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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연대기 12화 · 두 수정과 여족장의 침묵

이 글의 목차
  1. 젤나가 사원을 작동시키려 우라즈와 칼리스가 필요
  2. 브락시스의 인간 병력과 맞서 우라즈 수정 확보
  3. 차 행성에 가서 칼리스 수정 확보. 새 초월체의 위협을 감지
  4. 알다리스가 라자갈의 이상을 눈치채고 반란에 나선다
  5. 라자갈이 케리건의 정신 지배를 받는다는 배후. 알다리스는 진실을 말하려 한다
  6. 케리건이 알다리스를 살해해 진실을 가린다
  7. 프로토스가 수정 둘을 사원에 결합하며 저그를 막는다
  8. 사원이 샤쿠라스의 저그를 정화하고 케리건의 계산이 남는다. 라자갈 죽음은 아직 아니다
  9. 확인한 자료

원작의 사건을 바탕으로 새로 쓴 팬 서사입니다. 인물의 감정과 대사, 장면의 분위기는 재구성했으며 주요 결말을 포함합니다.

젤나가 사원을 작동시키려 우라즈와 칼리스가 필요

여족장 라자갈, 제라툴, 아르타니스, 알다리스가 젤나가 사원 홀로그램을 보며 논의하는 동안 케리건이 어둠 속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여족장 라자갈, 제라툴, 아르타니스, 알다리스가 젤나가 사원 홀로그램을 보며 논의하는 동안 케리건이 어둠 속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여족장 라자갈은 희미하게 빛나는 젤나가 사원의 홀로그램을 바라보며 무거운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의 온화함을 잃고 기이할 정도로 단호한 울림을 품고 있었다. 샤쿠라스를 뒤덮은 저그의 군단을 단번에 몰아내기 위해서는 사원의 중심부에 잠든 고대의 에너지를 깨워야만 한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었다. 제라툴은 어둠 속에서 그 제안의 위험성을 가늠하고 있었다.

사원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고대 젤나가가 남긴 두 개의 거대한 수정, 우라즈와 칼리스가 필요했다. 라자갈은 두 수정이 각각 칼라의 에너지와 공허의 에너지를 담고 있으며, 이를 결합해야만 정화의 파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르타니스는 잃어버린 유물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들의 대화에 불쑥 끼어든 불청객의 존재에는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스스로를 군단의 지배자라 칭하는 칼날 여왕 케리건이 회의장 한편에서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는 새로운 초월체가 차 행성에서 자라나고 있으며, 자신 역시 그 초월체를 통제하는 정신체들을 파괴하기 위해 프로토스의 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케리건은 우라즈와 칼리스의 현재 위치를 알고 있다며, 기꺼이 길잡이 역할을 하겠다고 나섰다.

제라툴의 눈가에 짙은 의구심이 서렸다. 아이어를 짓밟고 수많은 동족을 학살한 원흉이 이제 와서 선의를 베풀 리 없었다. 그는 케리건의 교활한 혀놀림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러나 라자갈은 제라툴의 만류를 단호하게 끊어내며, 지금은 생존을 위해 적과도 손을 잡아야 할 때라고 못을 박았다.

아르타니스는 여족장의 결정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의회 소속이었던 알다리스 역시 라자갈의 곁에서 분노로 일그러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네라짐의 지도자가 내린 공식적인 명령을 거역할 명분은 그 누구에게도 없었다. 라자갈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찰나의 이질적인 광채가 번뜩였으나, 절망적인 전황에 짓눌린 이들은 그 미세한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케리건은 프로토스 지휘관들의 불신 어린 시선을 즐기듯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녀는 첫 번째 목표인 우라즈 수정이 얼어붙은 행성 브락시스에 숨겨져 있다고 덧붙였다. 제라툴은 여족장의 뜻에 따르겠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불길한 예감이 독버섯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이 동맹은 처음부터 끝까지 누군가의 철저한 계산 위에서 놀아나는 기분이었다.

회의가 끝나고 지휘관들이 출정을 준비하기 위해 흩어지는 동안, 제라툴은 라자갈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응시했다. 과거의 지혜롭고 자애롭던 여족장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맹목적인 목적에 사로잡힌 낯선 자만이 서 있는 듯했다. 그는 자신의 의심이 단지 고향을 잃은 상실감에서 비롯된 신경과민이기를 간절히 바랐다.

아르타니스는 함대의 출격 준비를 지시하며 전사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비록 불결한 저그와 동행해야 하는 치욕스러운 임무였지만, 샤쿠라스에 피신한 아이어의 생존자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차가운 우주의 심연을 향해 도약하는 프로토스 함대의 뱃머리에는 희망과 불안이 위태롭게 교차하고 있었다.

브락시스의 인간 병력과 맞서 우라즈 수정 확보

제라툴이 브락시스 행성의 테란 자치령 요새 내부에서 푸르게 빛나는 우라즈 수정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제라툴이 브락시스 행성의 테란 자치령 요새 내부에서 푸르게 빛나는 우라즈 수정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브락시스 행성의 궤도에 진입한 프로토스 함대를 맞이한 것은 끝없이 몰아치는 눈보라와 매서운 한기였다. 지표면은 두꺼운 빙하로 뒤덮여 있었고, 대기는 거친 바람의 비명으로 가득했다. 아르타니스는 센서망을 통해 우라즈 수정의 파동을 추적하며 강하 지점을 탐색했다. 그러나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은 것은 예상치 못한 테란의 대규모 궤도 방어망이었다.

그곳에 주둔한 테란 병력은 다름 아닌 멩스크 황제가 이끄는 테란 자치령의 군대였다. 아르타니스는 자치령이 이 변방 행성에 새로운 거점을 마련하고 고대의 유물을 장악하려 한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제라툴은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긴 채 적의 방어선을 정찰하며, 자치령 군대가 우라즈 수정을 견고한 요새 중심부에 보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프로토스는 자치령의 삼엄한 경비를 뚫고 수정을 회수해야만 했다.

정면 돌파는 막대한 피해를 낳을 것이 뻔했다. 아르타니스는 함대의 주력을 미끼로 삼아 테란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작전을 제안했다. 그사이 제라툴과 소수의 암흑 기사단이 요새의 후방으로 침투하여 수정을 탈취하기로 했다. 케리건은 통신망 너머로 그들의 계획을 비웃었지만, 프로토스 지휘관들은 그녀의 조롱을 무시한 채 묵묵히 작전을 실행에 옮겼다.

눈보라를 뚫고 강하한 프로토스 전사들은 테란의 방어탑을 향해 맹렬한 공세를 퍼부었다. 광전사들의 사이오닉 검이 뿜어내는 푸른 섬광이 얼어붙은 대지를 가로질렀고, 용기병들의 반물질 탄환이 벙커를 산산조각 냈다. 테란 병력 역시 거센 화망을 구축하며 완강하게 저항했다. 눈 덮인 전장은 순식간에 폭발음과 화염으로 뒤덮이며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전방의 전투가 격렬해지는 동안, 제라툴은 그림자와 동화되어 요새의 방벽을 넘었다. 암흑 기사단의 발걸음은 눈 위에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았고, 그들의 검은 소리 없이 경비병들의 숨통을 끊었다. 복잡한 미로처럼 얽힌 요새의 내부를 뚫고 나아가는 제라툴의 감각에, 점차 맑고 청명한 사이오닉 에너지가 닿기 시작했다. 우라즈 수정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마침내 도달한 요새의 심층부에는 거대한 푸른빛의 수정이 공중에 떠서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칼라의 정수가 담긴 우라즈 수정은 주변의 혹한마저 밀어낼 만큼 따뜻하고 웅장한 파동을 뿜어냈다. 제라툴이 조심스럽게 다가가 수정을 회수하려는 찰나, 숨어 있던 테란의 정예 병력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내며 그를 포위했다.

빗발치는 가우스 소총의 총탄을 사이오닉 방패로 튕겨내며 제라툴은 번개처럼 적진을 파고들었다. 차가운 강철의 장갑이 찢겨 나가고 비명 소리가 요새 내부를 울렸다. 그는 단숨에 포위망을 돌파하여 우라즈 수정을 품에 안았다. 수정이 그의 손에 닿는 순간, 오랜 세월 잊혀 있던 아이어의 영광스러운 기억들이 뇌리를 스치며 강렬한 전율을 일으켰다.

수정을 확보했다는 신호와 함께 프로토스 병력은 신속하게 전장을 이탈하여 궤도로 귀환했다. 테란의 대공포화가 그들의 뒤를 쫓았지만, 이미 목적을 달성한 함대는 미련 없이 브락시스를 등지고 도약했다. 아르타니스는 우라즈 수정의 온전한 모습을 확인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남은 것은 차 행성의 지옥 불바다에 숨겨진 칼리스 수정뿐이었다.

차 행성에 가서 칼리스 수정 확보. 새 초월체의 위협을 감지

제라툴이 화산 행성 차에서 맥동하는 새로운 초월체 근처에서 녹색 칼리스 수정을 회수하고 있습니다.
제라툴이 화산 행성 차에서 맥동하는 새로운 초월체 근처에서 녹색 칼리스 수정을 회수하고 있습니다.

차 행성의 궤도에 도착한 프로토스 함대 앞에는 브락시스와는 정반대의 끔찍한 광경이 펼쳐졌다. 행성 전체가 끓어오르는 용암과 짙은 화산재로 뒤덮여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대기 중에는 유황의 악취와 함께 저그 무리의 흉포한 울음소리가 메아리쳤다. 제라툴은 창밖을 응시하며 척추를 타고 오르는 섬뜩한 한기를 느꼈다. 과거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그것은 단순한 저그의 무리가 아니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초월체의 거대하고 억압적인 의지가 차 행성의 중심부에서 다시금 고동치고 있었다. 비록 과거의 초월체만큼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수많은 저그를 하나로 묶어내는 그 끔찍한 사념의 파동은 분명히 존재했다. 제라툴은 케리건이 경고했던 새로운 초월체의 위협이 결코 거짓이 아님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케리건은 배신자 정신체들이 새로운 초월체를 중심으로 뭉쳐 자신을 대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칼리스 수정은 바로 그 새로운 초월체가 자라나고 있는 둥지 근처에 자리 잡고 있었다. 수정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끝없이 밀려드는 야생 저그와 정신체들의 호위 병력을 뚫고 지나가야만 했다. 아르타니스는 결연한 표정으로 검을 쥐며 전사들에게 강하 준비를 명했다.

불타는 대지 위로 내려앉은 프로토스 병력은 곧바로 사방에서 몰려드는 저그의 해일과 맞닥뜨렸다. 저글링들이 용암을 뚫고 튀어나와 광전사들의 방진에 몸을 던졌고, 하늘에서는 뮤탈리스크의 산성 쐐기가 비처럼 쏟아졌다. 케리건의 저그 무리 역시 프로토스를 지원하며 동족상잔의 끔찍한 살육전을 벌였다. 전장은 피와 산성액, 그리고 용암이 뒤섞인 지옥 그 자체였다.

제라툴은 혼돈의 틈바구니를 뚫고 칼리스 수정의 기운을 좇아 깊숙한 동굴로 향했다. 공허의 에너지를 품은 칼리스는 녹색의 탁한 빛을 뿜어내며 주변의 저그 점막과 기이한 공명을 일으키고 있었다. 수정의 곁에는 새로운 초월체를 수호하는 거대한 촉수들과 흉측한 변종 저그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는 숨소리조차 죽인 채 그림자 속을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암흑 기사단의 기습적인 타격이 호위 병력의 급소를 꿰뚫는 순간, 동굴 전체가 진동하며 저그의 분노 어린 포효가 터져 나왔다. 제라툴은 쏟아지는 적들의 공격을 간발의 차이로 피하며 칼리스 수정을 향해 손을 뻗었다. 공허의 에너지가 그의 몸을 타고 흐르며 묵직한 힘을 불어넣었다. 그는 수정을 단단히 쥐고 동굴의 무너지는 잔해를 피해 바깥으로 내달렸다.

칼리스 수정을 확보한 프로토스 병력은 더 이상의 소모전을 피하기 위해 신속히 퇴각을 서둘렀다. 용암 지대를 벗어나 수송선에 오르는 제라툴의 등 뒤로, 새로운 초월체의 미숙하지만 압도적인 사념이 분노를 토해내고 있었다. 그는 이 끔찍한 괴물이 완전히 성숙하기 전에 샤쿠라스의 정화를 끝내야 한다는 조급함에 사로잡혔다. 시간이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두 개의 수정을 모두 확보한 채 샤쿠라스로 귀환하는 함대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케리건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 듯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고, 제라툴은 그녀의 속내를 알 수 없어 더욱 불안해졌다.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의문을 품은 채 고향으로 돌아온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저그의 위협보다 더 끔찍한 동족의 배신이었다.

알다리스가 라자갈의 이상을 눈치채고 반란에 나선다

아르타니스와 제라툴이 탈레마토스의 파괴된 성채에서 반란을 일으킨 심판관 알다리스와 대치하고 있습니다.
아르타니스와 제라툴이 탈레마토스의 파괴된 성채에서 반란을 일으킨 심판관 알다리스와 대치하고 있습니다.

샤쿠라스의 수도 탈레마토스에 귀환한 아르타니스와 제라툴을 맞이한 것은 환영의 인사가 아닌 내전의 불길이었다. 도시 곳곳에서 프로토스 전사들이 서로에게 칼을 겨누고 있었고, 폭발의 잔해가 거리를 뒹굴었다. 아르타니스는 눈앞에 펼쳐진 참상에 경악하며 다급히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반란을 주도한 자는 다름 아닌 대의회의 생존자, 알다리스였다.

알다리스가 이끄는 칼라이 생존자 무리는 라자갈의 통치에 반기를 들고 탈레마토스의 주요 거점을 장악하고 있었다. 제라툴은 아이어의 난민들을 기꺼이 거두어준 여족장에게 이토록 맹렬한 적의를 드러내는 알다리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알다리스의 진영에 통신을 연결하려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굳게 닫힌 침묵뿐이었다.

라자갈은 요새의 사령부에서 반란군의 진압을 지휘하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자비나 슬픔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고, 오직 차갑고 잔혹한 분노만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알다리스를 배은망덕한 반역자로 규정하며, 그와 그의 추종자들을 모조리 처형하라는 끔찍한 명령을 내렸다. 제라툴은 동족을 학살하라는 여족장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말에 귀를 의심했다.

아르타니스는 라자갈의 명령에 강하게 반발했다. 비록 알다리스가 반란을 일으켰다 해도, 그는 한때 아이어를 이끌던 심판관이었으며 그를 따르는 자들 역시 그들이 지켜야 할 동족이었다. 대화로 오해를 풀어야 한다는 아르타니스의 간곡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라자갈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녀는 명령에 불복종한다면 아르타니스마저 반역자로 간주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제라툴은 라자갈의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이한 안광을 주시했다. 과거의 여족장이라면 결코 내리지 않았을 극단적인 결정이었다. 그녀의 영혼 어딘가가 치명적으로 뒤틀려버린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당장 젤나가 사원을 가동하여 저그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여족장의 권위가 필요했고, 반란으로 인한 내부의 분열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아르타니스와 제라툴은 피눈물을 머금고 동족을 향해 무기를 들어야만 했다. 그들은 최소한의 희생으로 알다리스를 생포하여 진상을 규명하기로 결의했다. 탈레마토스의 좁은 골목을 따라 진군하는 프로토스 병력의 발걸음은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어제까지 어깨를 나란히 하던 형제들이 오늘 서로의 가슴에 검을 꽂아야 하는 비극이 샤쿠라스의 밤을 붉게 물들였다.

반란군의 저항은 예상보다 훨씬 거세고 결사적이었다. 알다리스의 추종자들은 마치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순교자들처럼 물러서지 않고 진지를 사수했다. 그들의 눈빛에는 권력에 대한 탐욕이 아니라, 무언가 끔찍한 진실을 목도한 자들의 절망적인 사명감이 서려 있었다. 제라툴은 적들의 시신을 넘을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날카롭게 베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치열한 공방전 끝에 아르타니스의 병력은 반란군의 최종 방어선을 돌파하고 알다리스가 머무는 성채의 심장부에 도달했다. 텅 빈 홀의 중앙에는 알다리스가 홀로 서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낡은 예복은 전투의 흔적으로 얼룩져 있었지만, 꼿꼿하게 편 허리와 흔들림 없는 시선은 그가 결코 굴복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피할 수 없는 대면의 순간이었다.

라자갈이 케리건의 정신 지배를 받는다는 배후. 알다리스는 진실을 말하려 한다

알다리스가 아르타니스와 제라툴에게 라자갈이 정신 지배를 받고 있다는 어두운 진실을 밝히려 시도합니다.
알다리스가 아르타니스와 제라툴에게 라자갈이 정신 지배를 받고 있다는 어두운 진실을 밝히려 시도합니다.

성채의 서늘한 공기 속에서 제라툴과 아르타니스는 알다리스를 에워쌌다. 무기를 거두라는 아르타니스의 외침에도 알다리스는 고개를 저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반역자라는 오명을 쓰면서까지 이 무모한 싸움을 벌인 이유가 권력에 대한 미련 때문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대의회를 이끌던 시절의 오만함 대신 깊은 슬픔과 탄식이 묻어났다.

알다리스는 제라툴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며, 네라짐의 지도자가 끔찍한 어둠에 잠식당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여족장 라자갈이 그동안 숨겨왔던 어두운 비밀이 있으며, 그녀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악한 존재에게 조종당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제기했다. 하지만 그 배후가 누구인지 구체적인 이름을 입에 담기도 전에, 성채 내부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제라툴은 알다리스의 단호한 태도에서 단순한 반역자의 광기 이상의 것을 느꼈다. 최근 라자갈이 보여준 이질적인 잔혹함과 독단적인 결정들이 뇌리를 스쳤지만, 여족장이 누군가의 정신 지배를 받고 있다는 주장은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이었다. 제라툴은 알다리스에게 그 조종자의 정체와 명확한 증거를 대라며 다그쳤다.

아르타니스 역시 칼을 거둔 채 알다리스의 폭로에 귀를 기울였다. 대의회의 심판관이었던 자가 동족 간의 내전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내린 이유가 여족장의 이상 행동 때문이었다면, 이는 프로토스 전체의 운명이 걸린 중대한 문제였다. 아르타니스는 알다리스가 품은 의혹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그의 다음 말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알다리스는 자신이 여족장의 정신을 면밀히 관찰하며 찾아낸 단서들을 밝히려 했다. 그는 라자갈의 의식 깊은 곳에 도사린 사악한 의지의 흔적을 폭로하고, 그들이 동맹이라 믿었던 존재의 기만을 증명하려 했다. 그러나 그가 결정적인 증거와 배후의 이름을 입에 담으려던 찰나, 사방의 그림자가 기이하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제라툴은 알다리스가 전하려는 진실의 무게를 느끼며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켰다. 만약 여족장이 정말로 조종당하고 있다면, 그들이 지금까지 수행한 모든 임무가 적의 손아귀 위에서 놀아난 결과일 수 있었다. 제라툴은 알다리스에게 어서 그 배후의 정체를 밝히라고 소리쳤다.

알다리스가 마침내 배후의 이름을 폭로하기 위해 입술을 열었다. 바로 그 순간, 홀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으며 불길한 사이오닉 에너지가 공간을 찢고 들어왔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기습적인 침입에 제라툴과 아르타니스는 본능적으로 무기를 치켜들었으나, 어둠 속에서 뻗어 나온 날카로운 형체가 이미 알다리스의 등 뒤를 덮치고 있었다.

순식간에 나타난 칼날 여왕 케리건이 알다리스의 숨통을 끊어놓았다. 알다리스는 가장 중요한 진실의 조각을 끝내 전하지 못한 채,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바닥으로 쓰러졌다. 제라툴과 아르타니스는 눈앞에서 벌어진 참혹한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분노의 함성을 질렀다.

케리건이 알다리스를 살해해 진실을 가린다

케리건이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알다리스를 기습 살해하자 제라툴과 아르타니스가 분노합니다.
케리건이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알다리스를 기습 살해하자 제라툴과 아르타니스가 분노합니다.

케리건의 무자비한 일격에 알다리스는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위대한 대의회의 마지막 심판관은 여족장을 둘러싼 어둠의 정체를 완전히 밝히지 못한 채 차가운 바닥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제라툴은 분노로 몸을 떨며 사이오닉 검을 치켜들었고, 아르타니스 역시 동족의 신성한 영토에서 벌어진 살육에 격분하여 케리건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제라툴은 케리건을 향해 격렬한 분노를 쏟아냈다. 프로토스의 내부 중대사에 멋대로 개입하여 동족을 살해한 그녀의 행동은 용납할 수 없는 모욕이었다. 제라툴은 당장 샤쿠라스에서 떠나라고 일갈하며, 다시는 프로토스의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경고했다.

케리건은 제라툴의 분노 앞에서도 여유로운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프로토스의 골칫거리이자 반역자인 알다리스를 처단해주었을 뿐이라고 뻔뻔하게 대꾸했다. 또한 자신은 이미 원하는 목적, 즉 새로운 초월체를 따르는 배신자 정신체들을 약화시키는 목적을 달성했으니 미련 없이 떠나겠다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케리건이 사라진 자리에는 무거운 침묵과 알다리스의 차가운 시신만이 남았다. 제라툴은 알다리스가 죽기 직전에 남긴 경고를 곱씹으며 깊은 고뇌에 빠졌다. 비록 구체적인 배후와 증거는 사라졌지만, 케리건이 이토록 다급하게 알다리스의 입을 막았다는 사실 자체가 여족장을 둘러싼 의혹이 진실임을 방증하고 있었다.

아르타니스는 슬픔과 자책감 속에서 알다리스의 눈을 감겨주었다. 당장 여족장의 상태를 확인하고 진실을 밝히고 싶었지만, 샤쿠라스를 뒤덮은 저그 군단이 사원을 향해 밀려오는 상황에서는 정화 작업을 늦출 수 없었다. 제라툴과 아르타니스는 끓어오르는 의구심을 가슴 깊이 묻어둔 채, 우선은 행성을 구하기 위해 젤나가 사원으로 향하기로 결심했다.

두 지휘관은 알다리스가 목숨을 바쳐 경고하려 했던 비밀의 무게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비록 지금은 라자갈의 정신 지배 여부를 확실히 규명할 수 없었으나, 사태가 해결된 뒤에는 반드시 이 모든 의혹을 밝혀내야만 했다. 그들은 복잡한 심경을 뒤로하고 우라즈와 칼리스 수정을 챙겨 들었다.

성채를 나서는 그들의 발걸음은 이전보다 훨씬 무거웠다. 동족의 피로 물든 내전의 상흔과 여족장에 대한 깊은 불신이 그들의 영혼을 짓눌렀다. 하지만 샤쿠라스의 생존자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젤나가 사원의 가동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그들은 다가오는 최후의 결전을 준비하기 위해 전사들을 소집했다.

알다리스의 비극적인 죽음은 프로토스 지휘관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함께 거대한 의문을 남겼다. 제라툴은 사원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라자갈의 요새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여족장의 영혼을 잠식한 어둠의 실체를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그들의 앞에는 행성의 운명을 결정지을 사원 방어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프로토스가 수정 둘을 사원에 결합하며 저그를 막는다

AI 재구성 삽화 — 샤쿠라스 사원에서 두 수정을 마주한 라자갈과 제라툴.
AI 재구성 삽화 — 샤쿠라스 사원에서 두 수정을 마주한 라자갈과 제라툴.

젤나가 사원을 향해 진군하는 프로토스 병력 앞에는 샤쿠라스 전역에서 몰려든 저그의 대군이 새까만 파도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케리건이 떠난 후 통제력을 잃은 야생 저그와 새로운 초월체의 조종을 받는 무리들이 뒤엉켜 맹렬한 기세로 사원을 포위했다. 아르타니스는 함대의 모든 화력을 집중하여 사원으로 향하는 길을 뚫으라 명하며 선두에 섰다.

하늘을 뒤덮은 갈귀 떼가 요격기들을 향해 자폭 공격을 감행했고, 지상에서는 울트라리스크의 거대한 낫이 광전사들의 진형을 무자비하게 유린했다. 프로토스 전사들은 고향을 잃은 슬픔과 동족상잔의 비극이 낳은 분노를 검 끝에 담아 저그의 심장부를 향해 돌격했다. 사이오닉 폭풍이 대지를 휩쓸고 지나갈 때마다 저그의 시체 산이 겹겹이 쌓여갔다.

제라툴과 아르타니스는 호위 병력의 필사적인 방어를 방패 삼아 사원의 거대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제라툴의 품에는 푸른빛을 발하는 우라즈가, 아르타니스의 손에는 녹색의 칼리스가 쥐어져 있었다. 두 수정은 사원이 가까워질수록 서로의 파동에 공명하며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그 강력한 에너지는 두 지휘관의 육체를 짓누르며 엄청난 압박감을 가했다.

계단의 중턱에 다다랐을 때, 뚫린 방어선을 넘어온 저글링 무리가 그들의 뒤를 덮쳤다. 아르타니스는 칼리스 수정을 한 손에 쥔 채 남은 손으로 사이오닉 검을 휘둘러 적들을 베어 넘겼다. 제라툴 역시 그림자 도약을 통해 적의 사각을 파고들며 우라즈 수정을 보호했다. 단 한 순간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벼랑 끝에 선 자들의 처절한 사투였다.

마침내 사원의 꼭대기에 위치한 제단에 도달한 두 사람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제단 중앙에는 두 개의 수정을 안치할 수 있는 거대한 홈이 파여 있었다. 사원 아래에서는 프로토스 방어선이 서서히 무너지며 저그의 해일이 계단을 타고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제라툴과 아르타니스는 서로의 눈빛을 교환하며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제라툴이 우라즈 수정을 제단의 왼쪽 홈에 끼워 넣자, 맑고 청명한 칼라의 에너지가 사원의 핏줄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뒤이어 아르타니스가 칼리스 수정을 오른쪽 홈에 안치했다. 묵직하고 깊은 공허의 에너지가 칼라의 빛과 얽혀 들며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수천 년 동안 잠들어 있던 젤나가의 유산이 마침내 기나긴 침묵을 깨고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두 수정이 결합하며 뿜어내는 에너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파동을 일으켰다. 제단 주변의 공기가 일그러지고, 강력한 전자기 폭풍이 사원 꼭대기를 감싸 안았다. 제라툴과 아르타니스는 그 엄청난 힘의 분류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제단을 굳게 붙잡고 버텼다. 사원의 외벽을 타고 오르던 저그 무리는 뿜어져 나오는 빛에 닿자마자 잿더미로 산화하기 시작했다.

사원의 중심부에서 뻗어 나온 한 줄기 거대한 빛이 샤쿠라스의 검은 하늘을 뚫고 우주로 솟구쳤다. 그 빛은 이내 거대한 파동으로 변하여 행성 전체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퍼져나갔다. 아르타니스는 눈을 뜰 수조차 없는 강렬한 섬광 속에서, 이 빛이 오직 저그의 유전자만을 표적으로 삼아 파괴하는 젤나가의 기적임을 직감했다. 정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사원이 샤쿠라스의 저그를 정화하고 케리건의 계산이 남는다. 라자갈 죽음은 아직 아니다

샤쿠라스가 정화되는 동안 제라툴은 정신 지배를 받는 라자갈을 바라보고, 케리건은 먼 곳의 거대괴수에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샤쿠라스가 정화되는 동안 제라툴은 정신 지배를 받는 라자갈을 바라보고, 케리건은 먼 곳의 거대괴수에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정화의 파동이 휩쓸고 지나간 샤쿠라스의 대지는 기이할 정도로 고요했다. 하늘을 뒤덮었던 저그의 무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대지를 오염시키던 점막 역시 바싹 말라 부서져 내렸다. 오직 바람에 흩날리는 잿빛 가루만이 그곳에 끔찍한 괴물들이 존재했었음을 증명할 뿐이었다. 프로토스 생존자들은 기적처럼 찾아온 승리에 환호성을 터뜨렸다.

제라툴은 사원 꼭대기에서 정화된 대지를 내려다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의 멸망은 피했지만, 그의 가슴속에는 승리의 기쁨 대신 무거운 돌덩이가 얹혀 있었다. 멀리서 요새의 발코니에 홀로 서 있는 여족장 라자갈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무사했지만, 제라툴의 눈에 비친 그녀는 더 이상 그가 알던 지혜로운 지도자가 아니었다.

라자갈은 정화된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여전히 초점이 없었고, 영혼은 어딘가 깊은 심연에 갇혀 있는 듯했다. 제라툴은 알다리스의 마지막 경고를 떠올리며 뼈저린 절망감을 느꼈다. 케리건은 떠났지만, 그녀가 여족장의 정신에 심어놓은 끔찍한 사슬은 아직 끊어지지 않은 채 네라짐의 심장부를 옥죄고 있었다.

아르타니스가 다가와 제라툴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두 지휘관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그들이 짊어져야 할 가혹한 운명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들은 동족을 구하기 위해 적과 손을 잡았고, 그 대가로 진실을 말하려던 충신을 잃었으며, 여족장의 영혼을 담보로 잡혔다. 이 승리는 결코 완전한 구원이 아니었다.

수 광년 떨어진 우주의 어둠 속, 거대한 저그 생체 함선의 심장부에서 케리건은 샤쿠라스에서 뿜어져 나온 정화의 빛을 감상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계획은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젤나가 사원의 힘을 빌려 샤쿠라스에 똬리를 틀고 있던 배신자 정신체들과 그들의 무리를 일거에 소탕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프로토스는 스스로의 손으로 케리건의 경쟁자들을 제거해주었고, 그녀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새로운 초월체의 세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게다가 진실을 눈치챈 알다리스마저 제거하여 라자갈에 대한 통제권을 안전하게 유지했다. 그녀에게 프로토스는 그저 체스판 위의 유용한 말에 불과했다. 모든 것이 그녀의 정교한 계산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케리건은 옥좌에 몸을 기대며 다음 사냥감을 머릿속으로 그렸다. 아직 차 행성에는 새로운 초월체가 자라나고 있었고, 코프룰루 구역을 노리는 새로운 인간 세력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두렵지 않았다. 라자갈이라는 강력한 패를 쥐고 있는 한, 프로토스는 언제든 다시 그녀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샤쿠라스의 쌍둥이 달이 정화된 대지 위로 창백한 빛을 드리웠다. 제라툴은 어둠 속으로 숨어버린 칼날 여왕의 환영을 노려보며, 언젠가 반드시 이 모든 기만과 희생에 대한 피의 대가를 받아내겠다고 맹세했다. 여족장의 침묵 속에서 잉태된 불길한 씨앗은 아직 그 싹을 틔우지 않았다. 진정한 비극은 이제 막 막을 올렸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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