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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연대기 1화 · 빛을 나누던 세계, 아이어

이 글의 목차
  1. 무한의 순환과 고요한 관찰자
  2. 아몬의 반역과 파괴적인 개입
  3. 아이어의 첫 번째 자손, 프로토스
  4. 창조주의 이탈과 싹트는 불신
  5. 영원한 투쟁의 핏빛 참상
  6. 카스의 깨달음과 칼라의 빛
  7. 자유를 향한 고통, 신경 삭의 절단
  8. 형제들의 영원한 이별과 추방
  9. 확인한 자료

원작의 사건을 바탕으로 새로 쓴 팬 서사입니다. 인물의 감정과 대사, 장면의 분위기는 재구성했으며 주요 결말을 포함합니다.

무한의 순환과 고요한 관찰자

AI 복원 일러스트: 우주 깊은 곳에서 찬란하게 회전하는 성운 옆에 고요히 떠 있는 거대한 젤나가 세계함선.
AI 복원 일러스트: 우주 깊은 곳에서 찬란하게 회전하는 성운 옆에 고요히 떠 있는 거대한 젤나가 세계함선.

우주의 깊고 어두운 심연 속에서, 수많은 별들은 억겁의 세월 동안 탄생과 죽음을 반복하며 거대한 생명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장엄하고 고요한 우주의 박동을 묵묵히 지켜보는 오래된 우주적 존재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스스로를 위대한 창조자 젤나가라 불렀다. 이 고대의 관찰자들은 생명의 기원을 탐구하며 우주의 질서를 수호했다.

이들은 형태의 순수성과 정수의 순수성이라는 두 가지 궁극적인 진화가 우주 어딘가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나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수많은 별의 요람을 관찰하면서도 그들은 결코 피조물의 삶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는 엄격하고도 단호한 규율을 지켰다. 생명의 싹은 스스로 자라나야만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무한한 순환이라는 우주의 섭리는 오직 기나긴 시간과 자연스러운 도태를 통해서만 온전히 완성될 수 있는 숭고한 과정이었다. 그리하여 젤나가의 거대한 함선들은 항성계의 외곽에 조용히 머물며, 생명의 씨앗이 스스로 발아하여 단단한 껍질을 깨고 나오기를 묵묵히 기다릴 뿐이었다. 그들의 인내심은 우주의 나이만큼이나 깊고 끝이 없었다.

형태와 정수, 이 두 가지 순수성이 언젠가 하나로 융합되어 새로운 젤나가로 거듭나는 것만이 그들의 유일한 목적이자 우주의 절대적인 질서였다. 수억 년의 기나긴 기다림조차 그들에게는 찰나의 순간에 불과했으며, 침묵 속에서 이어지는 숭고한 관찰은 우주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이어질 것처럼 평화롭고 고요해 보였다.

하지만 우주의 모든 생명이 그들의 기대처럼 순탄하고 아름답게 흘러가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어떤 종족은 스스로의 걷잡을 수 없는 폭력성에 먹혀 멸망의 길을 걸었고, 어떤 종족은 행성의 가혹한 환경 변화를 이기지 못하고 생명의 불꽃을 꺼뜨리며 우주의 차가운 먼지로 흔적도 없이 스러져가곤 했다.

젤나가는 그 숱한 실패와 비극적인 죽음 앞에서도 결코 슬퍼하거나 분노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관찰의 기록을 남길 뿐이었다. 개별 생명의 소멸조차 거대한 순환의 자연스러운 일부이며, 이는 결국 더 나은 진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필수적인 거름이 될 것이라는 확고하고도 차가운 믿음이 그들의 이성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들은 오로지 두 가지 순수성을 지닌 종족이 스스로 우주의 진리를 깨닫고 자신들을 찾아오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그것은 피조물 위에 군림하려는 창조주로서의 오만한 권위가 아니라, 쇠락해가는 우주의 생명력을 이어갈 새로운 후계자를 찾는 지극히 숭고하고도 뼈저리게 고독한 과정이었다.

별빛조차 온전히 닿지 않는 차가운 공허의 가장자리에서, 젤나가의 함대는 다시 한번 기나긴 동면에 들어가며 새로운 생명의 파동을 기다렸다. 우주의 시간은 아무런 동요 없이 느릿하게 흘러갔고, 무한의 순환은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은 채 영원토록 계속될 것처럼 고요하고 웅장한 자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몬의 반역과 파괴적인 개입

AI 복원 일러스트: 아이어의 초록빛 구름을 뚫고 정글을 향해 하강하는 아몬의 어둡고 각진 기함.
AI 복원 일러스트: 아이어의 초록빛 구름을 뚫고 정글을 향해 하강하는 아몬의 어둡고 각진 기함.

그러나 모든 젤나가가 이 끝없는 기다림과 방관의 철학에 순순히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아몬이라 불리는 한 강력한 젤나가는 수많은 생명이 아무런 의미도 없이 스러져가는 우주의 참상을 지켜보며 깊은 회의감과 참을 수 없는 혐오감을 품기 시작했다. 그의 내면에서는 우주의 섭리에 대한 반항심이 싹트고 있었다.

아몬의 눈에 무한의 순환이란 결코 숭고하거나 아름다운 섭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나약한 생명체들에게 끝없는 고통과 절망만을 강요하고, 무책임한 방관으로 일관하는 잔혹한 굴레일 뿐이었다. 그는 이 불완전하고 비효율적인 우주를 진심으로 혐오했으며, 자연의 섭리라는 미명 아래 벌어지는 비극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다.

자연스러운 진화라는 명분 아래 방치된 피조물들은 서로를 잔인하게 물어뜯고 파괴하며 우주의 소중한 에너지를 무의미하게 낭비하고 있었다. 아몬은 젤나가가 직접 개입하여 어리석은 생명체들을 이끌고 통제해야만 비로소 우주가 진정한 완성을 이룰 수 있다고 굳게 믿으며 자신의 독단적인 신념을 굳혀갔다.

그는 동족들의 날카로운 눈을 피해 자신과 뜻을 함께할 추종자들을 은밀하고도 치밀하게 규합하기 시작했다. 아몬의 목소리에는 우주의 모든 고통을 끝내겠다는 기만적인 구원의 약속과, 모든 생명체를 자신의 뜻대로 빚어내겠다는 오만하고도 끔찍한 통제욕이 짙게 뒤섞여 메아리치고 있었다.

순환의 굴레를 단숨에 끊어내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겠다는 아몬의 파격적인 주장에 매료된 일부 젤나가들이 그의 곁으로 은밀히 모여들었다. 이들은 더 이상 무력한 방관자로 남기를 단호히 거부하고, 스스로 창조주이자 유일신이 되어 우주의 모든 생명을 직접 재편하기로 무서운 결의를 다졌다.

아몬과 그의 맹목적인 추종자들은 젤나가의 본대에서 조용히 이탈하여 은하계의 이름 없는 변방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그들은 자신들의 뒤틀린 이상을 실현할 완벽한 실험체를 찾고 있었으며, 거친 우주의 환경 속에서도 유독 강인한 생명력을 뿜어내는 어느 푸른 정글 행성에 탐욕스러운 시선을 멈췄다.

그 아름다운 행성은 훗날 아이어라 불리게 될 곳이었고, 그곳에는 아몬의 오만한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을 만큼 눈부신 잠재력을 지닌 원시 종족이 맹렬하게 번성하고 있었다. 아몬은 이 야성적인 생명체들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진화시켜 우주에서 가장 완벽한 피조물로 만들겠다고 어둠 속에서 다짐했다.

그것은 젤나가가 수억 년간 지켜온 가장 엄격한 금기가 산산조각 나는 끔찍한 순간이었다. 아몬의 거대한 함선이 아이어의 짙은 구름을 뚫고 강림하면서, 우주의 자연스러운 섭리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어둡고 파괴적인 개입이 마침내 그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의 첫발을 내디뎠다.

아이어의 첫 번째 자손, 프로토스

AI 재구성 삽화 — 고대 아이어에서 젤나가의 빛을 마주한 프로토스.
AI 재구성 삽화 — 고대 아이어에서 젤나가의 빛을 마주한 프로토스.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짙은 생명력이 넘치는 정글 행성 아이어의 빽빽한 수관 아래에서는, 날렵하고 강인한 생명체들이 무리를 지어 숨 막히는 사냥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육체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적응력을 보였으며, 어떠한 가혹한 환경에도 굴복하지 않는 자립적이고 폭발적인 생명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몬은 이 원시 종족의 압도적인 육체적 강인함과 유연한 민첩성,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 내면에 깊이 잠재된 미약하지만 뚜렷한 사이오닉 연결망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이 야성적인 사냥꾼들이야말로 젤나가가 그토록 오랜 세월 찾아 헤매던 형태의 순수성을 지닌 유일무이한 존재라고 확신했다.

아몬과 그의 추종자들은 스스로를 자애로운 신으로 교묘하게 포장하며 이 원시 종족 앞에 찬란한 빛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을 뒤덮으며 내려온 거대한 함선과 그들이 뿜어내는 경이로운 힘을 목격한 종족은 걷잡을 수 없는 두려움과 경외심에 사로잡혀 새로운 방문자들을 엎드려 숭배하기 시작했다.

아몬은 이 경이로운 생명체들을 프로토스, 즉 첫 번째 자손이라 자의적으로 명명하고 본격적인 진화의 가속 페달을 밟았다. 젤나가의 압도적인 기술과 심오한 지식이 주어지자, 프로토스는 원시적인 사냥꾼의 굴레에서 벗어나 믿을 수 없는 속도로 고도의 찬란한 문명을 아이어 전역에 이룩해 나갔다.

정글의 짙은 녹음 사이로 거대한 석조 사원과 하늘을 찌를 듯한 첨탑들이 우후죽순 세워졌고, 프로토스는 젤나가의 가르침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며 지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그들의 잠재된 사이오닉 능력 또한 아몬의 인위적인 자극을 받아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어냈다.

뿔뿔이 흩어져 부족 단위로 나뉘어 있던 프로토스는 젤나가라는 절대적인 공통의 구심점 아래 하나둘 모여들었고, 거대한 공동체를 형성하며 아이어의 진정한 지배자로 군림했다. 아몬은 자신의 독단적인 개입이 완벽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며 오만하고도 맹목적인 만족감에 깊이 빠져들었다.

하지만 프로토스의 눈부신 발전 이면에는 아몬이 미처 계산하지 못한 치명적인 부작용이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었다. 지성이 고도로 발달하고 문명이 번창함에 따라, 프로토스 개개인의 자아와 자만심 역시 아몬이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고 날카롭게 팽창해버린 것이다.

그들은 점차 자신들을 창조한 젤나가조차 언젠가 넘어설 수 있다는 위험한 오만에 빠져들었고, 부족 간의 우월성을 증명하기 위해 서로를 깎아내리고 배척하기 시작했다. 형태의 순수성은 역설적으로 개별적인 자아의 극대화를 불러오며 끔찍한 분열의 씨앗을 그들 내면에 깊숙이 잉태하고 있었다.

창조주의 이탈과 싹트는 불신

AI 복원 일러스트: 불타는 유적 속에서 젤나가 함선이 하늘로 떠나가는 모습을 절망적으로 바라보는 프로토스 전사.
AI 복원 일러스트: 불타는 유적 속에서 젤나가 함선이 하늘로 떠나가는 모습을 절망적으로 바라보는 프로토스 전사.

프로토스의 자아가 걷잡을 수 없이 팽창하면서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던 원시적이고 순수한 사이오닉 연결망은 점차 희미하게 끊어져 갔다.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온전히 공유하던 공감의 끈이 삭아버리자, 그 빈자리에는 타 부족에 대한 맹렬한 불신과 날 선 의심만이 독기처럼 피어올랐다.

부족들은 서로를 극도로 경계하며 자신들의 영토 주변에 높고 견고한 장벽을 세웠고, 젤나가의 가르침을 각자의 이기적인 입맛대로 해석하며 서로를 이단으로 몰아세웠다. 아이어의 울창한 정글에는 짐승의 평화로운 울음소리 대신 프로토스 간의 날카로운 비난과 증오 섞인 고함만이 흉흉하게 메아리쳤다.

아몬과 젤나가 일족은 자신들이 인도한 피조물들이 서로에게 잔인한 이빨을 드러내며 분열하는 모습을 보며 깊은 슬픔과 실망을 느꼈다. 프로토스는 창조주가 자신들의 진화를 방해하고 통제하려 한다고 의심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그들의 오만함은 창조주를 향한 직접적인 적대감으로 번져나갔다.

결국 폭발한 프로토스의 부족들은 하늘에 떠 있는 젤나가의 함선들을 향해 무자비한 공격을 퍼부었고, 수많은 젤나가들이 피조물의 손에 목숨을 잃는 비극이 발생했다. 큰 충격을 받은 젤나가는 더 이상의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일제히 엔진을 점화하여 아이어를 떠났으며, 어떠한 작별 인사도 없이 순식간에 차가운 우주로 사라져 버렸다.

하늘을 우러러보며 젤나가의 무자비한 이탈을 두 눈으로 목격한 프로토스는 엄청난 충격과 헤어 나올 수 없는 절망에 휩싸였다. 신에게 버림받았다는 비참함은 곧 맹렬하고 파괴적인 분노로 바뀌었고, 그 맹목적인 분노의 화살은 젤나가가 아닌 곁에 있는 서로를 향해 무자비하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각 부족은 젤나가가 떠난 끔찍한 이유가 오직 다른 부족의 불경함과 어리석음 때문이라며 서로에게 맹렬한 책임을 물었다. 사소한 말다툼은 곧 피를 부르는 무력 충돌로 이어졌고, 젤나가가 남긴 강력하고 경이로운 기술들은 순식간에 동족의 살점을 찢는 끔찍한 학살의 무기로 돌변했다.

아이어의 붉은 태양 아래, 형제들의 푸른 피가 사방에 흩뿌려지며 끔찍한 단말마의 비명소리가 대지를 처참하게 뒤흔들었다. 이성을 완전히 상실한 프로토스는 서로의 심장에 자비 없이 사이오닉 검을 꽂아 넣으며 걷잡을 수 없는 광란과 살육의 소용돌이 속으로 깊숙이 빠져들었다.

젤나가가 남긴 위대한 문명의 흔적들은 시뻘건 불길에 휩싸여 덧없이 무너져 내렸고, 한때 우주의 경이로움을 찬양하던 고귀한 지성체들은 피에 굶주린 잔혹한 야만인으로 전락했다. 그것은 프로토스 역사상 가장 어둡고 끔찍한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절망적인 서막에 불과했다.

영원한 투쟁의 핏빛 참상

AI 복원 일러스트: 영원한 투쟁 시기, 푸른 눈을 빛내며 사이오닉 검을 든 채 정글 어둠 속에서 도약하는 광기 어린 프로토스 전사.
AI 복원 일러스트: 영원한 투쟁 시기, 푸른 눈을 빛내며 사이오닉 검을 든 채 정글 어둠 속에서 도약하는 광기 어린 프로토스 전사.

영원한 투쟁이라 불리게 된 이 참혹하고 끔찍한 내전은 수백 세대 동안 아이어의 푸른 대지를 붉은 피로 흥건하게 물들였다. 프로토스는 오직 타 부족을 철저히 절멸시키는 것만을 삶의 유일한 목적으로 삼았고, 그 맹목적인 증오는 저주받은 유전처럼 대를 이어 끈질기게 전승되었다.

젤나가가 자비롭게 전수했던 고도의 지식과 심오한 철학은 피비린내 나는 잔혹한 전장 속에서 흔적도 없이 잊혀져 갔다. 찬란하게 빛나던 거대 도시들은 처참한 잿더미로 변했고, 살아남은 자들은 무너진 폐허 속에서 굶주린 짐승처럼 숨어 지내며 끝없는 살육전을 반복할 뿐이었다.

밀림의 끈적하고 어두운 그늘 속에서 한 전사가 매복을 뚫고 짐승처럼 튀어나와 적의 목을 단숨에 베어냈다. 뜨거운 푸른 피가 그의 뺨에 튀었지만, 그의 탁한 눈동자에는 어떠한 죄책감이나 동족 상잔의 슬픔도 없이 오직 광기 어린 맹렬한 살의만이 번뜩이고 있을 뿐이었다.

한때 그들의 영혼을 하나로 따뜻하게 연결했던 사이오닉 링크는 완전히 끊어져, 이제는 눈앞에서 죽어가는 동족이 어떤 고통을 느끼는지 전혀 알 길이 없었다. 타인의 고통에 완벽하게 무감각해진 프로토스는 더욱 잔혹하고 정교한 방식으로 서로를 고문하고 도살하며 광기를 뽐냈다.

밤이 되면 아이어의 맑았던 하늘은 타오르는 정글의 매연과 불빛으로 지옥처럼 붉게 물들었고, 낮에는 썩어가는 시체들이 내뿜는 지독한 악취가 대기를 무겁게 뒤덮었다. 문명의 진보는 완전히 멈춰 섰고 오직 살상 무기의 파괴력만이 기형적이고 파괴적인 형태로 발전을 거듭했다.

수많은 부족이 비참한 비명과 함께 역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졌고, 간신히 살아남은 부족들조차 자신들이 왜 이 끔찍한 전쟁을 시작했는지 그 최초의 이유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그저 눈앞에 다른 부족이 보이면 죽여야 한다는 맹목적인 살육의 본능만이 그들의 뇌리를 지배했다.

절망과 죽음은 아이어의 공기처럼 너무도 당연한 일상이 되었고, 갓 태어난 어린 프로토스들은 걸음마를 떼기도 전에 무기를 쥐고 끔찍한 전장으로 내몰렸다. 영원한 투쟁은 그 이름처럼 결코 끝나지 않을 지옥의 굴레가 되어 프로토스 종족 전체의 목을 서서히 조여오고 있었다.

젤나가의 실패한 실험은 이렇게 스스로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이끌며 우주의 쓸모없는 먼지로 사라지는 듯했다. 서로를 향한 끝없는 증오와 살육 속에서, 프로토스는 자신들이 지녔던 위대한 형태의 순수성을 스스로 무참히 짓밟으며 멸망의 어두운 심연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카스의 깨달음과 칼라의 빛

AI 복원 일러스트: 어두운 동굴 속에서 거대하게 빛나는 푸른 카이다린 크리스탈에 손을 대어 칼라를 깨우는 사바산(카스).
AI 복원 일러스트: 어두운 동굴 속에서 거대하게 빛나는 푸른 카이다린 크리스탈에 손을 대어 칼라를 깨우는 사바산(카스).

끝없는 살육의 광기가 행성을 뒤덮은 속에서도, 사바산이라는 이름의 한 고독한 학자는 이 무의미한 전쟁을 끝낼 방법을 찾아 폐허가 된 젤나가의 유적을 홀로 떠돌았다. 그는 동족이 까마득히 잊어버린 고대의 지혜 속에 이 지옥을 끝낼 구원의 열쇠가 숨겨져 있을 것이라 굳게 믿었다.

기나긴 탐구와 방황 끝에 사바산은 깊고 어두운 지하 동굴에서 신비로운 푸른빛을 뿜어내는 거대한 카이다린 크리스탈을 발견했다. 크리스탈은 잊혀진 시대의 따뜻한 파동을 머금은 채, 고요하지만 묵직하고 강렬한 에너지를 주변의 차가운 공기 속으로 끊임없이 발산하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크리스탈의 매끄러운 표면에 닿은 순간, 사바산의 뇌리에 벼락같은 거대한 충격과 함께 까맣게 잊혀졌던 감각이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오랫동안 단절되었던 사이오닉 연결망이 크리스탈의 증폭된 힘을 통해 폭발적으로 열리며 그의 닫힌 정신을 우주로 확장시켰다.

그는 수천 년 전 조상들이 평화롭게 공유했던 경이로운 일체감과, 그 이후 수백 세대 동안 동족들이 서로를 죽이며 겪어야 했던 끔찍한 고통과 슬픔을 동시에 느꼈다. 남의 가슴을 찌를 때 자신이 느꼈어야 할 참혹한 아픔이 그의 영혼을 무자비하게 강타하며 눈물을 쏟게 만들었다.

사바산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이 위대한 공감의 연결성을 동족에게 기필코 되찾아주기로 결심했다. 그는 질서의 인도자라는 뜻의 카스로 스스로의 이름을 바꾸고, 빛나는 카이다린 크리스탈을 품에 안은 채 가장 치열하고 잔혹한 전투가 벌어지는 전장 한가운데로 묵묵히 걸어 들어갔다.

서로의 목을 향해 날카로운 사이오닉 검을 치켜들던 두 부족의 족장들 앞에서, 카스는 카이다린 크리스탈을 통해 자신의 온 정신과 감정을 개방하여 그들에게 따뜻한 공감의 파동을 전달했다. 순간 전장의 모든 전사들이 약속이나 한 듯 무기를 떨어뜨리고, 카스가 전하는 순수한 영혼의 울림에 동화되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평생토록 증오하고 저주했던 적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지독한 공포와 상실감을 온전히 체감했다. 타인의 고통이 곧 나의 고통이라는 뼈저린 진리를 온몸으로 깨달은 전사들은 차마 다시 무기를 집어 들지 못하고 피투성이가 된 대지 위에 주저앉아 짐승처럼 오열했다.

카스는 이 경이롭고 따뜻한 감정의 공유를 칼라, 즉 승천의 길이라 명명하며 동족들에게 화합의 가르침을 설파했다. 칼라의 빛은 메마른 대지의 들불처럼 번져나가며 굳게 닫혀 있던 프로토스의 마음을 열었고, 마침내 영원한 투쟁이라는 끔찍한 악몽의 막을 기적처럼 내리게 했다.

자유를 향한 고통, 신경 삭의 절단

AI 재구성 일러스트: 독립적인 Nerazim 전사가 Khala를 떠난 후 동굴에서 홀로 명상하고 있다.
AI 재구성 일러스트: 독립적인 Nerazim 전사가 Khala를 떠난 후 동굴에서 홀로 명상하고 있다.

칼라의 가르침은 상처 입은 아이어 전역에 기적적인 평화와 화합을 가져왔고, 프로토스는 다시 한번 거대한 공동체로 거듭나며 무너진 문명을 눈부시게 재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찬란한 빛의 이면에는 칼라의 융합을 단호히 거부하는 어두운 그림자가 조용히 도사리고 있었다.

일부 프로토스들은 모든 감정과 생각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칼라의 연결망이 개인의 고유한 자아를 말살하는 끔찍한 정신적 족쇄라고 여겼다. 그들은 영원한 투쟁의 참상은 뼈저리게 혐오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만의 내밀한 생각과 자유 의지를 집단에 헌납할 수는 없었다.

이 굳건한 반체제 인사들은 대다수의 동족들이 칼라가 주는 화합의 황홀경에 흠뻑 빠져 있을 때, 아이어의 외진 황무지와 척박한 어두운 동굴 속으로 숨어들어 자신들의 존재를 철저히 은폐했다. 그들은 집단 지성에 동화되어 '나'라는 존재가 지워지는 것을 죽음보다 더 두려워했다.

칼라의 강제적이고 압도적인 연결을 완전히 끊어내기 위해, 그들은 극단적이고도 끔찍한 선택을 감행해야만 했다. 스스로의 머리 뒤에 돋아난 신경 삭을 날카로운 검으로 무자비하게 잘라내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육체적 고통을 수반했지만, 그들은 기꺼이 그 끔찍한 고통을 감내했다.

신경 삭이 뭉텅 잘려나간 자리에서 뜨거운 푸른 피가 뚝뚝 흘러내릴 때마다, 그들은 광활한 우주에 철저히 홀로 남겨진 듯한 지독한 고독감에 몸서리쳤다. 하지만 그 뼈저린 고독이야말로 그들이 지켜낸 온전한 자아의 증거였기에, 그들은 서로의 끔찍한 상처를 보며 묵묵히 결의를 다졌다.

대의회라 불리는 새로운 지배 계급이 아이어의 엄격한 질서를 확립해 나가는 동안, 이 숨어 지내는 자들은 은밀하게 세력을 키우며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했다. 그들은 젤나가의 유물을 맹목적으로 숭배하는 것을 거부하고 우주의 어두운 공허에서 새로운 힘의 원천을 찾으려 했다.

칼라의 연결을 끊었다고 정신을 통해 말을 전하는 능력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아무 말 없이도 서로의 감정이 밀려들던 익숙한 흐름은 끊겼다. 그들은 각자의 생각을 의식적으로 골라 상대에게 전하며, 타인의 침묵을 함부로 파고들지 않는 새로운 거리와 예의를 익혔다. 공허를 향한 수련과 그러한 존중 속에서 어둠 속의 유대가 천천히 자라났다.

하지만 수십억의 프로토스가 거대한 하나의 정신으로 촘촘히 연결된 칼라의 바다 속에서, 그들의 의도적인 공백은 점차 뚜렷하고 불길한 이질감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대의회의 심판관들은 연결망 곳곳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침묵의 구멍을 눈치채고 날 선 의심의 촉각을 곤두세웠다.

형제들의 영원한 이별과 추방

AI 복원 일러스트: 고대 젤나가 함선에 탑승하며 저 멀리 보이는 고향 행성 아이어를 뒤돌아보는 추방되는 네라짐 프로토스들.
AI 복원 일러스트: 고대 젤나가 함선에 탑승하며 저 멀리 보이는 고향 행성 아이어를 뒤돌아보는 추방되는 네라짐 프로토스들.

마침내 대의회는 칼라의 성스러운 빛을 거부하고 스스로 신경 삭을 자른 끔찍한 반역자들의 존재를 온전히 파악하게 되었다. 심판관들은 이들이 뿜어내는 거칠고 독립적인 자아의 파동이 간신히 이룩한 아이어의 평화를 다시 산산조각 낼 치명적인 전염병이라 여겨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의회는 네라짐의 존재가 대중에게 알려지면 간신히 이룩한 평화가 깨질 것을 두려워하여, 젊은 집행관 아둔에게 이단자들을 모두 처형하라는 비밀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고귀한 영혼을 지닌 아둔은 동족의 피를 흘리는 것에 깊은 거부감을 느꼈고, 대의회의 명령을 거역한 채 네라짐을 은밀히 숨겨주고 그들에게 칼라의 힘을 다루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네라짐이 통제되지 않는 사이오닉 폭풍을 일으키며 대의회에 발각되자, 아둔은 동족 간의 전면전을 막기 위해 칼라의 빛과 공허의 힘을 동시에 이끌어내어 자신을 희생하며 네라짐의 탈출을 도왔다. 아둔이 황혼의 빛 속으로 산화한 후, 대의회는 이 영웅적인 희생과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살아남은 네라짐들을 고대의 젤나가 함선에 태워 아이어 밖으로 영원히 추방하기로 결정했다.

칠흑 같은 어둠이 무겁게 내려앉은 밤, 무장한 기사단이 네라짐의 은신처를 겹겹이 포위하고 그들을 강제로 함선으로 끌고 갔다. 신경 삭이 잘린 네라짐들은 긍지를 지키기 위해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압도적인 숫적 열세와 기사단의 무자비한 무력 앞에서는 분루를 삼킬 수밖에 없었다.

함선의 차가운 금속 바닥에 짐승처럼 갇힌 네라짐들은 굳게 닫히는 육중한 해치를 바라보며 억눌린 분노와 서러움을 삼켰다. 그들은 자신들의 아름다운 고향 행성에서 끔찍한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쫓겨나는 이 굴욕적인 순간을 영혼 깊숙한 곳에 지울 수 없는 낙인처럼 새겨 넣었다.

거대한 엔진이 귀를 찢는 굉음을 내며 불타오르자, 젤나가의 오래된 함선들은 아이어의 중력을 힘겹게 벗어나 차가운 우주의 공허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것은 형제들의 영원한 이별이자, 프로토스라는 위대한 종족이 두 갈래로 완전히 찢어지는 비극적이고도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칼라의 따뜻한 빛 아래 남겨진 자들은 흠집 없는 완벽한 평화를 얻었다고 굳게 믿었지만, 그 평화는 다른 길을 택한 동족을 춥고 어두운 공허 속으로 내몬 잔혹한 대가 위에 서 있었다. 아이어의 고요한 밤하늘을 가르며 멀어지는 함선의 궤적은 프로토스의 역사에 지울 수 없는 깊은 흉터처럼 남았다.

빛을 나누며 거대한 하나가 된 칼라이와, 어둠 속에서 홀로 뼈저린 자유를 쟁취한 네라짐. 한때 같은 붉은 대지 위에서 뜨거운 피를 나누었던 형제들은 이제 서로를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이방인이 되어, 끝을 알 수 없는 우주의 심연 속으로 각자의 외로운 길을 떠났다.

확인한 자료

블리자드 공식 스타크래프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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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칼라의 연결을 거부하고 신경 삭을 절단한 네라짐의 선택이, 결과적으로 프로토스 사회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데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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