었다.
그는 잃어버린 고향을 되찾기 위해 수많은 희생을 감내해야 했던 지난날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르타니스는 기사단 전체에 울려 퍼지는 텔레파시로 그들의 숭고한 사명과 꺾이지 않는 용기를 찬양했다. 그의 연설은 상처 입은 프로토스의 영혼을 치유하고 하나로 묶는 강력한 힘이었다.
신관의 곁에는 가장 신뢰하는 집행관 셀렌디스가 굳건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오직 아이어의 탈환과 프로토스의 부흥만을 향해 불타오르고 있었으며, 아르타니스의 명령이라면 당장이라도 지옥 불 속으로 뛰어들 기세였다. 두 사람의 결속은 칼라 안에서 더욱 단단하게 빛났다.
그 순간, 집결지의 공간이 일그러지며 어둠 속에서 불쑥 제라툴이 모습을 드러냈다. 환영받지 못하는 암흑 기사의 등장에 기사단 사이에서는 불쾌함과 경계심이 칼라를 타고 빠르게 번져나갔다. 아르타니스는 갑작스러운 그의 출현에 당황하면서도, 오랜 친구를 향한 복잡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제라툴은 다급한 목소리로 아몬이 돌아왔으며, 이 공격은 우리 모두를 파멸로 이끌 함정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혼종의 존재와 아몬의 끔찍한 계획을 설명하며 당장 공격을 중단하고 병력을 물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의 눈빛에는 우주의 종말을 목도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은 절망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아르타니스는 그의 경고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미 수많은 동족들이 고향을 되찾겠다는 열망으로 무장한 채 출격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와서 공격을 취소하는 것은 그들의 희망을 짓밟고 기사단의 분열을 초래할 위험한 결정이었다. 신관의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감은 너무도 무거웠다.
셀렌디스는 제라툴의 말을 불온한 망언으로 치부하며 그를 당장 구금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아르타니스는 그녀를 만류하면서도, 제라툴에게 이번 전투는 프로토스의 운명이 걸린 성전임을 강조하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제라툴의 간절한 호소는 결국 거대한 운명의 수레바퀴를 멈추지 못했다.
결국 아르타니스의 명령과 함께 황금 함대가 아이어의 대기권을 향해 웅장한 진격을 시작했다. 찬란한 빛의 궤적을 그리며 강하하는 수백 척의 함선들은 폐허가 된 고향 땅에 짙게 드리운 그림자를 몰아낼 구원의 빛처럼 보였다. 제라툴은 절망적인 심정으로 그 파멸의 행진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칼라를 잠식하는 어둠의 목소리

아이어 지표면에 강하한 프로토스 군대는 야생화된 저그 무리를 상대로 압도적인 화력을 퍼부었다. 광전사들의 사이오닉 검이 저그의 두꺼운 갑각을 가르고, 추적자들의 입자 붕괴기가 쉴 새 없이 적들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아르타니스는 최전방에서 직접 검을 휘두르며 기사단의 사기를 하늘 높이 끌어올렸다.
초반의 전투는 황금 함대의 압승으로 흘러가는 듯했다. 잃어버린 고향의 흙을 밟은 기사단은 그 어느 때보다 용맹하게 싸웠고, 칼라를 통해 서로의 전술을 완벽하게 공유하며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협동 공격을 펼쳤다. 승리의 환희가 칼라의 연결망을 타고 모든 프로토스에게 따뜻하게 전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승리의 기쁨은 너무도 짧고 허망했다. 갑자기 칼라의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차갑고 이질적인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존재의 근원을 뒤흔드는 압도적이고 불길한 어둠이었다. 아르타니스는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히는 듯한 끔찍한 압박감을 느끼며 비틀거렸다.
어둠은 순식간에 칼라 전체를 집어삼키며 프로토스의 정신을 무자비하게 유린했다. 평화롭고 조화롭던 칼라의 노래는 끔찍한 비명과 절망의 불협화음으로 변질되었다. 그 혼돈의 중심에서, 수천 년 동안 잊혀졌던 타락한 젤나가 아몬의 거칠고 오만한 목소리가 모든 기사단의 머릿속에 직접 울려 퍼졌다.
아몬은 자신들의 창조주를 배신한 프로토스의 오만함을 조롱하며, 이제 그 죗값을 치를 때가 왔다고 선언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우주의 모든 생명체를 향한 끝없는 증오와 파괴의 갈망이 담겨 있었다. 칼라를 통해 전해지는 그의 압도적인 사념은 기사단의 정신적 방벽을 종잇장처럼 쉽게 찢어버렸다.
아르타니스는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 속에서도 어떻게든 이 끔찍한 침식에 저항하려 안간힘을 썼다. 그는 칼라를 통해 동족들에게 정신을 집중하고 어둠에 굴복하지 말라고 외쳤지만, 그의 목소리는 아몬의 거대한 사념에 묻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절망이 그의 심장을 차갑게 얼어붙게 만들었다.
주변을 둘러본 아르타니스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지옥 그 자체였다. 불과 몇 초 전까지 함께 싸우던 용감한 전사들이 무기를 바닥에 떨어뜨린 채 괴로운 듯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들의 푸른 눈빛은 서서히 빛을 잃어가고 있었고, 그 자리에는 아몬의 지배를 상징하는 섬뜩한 붉은 광채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가장 끔찍한 것은 그들이 더 이상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아몬의 꼭두각시로 전락한 기사단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아직 지배당하지 않은 동족들을 향해 무기를 겨누었다. 아이어 수복이라는 숭고한 성전은 순식간에 동족상잔의 끔찍한 비극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타락한 형제들과 붉은 눈의 집행관

아르타니스의 정신 속에서 가장 충직했던 집행관 셀렌디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칼라를 통해 전해지는 그녀의 사념은 이미 아몬의 붉은 의지에 완전히 잠식되어 있었고, 평소의 우아하고 단호했던 목소리는 간데없이 아몬의 기계적이고 소름 끼치는 음성으로 변해 신관을 조롱했다.
셀렌디스를 비롯한 수많은 동족들이 아몬의 꼭두각시가 되어 서로를 공격하는 참상이 칼라의 감각을 통해 아르타니스의 뇌리로 직접 쏟아져 들어왔다. 아르타니스는 머리를 감싸 쥐며 그 끔찍한 정신적 충격을 막아내려 했지만, 칼라라는 통로는 자비 없이 열려 있었다.
주변의 광전사들이 붉은 눈을 번뜩이며 아몬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고, 아르타니스 역시 그 거대한 정신적 압도감에 무릎을 꿇었다. 아몬은 아르타니스의 내면을 직접 타격하며 그의 자아를 짓밟았고, 신관은 동족을 구하지 못했다는 슬픔과 아몬의 살의가 뒤섞인 혼돈 속에서 서서히 이성을 잃어갔다.
설상가상으로 아몬의 정신적 공격은 아르타니스의 내면을 직접 타격하기 시작했다. 칼라를 통해 밀려오는 수많은 동족들의 공포와 절망, 그리고 아몬의 압도적인 지배력이 그의 자아를 쉴 새 없이 짓눌렀다. 아르타니스는 자신의 의지가 서서히 깎여나가는 것을 느끼며 끔찍한 무력감에 휩싸였다.
아몬은 아르타니스의 기억 속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끄집어내어 그를 조롱했다. 아이어의 함락, 동족들의 죽음, 그리고 자신이 내렸던 수많은 결단에 대한 의심들이 그의 정신을 어지럽혔다. 아르타니스의 굳건했던 신념은 아몬의 교활한 정신 공격 앞에서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의 머리 뒤로 길게 뻗은 신경삭이 불타는 듯한 고통을 뿜어냈다. 프로토스의 가장 위대한 축복이자 화합의 상징이었던 칼라가 이제는 영혼을 옭아매는 끔찍한 사슬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르타니스는 신경삭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아몬의 어두운 에너지가 자신의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점점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아르타니스의 시야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의 팔다리는 더 이상 자신의 명령을 듣지 않았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낯선 파괴 충동이 솟구쳐 올랐다. 그는 자신이 서서히 아몬의 괴물로 변해가고 있다는 끔찍한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힘이 그에게는 남아있지 않았다.
완전한 어둠이 그의 정신을 집어삼키기 직전, 아르타니스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제라툴의 경고를 무시하고 오만하게 아이어 수복을 강행한 자신의 결정이 결국 프로토스 전체를 파멸로 몰아넣은 것이다. 그는 깊은 절망 속에서 마지막 남은 자아의 끈을 놓으며 끝없는 심연 속으로 추락했다.
어둠을 가르는 암흑 기사의 검

완벽한 절망이 아르타니스를 집어삼키려는 찰나, 허공을 가르는 날카로운 파찰음과 함께 초록빛 섬광이 번뜩였다. 공허의 에너지를 두른 제라툴이 타락한 광전사들의 포위망을 뚫고 나타나 아르타니스를 향해 날아오던 치명적인 일격을 튕겨냈다. 그의 등장과 함께 주변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는 듯했다.
칼라와 연결되지 않은 네라짐인 제라툴은 아몬의 끔찍한 정신 지배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웠다. 그는 오직 공허의 힘에 의지하여 붉은 눈의 동족들 사이를 유령처럼 누비며 아르타니스에게 접근했다. 그의 눈빛에는 오랜 친구를 구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이 비극을 끝내겠다는 무거운 각오가 서려 있었다.
제라툴은 비틀거리는 아르타니스의 어깨를 강하게 움켜쥐고 절박하게 소리쳤다. 칼라가 아몬에게 완전히 장악당했으며, 이 끔찍한 족쇄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신경삭을 끊어내는 것뿐이라고 외쳤다. 그의 목소리는 아몬의 사념이 만들어낸 혼돈의 소음 속에서도 아르타니스의 귓가에 선명하게 꽂혔다.
하지만 아르타니스는 이미 아몬의 지배에 반쯤 넘어가 있었다. 그는 고통스럽게 일그러진 얼굴로 짐승 같은 포효를 내지르며 제라툴을 향해 사이오닉 검을 휘둘렀다. 아몬의 붉은 에너지가 깃든 그의 검격은 평소보다 훨씬 거칠고 파괴적이었으며, 제라툴을 향한 무자비한 살의로 가득 차 있었다.
제라툴은 간발의 차이로 아르타니스의 공격을 피하며 뒤로 물러섰다. 자신이 가장 아끼는 젊은 지도자가 괴물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제라툴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듯한 고통이었다. 하지만 그는 슬픔에 잠겨있을 틈이 없었다. 단 한 번의 실수가 두 사람 모두의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제라툴은 결코 아르타니스에게 치명상을 입히지 않기 위해 자신의 공격을 극도로 자제했다. 그는 오직 아르타니스의 등 뒤로 길게 늘어진 신경삭을 절단할 수 있는 완벽한 틈을 찾기 위해 방어와 회피에만 집중했다. 늙은 암흑 기사의 체력은 빠르게 바닥나고 있었지만, 그의 집중력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나고 있었다.
아이어의 고대 폐허를 배경으로, 프로토스의 미래를 짊어진 젊은 신관과 과거의 죄를 속죄하려는 늙은 추방자의 비극적인 결투가 이어졌다. 두 사람의 검이 부딪힐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에너지 파동이 주변의 잔해들을 산산조각 냈다. 제라툴은 아르타니스의 거센 압박 속에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고 기회를 엿보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르타니스의 공격은 더욱 빠르고 잔혹해졌고, 제라툴의 몸에는 크고 작은 상처들이 늘어갔다. 아몬은 아르타니스의 입을 빌려 제라툴의 헛된 발버둥을 조롱하며 그의 정신을 흔들려 했다. 하지만 제라툴은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의지로 아르타니스의 붉은 눈동자 너머에 숨겨진 진정한 자아를 향해 계속해서 외쳤다.
마지막 숨결로 끊어낸 사슬

아몬의 지배에 완전히 잠식된 아르타니스가 양손을 치켜들자, 주변의 대기가 무겁게 가라앉으며 강력한 사이오닉 폭풍이 휘몰아쳤다. 붉은 번개가 섞인 파괴적인 에너지가 제라툴을 향해 쏟아지며 고대 사원의 잔해들을 무자비하게 휩쓸었다. 제라툴은 공허의 힘을 끌어올려 폭풍을 견뎌냈지만, 그의 낡은 갑옷은 이미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제라툴은 점멸을 사용해 폭풍의 중심을 빠져나와 아르타니스의 측면을 파고들었다. 찰나의 순간, 그는 아르타니스의 붉게 타오르는 눈동자 속에서 희미하게 흔들리는 본래의 푸른빛을 발견했다. 그것은 아몬의 끔찍한 억압 속에서도 끝까지 저항하고 있는 아르타니스의 고결한 영혼이 보내는 마지막 구조 신호였다.
그 작은 빛을 본 순간, 제라툴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히 깨달았다. 완벽한 방어 상태의 아르타니스에게 접근하여 신경삭을 자르기 위해서는 자신의 목숨을 건 치명적인 도박이 필요했다. 제라툴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방어 자세를 풀고 아르타니스의 치명적인 공격 범위 안으로 거침없이 뛰어들었다.
제라툴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아르타니스는 본능적으로 사이오닉 검을 앞으로 뻗었다. 붉게 타오르는 칼날이 제라툴의 흉갑을 꿰뚫고 그의 심장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다. 끔찍한 고통이 제라툴의 온몸을 찢어놓는 듯했지만, 그는 신음조차 내지 않고 아르타니스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자신의 가슴을 관통한 검을 쥔 아르타니스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느끼며, 제라툴은 남은 모든 생명력을 자신의 오른팔에 집중시켰다. 초록빛으로 타오르는 그의 차원 검이 허공을 가르며 날카로운 궤적을 그렸다. 그것은 늙은 암흑 기사가 자신의 목숨과 맞바꿔 날린, 세상에서 가장 정교하고 자비로운 일격이었다.
서늘한 금속음과 함께 아르타니스의 머리 뒤로 길게 늘어져 있던 신경삭이 깔끔하게 절단되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순간, 아르타니스를 감싸고 있던 붉은 기운이 씻은 듯이 사라지고 그의 눈동자에 본래의 맑은 푸른빛이 돌아왔다. 제라툴의 숭고한 희생이 마침내 아몬의 끔찍한 족쇄를 끊어낸 것이다.
치명상을 입은 제라툴의 몸이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아르타니스는 자신의 손에 들린 피 묻은 검과 쓰러진 스승의 모습을 번갈아 보며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그는 황급히 제라툴을 품에 안고 상처를 막으려 했지만, 늙은 암흑 기사의 생명력은 이미 모래알처럼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제라툴은 피투성이가 된 손을 들어 아르타니스의 뺨을 어루만졌다. 그의 숨결은 잦아들고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하고 따뜻했다. 그는 아르타니스에게 중추석이 인도할 희망을 찾아야 한다는 마지막 유언을 남겼다. 그리고 미소 띤 얼굴로 눈을 감으며, 길고 고단했던 속죄의 여정에 영원한 마침표를 찍었다.
침묵 속에서 피어난 결의

신경삭이 잘려나간 순간, 아르타니스의 온몸을 찢어놓을 듯한 극심한 고통이 척추를 타고 흘렀다. 하지만 육체적 고통보다 그를 더욱 경악하게 만든 것은, 태어난 순간부터 단 한 번도 끊어진 적 없었던 칼라의 연결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사실이었다. 수십억 동족들의 온기와 화음이 사라진 그의 머릿속에는 끔찍할 정도로 차갑고 텅 빈 침묵만이 남았다.
그 압도적인 고독감 속에서 아르타니스는 자신의 품에서 서서히 흩어져가는 제라툴의 육신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위대한 암흑 기사의 몸은 눈부신 빛의 입자가 되어 아이어의 바람결에 흩어지고 있었고, 바닥에는 그가 평생을 차고 다녔던 낡은 팔 보호구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아르타니스의 심장은 죄책감과 슬픔으로 산산조각 나는 듯했다.
자신의 오만함과 어리석음이 결국 프로토스를 파멸로 몰아넣었고, 가장 위대한 영웅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아르타니스는 피 묻은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며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아이어를 되찾겠다는 헛된 자만심이 아몬의 함정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결과를 낳았다는 뼈저린 자책이 그의 영혼을 무자비하게 난도질했다.
하지만 절망에 빠져 통곡할 시간조차 그에게는 사치였다. 제라툴의 희생으로 잠시 주춤했던 타락한 기사단이 다시금 붉은 눈을 번뜩이며 그를 향해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아몬의 분노가 섞인 살기가 사방에서 아르타니스를 옥죄어왔다. 그는 슬픔을 억누르며 바닥에 떨어진 제라툴의 팔 보호구를 집어 들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그의 손끝을 통해 전해지자, 제라툴이 남긴 마지막 유언이 귓가에 맴돌았다. 중추석이 인도할 희망을 찾으라는 그 간절한 목소리는 아르타니스의 무너져 내리던 정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강력한 버팀목이 되었다. 그는 제라툴의 희생을 결코 헛되게 하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아르타니스는 자신의 사이오닉 검과 함께 제라툴이 남긴 차원 검을 동시에 점화시켰다. 푸른빛과 초록빛이 교차하며 뿜어내는 눈부신 광채는 칼라와 공허의 결합을 상징하는 듯했다. 그는 두 개의 검을 단단히 쥐고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타락한 형제들을 향해 슬프고도 결연한 눈빛을 번뜩였다.
더 이상 칼라의 화음은 들리지 않았지만, 아르타니스의 내면에는 새로운 형태의 의지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동족을 구원하고 아몬을 파멸시키겠다는 차갑고도 맹렬한 결의였다. 그는 자신을 가로막는 타락한 광전사들의 공격을 유연하게 흘려보내며, 생존을 위한 처절한 돌파를 시작했다.
아르타니스는 동족들의 급소를 교묘히 피하며 그들의 무기를 쳐내고 앞으로 나아갔다. 한때 형제였던 자들을 베어야 하는 고통은 끔찍했지만, 그는 입술을 꽉 깨물며 눈물을 삼켰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속죄는 살아남아 훗날 그들을 아몬의 지배에서 해방시키는 것뿐이었다. 그의 발걸음은 아이어의 깊은 지하를 향하고 있었다.
고대 방주의 각성과 탈출

아르타니스는 아몬의 지배를 피한 차원장인 카락스와 극적으로 합류했다. 카락스는 스스로 신경삭을 잘라내어 아몬의 손길로부터 벗어난 상태였으며, 신관을 도와 고대 방주 아둔의 창을 깨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네라짐 전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아르타니스는 아이어의 가장 깊은 지하 성소로 향했다. 그곳에는 프로토스 제국이 가장 찬란했던 황금기에 만들어진 거대한 고대 방주, 아둔의 창이 수천 년의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것은 먼 미래에 닥칠지 모를 종말에 대비해 선조들이 남겨둔 마지막 희망이자 구원의 열쇠였다.
지하 성소의 거대한 문을 열고 들어가자,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규모의 아둔의 창이 그 장엄한 위용을 드러냈다. 아르타니스와 생존자들은 함선의 웅장함에 잠시 압도되었지만, 뒤쫓아오는 아몬의 군대 소리가 그들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르타니스는 함선의 심장부인 함교로 빠르게 이동하여 주 제어 장치 앞에 섰다.
카락스의 정교한 기술적 인도와 아르타니스의 결연한 수호 아래, 수천 년 동안 잠들어 있던 거대한 방주의 동력 매트릭스가 마침내 재가동되기 시작했다. 동력로가 웅장한 진동과 함께 깨어나며 함선 전체에 눈부신 빛이 켜졌고, 아둔의 창은 기나긴 동면에서 벗어나 프로토스의 새로운 피난처로 거듭났다.
함선의 무기 시스템과 방어막이 활성화되자, 아르타니스는 네라짐 전사들에게 흩어진 생존자들을 최대한 함선으로 대피시키라고 명령했다. 타락한 기사단과 아몬의 지배를 받는 저그 무리가 성소 내부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아둔의 창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화력이 그들의 접근을 필사적으로 저지했다.
마지막 생존자까지 함선에 탑승한 것을 확인한 아르타니스는 함선의 이륙을 명령했다. 아둔의 창은 거대한 굉음을 내며 아이어의 지각을 뚫고 솟아올랐다. 수천 년 동안 묻혀있던 고대 방주가 흙먼지와 바위 파편을 흩뿌리며 하늘로 솟구치는 광경은 그 자체로 경이롭고 압도적이었다.
함선이 대기권을 돌파하고 우주 공간으로 진입하자, 아르타니스는 함교의 거대한 창밖으로 멀어지는 아이어를 바라보았다. 아몬의 붉은 기운에 휩싸인 채 다시 한번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져버린 고향의 모습이 그의 가슴을 후벼 팠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절망에 빠져있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다가올 복수와 구원을 향해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아르타니스는 자신의 팔에 채워진 제라툴의 보호구를 어루만지며 속으로 굳은 맹세를 다졌다. 아몬의 그림자가 온 우주를 덮치려 하고 있었지만, 프로토스의 불꽃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아둔의 창은 짙은 공허를 가르며 나아갔고, 아르타니스는 남은 동족들을 이끌고 제라툴이 말한 중추석을 찾기 위한 새롭고 험난한 여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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