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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연대기 17화 · 조이레이의 술집에 돌아온 친구

이 글의 목차
  1. 조이레이 술집의 낡은 주크박스와 무거운 기억
  2. 푸른 전투복과 함께 나타난 옛 전우
  3. 백워터 기지의 위기와 특공대의 출격
  4. 뫼비우스 재단의 제안과 외계 유물
  5. 다시 드리운 저그의 그림자와 필사의 대피
  6. 히페리온의 강하와 맷 호너의 합류
  7. 히페리온의 열악한 현실과 새로운 계약
  8. 별들을 향한 도약과 남겨진 결의
  9. 확인한 자료

원작의 사건을 바탕으로 새로 쓴 팬 서사입니다. 인물의 감정과 대사, 장면의 분위기는 재구성했으며 주요 결말을 포함합니다.

조이레이 술집의 낡은 주크박스와 무거운 기억

제임스 레이너가 조이레이의 술집에 홀로 앉아 위스키 잔을 앞에 두고 보안관 배지를 응시하고 있다.
제임스 레이너가 조이레이의 술집에 홀로 앉아 위스키 잔을 앞에 두고 보안관 배지를 응시하고 있다.

마 사라의 황량한 모래바람이 조이레이의 술집 외벽을 거칠게 때리며 스산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깜빡이는 낡은 네온사인 불빛 아래, 먼지 쌓인 주크박스에서는 구슬픈 컨트리 음악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제임스 레이너는 아무도 없는 어두운 구석 테이블에 홀로 앉아, 반쯤 남은 독한 위스키 잔을 멍하니 응시했다. 그의 넓은 어깨는 지난 몇 년간 짊어져 온 무거운 패배감과 지독한 상실감으로 깊게 짓눌려 있었다.

그의 거친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 놓인 낡은 보안관 배지를 매만졌다. 마 사라의 보안관으로 일하던 시절의 긍지는 이제 빛이 바랜 지 오래였고, 배지의 차가운 금속 촉감만이 그가 한때 무언가를 지키려 했던 사람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다. 아크튜러스 멩스크의 배신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렸고, 그가 믿었던 정의는 우주의 먼지처럼 흩어졌다. 레이너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배지를 다시 주머니 속에 쑤셔 넣었다.

술집 한구석에서 지지직거리는 홀로그램 화면에는 자치령의 뉴스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화면 속 멩스크는 특유의 오만하고 당당한 표정으로 레이너 특공대를 무자비한 테러리스트 집단이라 비난하며, 자치령의 평화를 위협하는 자들에게 자비는 없을 것이라 열변을 토했다. 레이너는 멩스크의 가증스러운 목소리를 들으며 입꼬리를 비틀어 냉소를 지었다. 저 위선적인 독재자의 목을 베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의 속을 끊임없이 태우고 있었다.

레이너는 남은 위스키를 단숨에 들이켰다. 식도를 태우며 넘어가는 알코올의 독한 기운에도 불구하고, 그의 머릿속을 맴도는 타소니스에서의 끔찍한 기억은 지워지지 않았다. 저그의 무리 한가운데에 버려진 사라 케리건의 절망적인 외침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게 맴돌았다. 그녀를 구하지 못하고 홀로 도망쳤다는 끔찍한 죄책감은 매일 밤 그를 악몽 속으로 끌고 들어갔고, 술이 없이는 단 한 시간도 제대로 잠들 수 없게 만들었다.

케리건뿐만이 아니었다. 종족 전쟁의 참혹한 소용돌이 속에서 가장 믿음직한 벗이자 형제였던 프로토스 전사 피닉스가 그녀의 배신으로 참혹하게 목숨을 잃었다. 피닉스의 죽음은 레이너의 마음에 평생 씻을 수 없는 거대한 상처와 분노를 남겼다. 비록 전장에서 스러져간 수많은 이들이 있었지만, 가장 고결했던 동료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은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반란군을 이끌며 자치령에 저항하고 있었지만,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싸움 속에서 레이너의 영혼은 서서히 메말라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언제까지 이 무거운 짐을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의 시선이 테이블 한쪽에 놓인 낡은 리볼버 권총으로 향했다. 그 총에는 오직 아크튜러스 멩스크의 심장을 뚫기 위해 남겨둔 단 한 발의 총알이 장전되어 있었다. 레이너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차가운 총열을 쓰다듬으며, 탄창을 천천히 회전시켰다. 찰칵거리는 금속음이 술집의 정적을 가르며 울려 퍼졌다. 그것은 그가 아직 살아 숨 쉬고 있으며, 복수라는 단 하나의 목적이 그를 지탱하고 있다는 유일한 증거였다.

바로 그 순간, 굳게 닫혀 있던 술집의 낡은 문이 거친 쇳소리를 내며 열렸다. 묵직하고 거대한 발걸음 소리가 바닥을 울리며 안으로 들어섰다. 외부의 강렬한 햇빛을 등지고 선 거대한 실루엣이 술집 입구를 완전히 가로막았다. 육중한 기계음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 위압적인 기운이 단숨에 술집 안의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평범한 손님이 아니라는 것은 그 발걸음 소리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레이너는 즉시 고개를 들지 않았다. 자치령의 암살자이거나 현상금 사냥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의 오른손은 본능적으로 테이블 위의 리볼버 손잡이를 꽉 움켜쥐었다. 그는 숨을 죽인 채 침입자의 다음 움직임을 기다렸다. 거대한 그림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레이너가 앉아 있는 어두운 구석 테이블을 향해 육중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기계 관절이 움직이는 둔탁한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푸른 전투복과 함께 나타난 옛 전우

AI 재구성 삽화 — 조이레이 술집에서 타이커스와 다시 만난 레이너.
AI 재구성 삽화 — 조이레이 술집에서 타이커스와 다시 만난 레이너.

침입자가 희미한 조명 아래로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하고 둔탁한 해병용 CMC 전투복이었다. 군데군데 긁히고 낡은 흔적이 역력한 푸른색 장갑판은 이 남자가 수많은 전장을 뒹굴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육중한 전투복을 입은 사내는 특유의 거만하고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레이너의 테이블 앞까지 다가와 멈춰 섰다. 전투복의 배기구에서 뜨거운 증기가 뿜어져 나오며 매캐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지미, 이 늙은 촌뜨기야. 여전히 칙칙한 곳만 골라 다니는군." 낮고 거칠게 긁는 듯한 목소리, 결코 잊을 수 없는 그 특유의 억양이었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레이너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리볼버를 쥐고 있던 그의 손에서 스르르 힘이 풀렸다. 레이너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거대한 푸른색 전투복의 사내를 올려다보았다.

전투복의 헬멧 바이저가 쉭 하는 압축음과 함께 위로 열렸다. 흉터가 깊게 패인 굵은 얼굴, 입에 비스듬히 물려 있는 굵은 시가, 그리고 특유의 비열하면서도 호탕한 미소. 타이커스 핀들레이였다. 과거 레이너와 함께 수많은 범죄를 저지르고, 결국 레이너를 대신해 뉴 폴섬 교도소의 차가운 감방에 갇혔던 바로 그 남자였다. 죽었거나 평생 감옥에서 썩을 줄 알았던 그가 지금 마 사라의 술집에 서 있었다.

레이너는 의자를 거칠게 밀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타이커스? 네가 어떻게..." 충격과 경악으로 인해 그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뉴 폴섬은 자치령에서 가장 악명 높은 감옥으로, 그곳에 들어간 자가 살아서 나오는 일은 결코 없었다. 레이너의 머릿속은 수만 가지 질문으로 복잡하게 얽혀들었지만, 당장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은 헛바람이 섞인 짧은 탄식뿐이었다.

타이커스는 시가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껄껄 웃었다. "모범수로 가석방됐다고 해두지. 이 멋진 옷은 출소 기념 선물이고 말이야." 그는 자신의 푸른색 전투복을 툭툭 치며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하지만 레이너는 자치령이 타이커스 같은 1급 범죄자를 순순히 풀어줄 리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멩스크의 체제 아래에서 가석방이란 존재하지 않는 단어였다.

레이너의 눈빛에 짙은 의심이 서렸다. 타이커스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너무나도 부자연스러웠고, 그가 입고 있는 최신형 전투복은 더더욱 의심을 부추겼다. 하지만 수년 만에 옛 친구를 다시 만났다는 안도감과 반가움 역시 거짓이 아니었다. 레이너는 복잡한 감정을 억누르며, 일단 경계를 풀고 그를 맞이하기로 했다. 지금 당장 그를 추궁해 봐야 타이커스가 순순히 진실을 말할 위인도 아니었다.

타이커스는 육중한 소리를 내며 레이너의 맞은편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낡은 의자가 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그는 테이블 위의 위스키병을 집어 들어 빈 잔에 가득 따르고는 단숨에 들이켰다. "크으, 역시 자유의 맛이 최고군." 두 사람은 짧게 잔을 부딪치며 과거의 무모했던 시절을 향해 조용한 건배를 올렸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옛 전우로서의 끈끈한 유대감이 흘렀다.

그러나 술집의 공기는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타이커스의 작게 번뜩이는 눈동자는 쉴 새 없이 주변을 살피며 무언가를 계산하고 있었다. 레이너는 타이커스가 결코 아무런 목적 없이 자신을 찾아오지 않았을 것임을 직감했다. 이 교활하고 늙은 늑대는 항상 자신만의 숨겨진 꿍꿍이를 가지고 움직이는 자였다. 레이너는 다시 위스키를 입에 털어 넣으며, 다가올 폭풍을 조용히 예감했다.

백워터 기지의 위기와 특공대의 출격

제임스 레이너와 타이커스 핀들레이가 마 사라의 먼지 날리는 거리를 통해 특공대를 이끌고 있다.
제임스 레이너와 타이커스 핀들레이가 마 사라의 먼지 날리는 거리를 통해 특공대를 이끌고 있다.

술집 밖 마 사라의 현실은 레이너의 우울한 심연보다 훨씬 더 참혹했다. 거리 곳곳에 세워진 자치령의 거대한 홀로그램 전광판에서는 멩스크의 선전 방송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며 시민들에게 거짓된 안전을 강요하고 있었다. 붉은색 장갑복을 입은 자치령 해병들은 무장한 채 먼지 나는 거리를 순찰하며, 조금이라도 불만을 표출하는 주민들을 무자비하게 짓밟고 억압했다. 마 사라는 거대한 감옥과도 같았다.

레이너 특공대는 이런 자치령의 폭정에 맞서 게릴라전을 펼치며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자치령의 보급선을 기습하여 물자를 탈취하고, 억울하게 탄압받는 지역 거주민들을 보호하며 근근이 저항의 불씨를 살려 나갔다. 하지만 압도적인 자치령의 군사력 앞에서 특공대의 규모와 자원은 턱없이 부족했고, 매일매일이 생존을 건 처절한 사투의 연속이었다.

레이너는 타이커스에게 현재 마 사라가 처한 비참한 상황을 담담한 어조로 설명했다. 자치령은 이 척박한 행성의 남은 자원마저 무자비하게 긁어모으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무고한 주민들이 굶주림과 폭력에 희생당하고 있었다. 타이커스는 시가를 질그럭거리며 레이너의 말을 듣고 있었지만, 그의 표정에는 타인의 고통에 대한 연민보다는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어떻게 이용할지에 대한 흥미만이 가득해 보였다.

그때, 술집 문이 거칠게 열리며 흙먼지를 뒤집어쓴 지역 민병대원 한 명이 헐떡이며 뛰어 들어왔다. 그의 눈에는 극심한 공포가 서려 있었다. "대장님! 자치령 놈들이 또 백워터 기지를 들쑤시고 있습니다! 이번엔 아예 기지를 밀어버릴 작정인 것 같습니다!" 민병대원의 다급한 외침에 술집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백워터 기지는 마 사라 주민들의 마지막 남은 피난처 중 하나였다.

레이너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그는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C-14 가우스 소총을 집어 들고 탄창을 거칠게 장전했다. 과거 마 사라의 보안관으로서 사람들을 지키겠다고 맹세했던 그였다. 비록 배지는 주머니 속에 처박혀 있었지만, 억압받는 자들의 비명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그는 턱수염을 거칠게 쓰다듬으며 결연한 표정으로 술집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타이커스는 입에 물고 있던 시가를 바닥에 뱉어 짓밟으며 씨익 웃었다. "오랜만에 몸 좀 제대로 풀어볼까, 지미? 감옥에 갇혀 있느라 온몸이 쑤시던 참이었거든." 그의 거대한 전투복이 웅장한 구동음을 내며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사람들의 목숨이 달린 절박한 상황이었지만, 타이커스의 눈동자는 다가올 살육과 파괴에 대한 원초적인 갈망으로 번뜩이고 있었다. 그는 폭력을 즐기는 남자였다.

두 사람은 강렬한 마 사라의 태양 빛이 쏟아지는 거리로 나섰다. 연락을 받고 집결한 레이너 특공대원들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 오합지졸 자원병들과 돈을 받고 고용된 용병들이 뒤섞인 초라한 무리였지만, 레이너의 지휘 아래에서만큼은 그 누구보다 용감한 전사들이었다. 레이너는 대원들을 향해 짧고 굵은 수신호를 보내며, 자치령 병력들이 진을 치고 있는 백워터 기지를 향해 은밀하고 신속하게 이동을 시작했다.

백워터 기지 외곽에서의 교전은 짧고도 끔찍할 정도로 격렬했다. 자치령 해병들은 갑작스러운 특공대의 기습에 당황하며 진형이 무너졌다. 레이너는 엄폐물 사이를 날렵하게 오가며 정확한 사격으로 적들의 숨통을 끊었고, 타이커스는 거대한 덩치로 적의 화망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무자비하게 돌격했다. 두 사람은 마치 어제도 함께 싸웠던 것처럼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며 자치령 병력을 외곽으로 밀어내고 기지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뫼비우스 재단의 제안과 외계 유물

제임스 레이너와 타이커스가 자치령 기지 내부에서 빛나는 외계 유물을 발견한다.
제임스 레이너와 타이커스가 자치령 기지 내부에서 빛나는 외계 유물을 발견한다.

백워터 기지의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자치령 패잔병들이 퇴각하자, 타이커스는 마침내 자신이 마 사라에 온 진짜 목적을 입에 올렸다. 그는 전투복의 장갑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자치령이 최근 이 근방에서 극비리에 발굴하고 있는 정체불명의 외계 유물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것은 일반적인 광물이나 가스와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가치를 지닌 물건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뫼비우스 재단이라는 꽤 돈이 많은 곳에서 아주 큰 액수를 제시했지. 자치령 놈들이 발굴하는 걸 우리가 슬쩍 채가기만 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야." 타이커스의 목소리에는 탐욕이 짙게 배어 있었다. 그는 이 유물을 훔쳐내는 것이 자치령의 뒤통수를 치는 동시에 특공대의 텅 빈 자금줄을 채워줄 완벽한 기회라고 레이너를 설득했다. 멩스크의 극비 프로젝트를 망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레이너는 '뫼비우스 재단'이라는 이름이 영 마음에 걸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 조직과 엮이는 것은 항상 위험을 동반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당장 특공대의 무기와 식량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멩스크가 그토록 공을 들여 발굴하는 유물이라면, 그것을 빼앗는 것 자체가 자치령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일이었다. 레이너는 짧은 고민 끝에 타이커스의 제안을 수락하고 발굴 기지로 향하기로 결단했다.

특공대는 자치령의 유물 발굴 현장을 향해 신속하게 기동했다. 현장은 예상대로 삼엄한 경비가 펼쳐져 있었다. 육중한 공성 전차들이 포신을 겨누고 있었고, 견고한 벙커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어 정면 돌파는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자치령은 이 유물을 지키기 위해 상당한 병력을 투입한 상태였다. 레이너는 언덕 위에서 망원경으로 적의 배치를 꼼꼼히 살피며 돌파구를 찾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레이너는 특유의 전술적 직관을 발휘하여 병력을 둘로 나누었다. 자신이 이끄는 소규모 별동대가 측면의 절벽을 타고 우회하여 적의 레이더망을 무력화하는 동안, 타이커스가 정면에서 거대한 전투복과 육중한 미니건으로 적의 시선을 끌어당기기로 했다. 작전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타이커스가 포효하며 쏟아붓는 무자비한 화력에 자치령 수비대가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레이너의 별동대는 방어선을 뚫고 중앙 통제소로 침투했다.

통제소 내부의 거대한 격리장 안에는 기이하게 빛나는 외계 유물 조각이 허공에 떠 있었다. 표면에는 알아볼 수 없는 고대의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고, 유물 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은 주변의 공기마저 일렁이게 만들었다. 그것은 프로토스의 기술과 비슷해 보이면서도, 어딘가 근본적으로 다른 이질적이고 심오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유물을 바라보는 레이너의 눈동자에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

유물에 다가갈수록 레이너는 등골을 타고 오르는 섬뜩한 한기를 느꼈다. 설명할 수 없는 불길한 파동이 그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종족 전쟁 당시 수많은 외계 생명체와 유물들을 접해봤지만, 이토록 원초적이고 압도적인 기운을 뿜어내는 물건은 처음이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이 유물이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우주의 운명을 뒤흔들지도 모르는 위험한 물건임을 직감하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타이커스는 그런 레이너의 불안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거친 손길로 격리장을 해제한 뒤 유물 조각을 자신의 전투복 화물칸에 쑤셔 넣었다. "봤지? 이거면 우리 팔자도 완전히 피는 거야, 지미!" 그가 승리에 도취되어 소리쳤지만, 레이너의 시선은 이미 통제소 밖을 향해 있었다.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하늘 저편에서 자치령의 대규모 지원 병력을 태운 수송선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날아오고 있었다.

다시 드리운 저그의 그림자와 필사의 대피

대피 도중 마 사라 우주공항에서 레이너와 타이커스가 저그 무리에 맞서 격렬한 전투를 벌인다.
대피 도중 마 사라 우주공항에서 레이너와 타이커스가 저그 무리에 맞서 격렬한 전투를 벌인다.

자치령의 수송선이 착륙하기도 전, 갑자기 마 사라의 메마른 대지가 미세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진동은 순식간에 거대한 지진으로 변해 특공대원들의 중심을 잃게 만들었다. 하늘을 가리고 있던 구름 사이로 자치령의 함선이 아닌, 거대하고 흉측한 유기체들이 떼를 지어 쏟아져 내려오기 시작했다. 가죽 같은 날개를 펄럭이며 기괴한 비명 소리를 내지르는 생명체들, 뮤탈리스크였다.

"저그? 여기서? 말도 안 돼!" 레이너의 입에서 경악에 찬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의 온몸에 차가운 피가 역류하는 듯한 소름이 돋았다. 종족 전쟁이 끝난 이후, 저그 군단은 수년 동안 차 행성에 틀어박혀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이 변방의 마 사라에 갑자기 나타난 것인가? 레이너의 머릿속에 과거의 끔찍한 악몽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이성을 마비시키려 했다.

통신망을 통해 마 사라 전역에서 끔찍한 비명과 구조 요청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 괴물들이 거주지를 덮쳤습니다!" "방어선이 뚫렸... 으아악!" 저그의 기습적인 침공에 무방비 상태였던 자치령 전초기지들과 민간인 정착촌들은 순식간에 피바다로 변하고 있었다. 통신기 너머로 들려오는 살이 찢기고 뼈가 부서지는 소리에 레이너는 이를 꽉 악물었다. 더 이상 유물 따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미 유물 회수를 마치고 백워터 기지로 복귀해 철수를 준비하던 레이너는, 갑작스러운 저그의 대공습에 직면하자 즉시 전 대원에게 새로운 방어 명령을 하달했다. '전원, 전투 위치로! 자치령 놈들은 주민들을 버리고 도망치기 바쁘겠지만, 우리는 이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 히페리온이 올 때까지 여기서 버틴다!' 그의 목소리에는 한 치의 타협도 없는 단호함이 서려 있었다. 과거 마 사라의 보안관으로서 사람들을 버려두고 떠날 수 없었던 것처럼, 그것이 그가 레이너 특공대의 대장으로서 지켜야 할 마지막 선이었다.

타이커스는 유물을 챙긴 화물칸을 툭툭 치며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미쳤어, 지미? 우리 목숨 챙기기도 바쁜 판국에 짐 덩어리들을 달고 가자고? 이 유물만 챙겨서 당장 여길 떠야 해!" 하지만 레이너는 타이커스의 멱살을 쥘 듯이 다가가 그의 헬멧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내 사람들은 내가 지켜. 넌 돕든가, 아니면 혼자 도망치든가 알아서 해." 레이너의 살기 어린 눈빛에 타이커스는 마지못해 총을 고쳐 잡았다.

특공대는 우주공항 주변으로 방어선을 구축하고 민간인들이 수송선에 탑승할 시간을 벌기 위해 필사의 전투를 시작했다. 붉은 흙먼지 너머로 끝없이 밀려오는 저글링 떼는 마치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파도와 같았다.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가우스 소총의 화염과 저그의 기괴한 울음소리가 뒤섞여 전장은 말 그대로 생지옥으로 변해갔다. 사방에서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레이너는 소총의 총열이 붉게 달아오를 때까지 방아쇠를 당기고 또 당겼다. 그의 눈앞에서 민병대원 한 명이 땅속에서 솟구친 히드라리스크의 가시에 꿰뚫려 처참하게 목숨을 잃었다. 사방에 흩뿌려지는 붉은 피와 절망적인 비명은 타소니스에서 겪었던 그 날의 끔찍한 기억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었다. 죄책감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이 레이너의 가슴을 미친 듯이 찢어놓고 있었다. 그는 짐승처럼 포효하며 저그를 향해 총탄을 쏟아부었다.

민간인들을 태운 수송선들이 육중한 엔진음을 내며 하나둘씩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지만, 저그의 물량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특공대의 탄약은 이미 바닥을 보이고 있었고, 방어선은 곳곳에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레이너와 타이커스, 그리고 남은 대원들은 우주공항 한가운데에 완전히 고립되었다. 사방을 포위한 저그 무리가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위해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그들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히페리온의 강하와 맷 호너의 합류

전투순양함 히페리온이 강하하여 저그로부터 레이너와 타이커스를 구출한다.
전투순양함 히페리온이 강하하여 저그로부터 레이너와 타이커스를 구출한다.

절망적인 방어선이 마침내 무너지려던 찰나, 전장의 하늘을 뒤덮고 있던 먹구름이 거칠게 찢어지며 거대한 그림자가 대지를 덮쳤다. 고막을 찢을 듯한 웅장한 엔진 폭음이 대기를 뒤흔들었고, 저그 무리조차 그 압도적인 진동에 주춤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을 뚫고 강하하는 거대한 강철의 요새, 레이너 특공대의 기함인 전투순양함 히페리온이었다. 그 거대한 선체는 태양 빛을 가리며 전장에 구원의 희망을 드리웠다.

히페리온의 선수에서 눈부신 에너지가 집중되더니, 이내 거대한 빛의 기둥이 뿜어져 나왔다. 야마토 포가 공중을 배회하던 뮤탈리스크 무리의 한가운데에 정확히 꽂히며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섬광과 함께 수십 마리의 저그 비행체들이 흔적도 없이 증발해버렸고, 지상으로 쏟아지는 불타는 잔해들은 저글링 떼를 덮치며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 압도적인 화력 시위가 전장의 판도를 순식간에 뒤집어 놓았다.

"대장님, 늦지 않게 도착했군요. 상황이 꽤 안 좋아 보입니다만." 무전기를 통해 들려오는 맷 호너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차분하고 이성적이었다. 그 흔들림 없는 목소리를 듣는 순간, 레이너의 굳어 있던 어깨에서 팽팽한 긴장이 스르르 풀려나갔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항상 자신을 구하러 와주는 젊고 유능한 함장이 있다는 사실은, 이 지옥 같은 우주에서 레이너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위안이었다.

히페리온의 하단 해치가 열리며 여러 대의 수송선이 지상을 향해 급강하했다. 수송선들은 공중에 머문 채 강력한 엄호 사격을 퍼부어 저그의 접근을 차단했고, 그 사이 레이너와 타이커스, 그리고 살아남은 특공대원들이 신속하게 수송선 내부로 몸을 던졌다. 마지막 대원이 탑승하자마자 수송선은 불기둥을 뿜으며 솟구쳐 올랐고, 아슬아슬하게 저그의 발톱을 피해 히페리온의 격납고로 무사히 귀환했다.

레이너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히페리온의 함교에 들어서자, 맷 호너가 단정한 제복 차림으로 다가와 각 잡힌 경례를 올렸다. 지난 몇 년간 레이너가 실의에 빠져 술통에 처박혀 있는 동안에도, 맷은 묵묵히 함선을 관리하고 흩어진 반란군을 규합하며 특공대의 명맥을 유지해 온 진정한 충신이었다. 그의 올곧은 눈빛에는 레이너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와 존경이 담겨 있었다.

레이너는 맷의 어깨를 툭 치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고맙네, 맷. 자네 아니었으면 마 사라의 먼지 구덩이에서 영영 썩을 뻔했어." 맷은 희미하게 웃어 보였지만, 그의 표정은 곧바로 심각하게 굳어졌다. 함교의 대형 전술 지도에는 마 사라뿐만 아니라 인접한 여러 항성계가 붉은색 경고 신호로 깜빡이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국지적 도발이 아니라, 우주 전체를 향한 대규모 침공을 의미하고 있었다.

히페리온이 주 엔진을 가동하며 궤도로 상승하는 동안, 레이너는 전술 지도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저그는 마치 오랜 동면에서 깨어난 굶주린 짐승처럼 자치령의 변방 행성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유린하고 있었다. 멩스크의 자랑스러운 무적 함대조차 이 갑작스러운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저그를 다시 움직이게 만든 것인가? 레이너의 가슴 속에 불길한 예감이 똬리를 틀기 시작했다.

맷 호너가 무거운 입술을 열어 레이너의 불길한 예감을 현실로 확인시켜 주었다. '칼날 여왕이 돌아왔습니다. 저그 군단이 다시 그녀의 통제 아래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 이름이 불리는 순간, 레이너의 심장에 날카로운 비수가 꽂히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사라 케리건. 그가 사랑했고, 아크튜러스 멩스크의 비열한 배신으로 인해 끝내 구하지 못했던, 그리고 이제는 우주 최악의 괴물이 되어버린 그녀가 마침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히페리온의 열악한 현실과 새로운 계약

제임스 레이너가 히페리온의 휴게실에서 고뇌하는 동안 타이커스는 용병들에게 유물을 자랑하고 있다.
제임스 레이너가 히페리온의 휴게실에서 고뇌하는 동안 타이커스는 용병들에게 유물을 자랑하고 있다.

레이너는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함선의 무기고로 향했다. 무기고 문을 열자마자 매캐한 기름 냄새와 용접 불꽃이 튀는 소리가 그의 감각을 자극했다. 수석 엔지니어 로리 스완은 거대한 기계 팔을 윙윙거리며 반파된 골리앗의 장갑판을 뜯어내고 있었다. 그는 레이너를 발견하자마자 기름때 묻은 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로 불평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아이고, 촌놈 오셨는가! 이 고철 덩어리들 굴리느라 내 허리가 다 휠 지경이야. 부품은 모자라고, 가스통은 텅텅 비었고, 아주 죽을 맛이라고!" 스완의 투덜거림은 과장이 아니었다. 자치령의 눈을 피해 도망 다니는 반란군 신세인 히페리온의 물자 상황은 최악을 달리고 있었다. 전투복은 땜질 투성이에 탄약은 항상 부족했고, 함선의 수리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만성적인 자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레이너는 스완의 어깨를 두드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조금만 참아줘, 스완. 곧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볼 테니까." 그는 무기고를 나와 함선의 과학 연구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서는 괴짜 과학자 이곤 스텟먼이 현미경에 코를 박고 방금 마 사라에서 채취해 온 저그의 조직 표본을 흥분한 눈빛으로 관찰하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온갖 복잡한 장비와 홀로그램 데이터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스텟먼은 레이너가 들어온 줄도 모르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다, 뒤늦게 고개를 들고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호들갑을 떨었다. "대장님! 이 저그 표본들의 유전자 구조는 정말 경이롭습니다! 이것들만 제대로 연구하면 우리 특공대의 무기와 장갑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그 연구를 진행할 막대한 자금이 당장 필요하지만 말입니다." 스텟먼의 말끝이 기어들어 갔다.

함선의 휴게실인 칸티나로 들어선 레이너는 씁쓸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곳에는 돈을 벌기 위해 특공대에 합류한 거친 용병들이 술판을 벌이고 홀로그램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멩스크의 정규군과 저그 군단에 맞서기 위해서는 이들의 전투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지만, 그들은 오직 두둑한 크레딧이 입금될 때만 총을 들었다. 혁명의 대의만으로는 이들의 총구를 움직일 수 없었다.

칸티나 한구석에서는 타이커스가 용병들을 모아놓고 방금 마 사라에서 훔쳐 온 외계 유물에 대해 허풍을 떨고 있었다. "이 조그만 돌덩어리 하나가 자치령 순양함 한 대 값은 족히 될 거다! 뫼비우스 재단 놈들이 아주 돈을 싸 들고 기다리고 있다고!" 타이커스는 레이너와 눈이 마주치자 의미심장한 윙크를 날렸다. 뫼비우스 재단이 요구하는 유물을 계속 찾아준다면, 특공대의 모든 자금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수 있다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레이너는 바 카운터에 기대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자치령의 폭정으로부터 무고한 사람들을 구하고, 다시 우주를 집어삼키려는 케리건의 저그 군단을 막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 이 낡은 함선을 수리하고, 용병들에게 줄 돈을 마련하고, 스텟먼의 연구를 지원해야만 했다. 혁명과 구원이라는 숭고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는 역설적으로 가장 세속적인 '돈'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결국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뫼비우스 재단의 정체가 무엇이든, 그들이 왜 이 위험한 외계 유물들을 모으고 있든 당장은 중요하지 않았다. 생존을 위해, 그리고 다가올 거대한 전쟁을 치르기 위해 레이너는 기꺼이 악마와 거래를 해야만 했다. 그는 타이커스의 제안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이 파멸로 가는 길일지라도, 지금 그가 내디딜 수 있는 유일한 발걸음이었다.

별들을 향한 도약과 남겨진 결의

제임스 레이너와 맷 호너가 히페리온의 성도 앞에서 다음 작전을 계획하고 있다.
제임스 레이너와 맷 호너가 히페리온의 성도 앞에서 다음 작전을 계획하고 있다.

레이너는 어두운 자신의 선실에 홀로 서서, 책상 위에 켜져 있는 작은 홀로그램 사진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사진 속에는 유령 요원 시절의 사라 케리건이 붉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직 저그의 흉측한 껍질에 갇히기 전, 인간으로서의 따뜻함을 간직하고 있던 그녀의 모습이었다. 레이너의 손끝이 허공에 떠 있는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려다 차갑게 허공을 갈랐다.

그는 눈을 질끈 감으며 홀로그램 장치의 전원을 꺼버렸다. 선실은 짙은 어둠에 잠겼고, 레이너의 내면을 소용돌이치게 만드는 지독한 혼란과 죄책감만이 어둠 속에 남았다. 칼날 여왕이 된 그녀를 막아야만 우주가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이성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그의 심장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인간 사라 케리건을 구원하고 싶다는 미련한 희망이 숨 쉬고 있었다. 이 모순된 감정이 그를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감상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었다. 멩스크의 압제와 저그의 학살 속에서 수많은 생명이 그들의 구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레이너는 거칠게 세수를 하고 마음을 다잡은 뒤 선실 밖으로 나섰다. 그의 발걸음에는 이전의 무기력함 대신, 피할 수 없는 운명과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굳건한 결의가 실려 있었다. 그가 함교에 들어서자, 모든 승무원이 숨을 죽이고 대장의 입에서 나올 다음 명령을 기다렸다.

"맷, 뫼비우스 재단이 요구한 다음 유물의 위치는 어디지?" 레이너의 목소리는 함교 전체를 울릴 만큼 단호하고 힘이 넘쳤다. 항법 콘솔 앞에 서 있던 맷 호너의 눈빛에 반가움과 안도감이 스쳤다. 방황을 끝내고 다시 일어선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이었다. 맷은 즉시 홀로그램 성도(星圖)를 가동하여 우주 전역의 지도를 함교 중앙에 투사했다.

성도 위에는 아직 회수하지 못한 유물들이 숨겨진 여러 행성이 붉은색 점으로 깜빡이고 있었다. "대부분 자치령의 방어 병력이 삼엄하게 배치된 곳이거나, 저그 군단이 이미 침공을 시작한 위험 지대입니다. 어느 곳을 가든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입니다." 맷이 전술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며 우려 섞인 목소리로 보고했다. 하나같이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험난한 여정이었다.

"우리가 언제 쉬운 길만 골라 갔나, 맷." 레이너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의 눈빛에는 거침없는 투지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함교 구석에 비스듬히 기대어 서 있던 타이커스가 만족스러운 듯 시가를 씹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것은 새로운 사냥을 향한 짐승들의 묵시적인 동의였다. 레이너는 함선 전체에 울려 퍼지는 함내 방송 마이크를 켜고, 특공대원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전 대원 들어라. 우리는 이제 단순한 반란군이 아니다. 자치령의 폭정에 맞서 사람들을 구하고, 우주를 집어삼키려는 저그를 막아내며, 이 빌어먹을 유물들을 모아 우리의 싸움을 이어나갈 것이다. 멩스크와 칼날 여왕, 그 누구도 우리의 앞길을 막지 못할 것이다." 레이너의 연설은 짧았지만, 절망에 빠져 있던 특공대원들의 가슴에 뜨거운 불씨를 지피기에 충분했다. 함선 곳곳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히페리온, 차원 도약 준비해. 우주가 우리를 기다린다." 레이너의 최종 명령이 떨어지자, 맷 호너가 즉시 항법 장치를 조작했다. 거대한 전투순양함의 주 엔진이 맹렬하게 타오르며 시공간을 찢는 굉음을 냈다. 히페리온은 저그로 뒤덮인 마 사라의 궤도를 벗어나, 끝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심우주를 향해 거대한 도약을 시작했다. 기나긴 성전의 막이 마침내 오르는 순간이었다.

확인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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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진 설정 문답: 인물과 전쟁의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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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조이레이 술집의 낡은 주크박스 소리와 타이커스의 시가 연기까지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네요. 레이너의 그 무거운 어깨가 다시금 느껴지는 멋진 연대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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