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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연대기 14화 · 잘못 겨눈 총구, 붙잡힌 초월체

이 글의 목차
  1. 코랄 침공과 무너지는 자치령
  2. 뜻밖의 구원자와 멩스크의 탈출
  3. 듀란의 독니와 왜곡된 진실
  4. 브락시스의 차가운 바람과 엇갈린 우정
  5. 어둠 속의 총성과 마지막 경고
  6. 뒤늦은 후회와 분열기 사수
  7. 차 행성 강하와 초월체의 굴복
  8. 불완전한 승리와 다가오는 그림자
  9. 확인한 자료

원작의 사건을 바탕으로 새로 쓴 팬 서사입니다. 인물의 감정과 대사, 장면의 분위기는 재구성했으며 주요 결말을 포함합니다.

코랄 침공과 무너지는 자치령

AI 재구성 일러스트: 코랄이 UED에 함락되자 황궁에서 절망하며 지휘 탁자를 움켜쥔 아크튜러스 멩스크 황제.
AI 재구성 일러스트: 코랄이 UED에 함락되자 황궁에서 절망하며 지휘 탁자를 움켜쥔 아크튜러스 멩스크 황제.

지구 집정 연합의 거대한 함대가 코랄의 붉은 대기권을 뚫고 강하했다. 멩스크가 자랑하던 자치령의 궤도 방어선은 정교한 타격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다. 아우구스트그라드의 하늘은 불타는 전투순양함들의 잔해로 가득 찼고 지상에는 절망적인 사이렌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제라드 듀갈 제독은 기함 알렉산더의 함교에 서서 이 압도적인 파괴의 현장을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명령은 단호하고 계산적이었으며 자비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자치령의 통신망은 UED의 방해 전파에 막혀 철저히 마비된 상태였다.

멩스크의 정예 전투순양함들이 하나둘씩 엔진을 잃고 지표면으로 추락했다. 한때 코프룰루 구역을 호령했던 테란 자치령의 자존심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UED의 발키리 호위함대와 골리앗 부대가 수도의 주요 도로를 장악하며 거침없이 황궁을 향해 진격을 이어가고 있었다.

황궁 깊숙한 곳에서 아크튜러스 멩스크는 흔들리는 지휘 탁자를 꽉 움켜쥐었다. 화면 너머로 쏟아지는 패배의 보고들이 그의 이성을 갉아먹고 있었다. 자신이 세운 제국이 이토록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다는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전황은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황궁 외곽의 방어탑들이 UED 공성 전차의 포격에 의해 잿더미로 변했다. 공포에 질린 시민들은 지하 방공호로 피신했고 거리는 오직 군화 발소리와 폭발음으로 가득 찼다. 멩스크의 친위대조차 밀려드는 적의 화력 앞에 진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속절없이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멩스크는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을 쓸어내리며 마지막 결전을 치를지 아니면 굴욕적인 도망을 칠지 선택해야만 했다. 그의 눈동자에는 제국을 잃는다는 두려움과 이대로 죽을 수 없다는 생존 본능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결국 그는 비밀 격납고에 개인 수송선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그 순간 듀갈의 통신이 황궁의 암호화 채널을 뚫고 들어왔다. 화면에 나타난 노제독은 승자의 여유를 머금은 채 황제의 항복을 종용했다. 당신의 짧고 헛된 통치는 끝났으니 순순히 무기를 버리고 심판을 받으라는 그 차가운 음성은 멩스크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멩스크는 화면 속 듀갈을 향해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통신을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그는 항복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으며 오직 수송선이 이륙할 시간을 벌기 위해 잔존 병력에게 결사 항전을 명령했다. 황궁의 복도에는 피비린내 나는 마지막 총격전이 임박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뜻밖의 구원자와 멩스크의 탈출

AI 재구성 일러스트: 하늘에 히페리온이 떠 있는 가운데, 코랄에서 UED 군대와 맞서 싸우는 용기병 형태의 피닉스와 프로토스 광전사들.
AI 재구성 일러스트: 하늘에 히페리온이 떠 있는 가운데, 코랄에서 UED 군대와 맞서 싸우는 용기병 형태의 피닉스와 프로토스 광전사들.

UED의 강습 부대가 황궁의 정문을 돌파하려던 찰나 대기권 상층부에서 거대한 차원 도약의 파장이 감지되었다. 듀갈의 함대 레이더에 전혀 예상치 못한 불청객들의 신호가 잡히기 시작했다. 프로토스의 황금빛 함선들과 낡고 익숙한 테란 순양함 한 척이 봉쇄선을 뚫고 나타났다.

짐 레이너의 히페리온이 궤도를 이탈해 맹렬한 속도로 아우구스트그라드 상공으로 하강했다. 히페리온의 주포가 불을 뿜으며 황궁을 포위하고 있던 UED 선봉대의 진형을 순식간에 흩어놓았다. 그 혼란을 틈타 프로토스의 차원 관문이 열리며 지상으로 푸른빛의 전사들이 쏟아졌다.

용기병의 차가운 금속 육신을 입은 피닉스가 전장의 한복판에 내려앉아 플라즈마 포화로 적의 기갑 부대를 녹여버렸다. 그의 곁에서 질럿들이 함성을 지르며 UED 보병들의 방어선을 찢어발겼다. 압도적이었던 집정 연합의 공세는 이 기습적인 개입 앞에 잠시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멩스크는 화면에 비친 레이너와 프로토스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을 가장 증오해야 할 자들이 왜 목숨을 걸고 자신을 구하러 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이유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그는 혼란을 틈타 호위병들을 이끌고 비밀 격납고의 수송선으로 황급히 내달렸다.

레이너는 조종간을 꽉 쥔 채 입술을 깨물었다. 타소니스에서 케리건을 버렸던 멩스크를 자신의 손으로 구출해야 한다는 사실이 그의 속을 지독하게 뒤틀어 놓았다. 하지만 더 큰 위협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는 애써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다.

피닉스 역시 명예롭지 못한 자를 돕는 이 상황이 불쾌했지만 오랜 전우인 레이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방어선을 사수했다. 프로토스의 지원 포격이 수송선의 이륙 경로를 열어주자 멩스크의 함선은 굉음을 내며 불타는 황궁을 빠져나와 궤도를 향해 미친 듯이 솟구쳐 올랐다.

알렉산더의 함교에서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던 듀갈은 분노로 주먹을 내리쳤다. 다 잡은 사냥꾼의 그물에서 사냥감이 빠져나가는 것을 두 눈 뜨고 지켜봐야만 하는 굴욕이었다. 그는 즉각 요격기들을 출격시켰지만 이미 레이너와 피닉스의 함대가 수송선을 철저히 호위하며 궤도로 진입하고 있었다.

UED 함대의 맹렬한 추격 속에서도 반군과 프로토스의 연합 함대는 기어코 차원 도약에 성공하여 시야에서 사라졌다. 코랄을 점령했다는 승전보에도 불구하고 멩스크를 놓쳤다는 사실은 듀갈에게 뼈아픈 실책으로 남았다. 함교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내려앉아 승리의 기쁨을 앗아갔다.

듀란의 독니와 왜곡된 진실

AI 재구성 일러스트: 알렉산더 호의 함교에서 듀갈 제독에게 거짓 보고를 속삭이는 사미르 듀란.
AI 재구성 일러스트: 알렉산더 호의 함교에서 듀갈 제독에게 거짓 보고를 속삭이는 사미르 듀란.

코랄 점령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알렉산더 호의 분위기는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듀갈은 멩스크를 놓친 분노를 삭이지 못한 채 작전 지도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때 사미르 듀란이 특유의 은밀한 발걸음으로 함교에 들어서며 제독의 곁으로 다가와 부드럽지만 불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듀란은 브락시스 행성에서 미승인된 유령 요원들의 신호가 감지되었다며 데이터 패드를 건넸다. 그가 내민 자료에는 알렉세이 스투코프 부제독이 파괴하라고 명령받았던 사이오닉 분열기를 몰래 재조립하고 있다는 증거가 담겨 있었다. 듀갈은 그 보고를 듣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평생을 함께해 온 오랜 친구이자 가장 신뢰하는 부하가 자신의 직속 명령을 거역했다는 사실을 듀갈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스투코프에게 분명히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애써 의심을 지우려 했다. 하지만 듀란은 교묘하게 편집된 통신 기록을 재생하며 제독의 불안을 자극했다.

기록 속 스투코프의 음성은 앞뒤 문맥이 잘려 나간 채 마치 UED의 통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려는 것처럼 들렸다. 듀란은 부제독이 분열기를 이용해 저그 군단을 자신의 통제하에 두고 집정 연합에 반기를 들지도 모른다는 치명적인 거짓말을 제독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코랄 작전의 피로와 멩스크를 놓친 스트레스가 듀갈의 이성적인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고 있었다. 듀란의 독기 어린 말들은 제독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작은 의심의 씨앗에 물을 주어 걷잡을 수 없는 불신으로 자라나게 했다. 듀갈의 눈빛이 점차 차가운 배신감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듀란은 지금 당장 분열기를 파괴하고 반역자를 처단하지 않으면 UED의 원정 자체가 위험해질 것이라며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자신이 직접 타격대를 이끌고 브락시스로 가서 스투코프의 반란을 진압하겠다고 자원했다. 그 충성스러워 보이는 눈빛 뒤에는 끔찍한 음모가 숨겨져 있었다.

듀갈은 창밖의 광활한 우주를 바라보며 깊은 고뇌에 빠졌다. 수십 년간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친구를 반역자로 몰아야 하는 현실이 그의 가슴을 찢어놓는 듯했다. 하지만 지구 집정 연합의 대의와 원정군의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결국 그의 인간적인 정을 짓누르고 말았다.

마침내 듀갈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듀란에게 브락시스로 향할 것을 허락했다. 스투코프를 체포하여 자신의 앞에 대령하라는 명령이었지만 듀란의 입가에는 이미 살의를 품은 비릿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잘못 겨눠진 총구는 이제 가장 충성스러운 전우의 심장을 향해 당겨지고 있었다.

브락시스의 차가운 바람과 엇갈린 우정

AI 재구성 일러스트: 눈보라가 치는 브락시스의 사이오닉 분열기 통제실에 서 있는 알렉세이 스투코프.
AI 재구성 일러스트: 눈보라가 치는 브락시스의 사이오닉 분열기 통제실에 서 있는 알렉세이 스투코프.

브락시스 행성의 척박한 얼음 평원 위로 몰아치는 눈보라는 살을 에이는 듯 차가웠다. 그 혹한 속에서 사이오닉 분열기 시설은 웅장한 기계음을 내며 가동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스투코프는 시설의 중앙 통제실에 서서 거대한 안테나를 통해 방출되는 미세한 에너지 파동을 점검했다.

그는 이 장치만이 저그의 압도적인 물량으로부터 UED 원정군을 지켜낼 유일한 희망임을 굳게 믿고 있었다. 듀갈의 명령을 어긴 것은 사실이었지만 친구이자 상관인 그가 나중에는 자신의 깊은 뜻을 이해해 줄 것이라 확신했다. 그러나 그의 기대는 곧 절망적인 형태로 부서지게 된다.

스투코프는 듀갈 제독과의 통신을 시도했으나, 기함 알렉산더로부터의 연결은 철저히 차단되어 있었다. 듀란의 이간질에 넘어간 듀갈이 오랜 친구의 해명조차 듣지 않기로 결심하고 교신을 거부한 것이었다. 스투코프는 제독이 자신을 반역자로 단정 짓고 듀란에게 전권을 위임했다는 사실을 직감하며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그는 듀란이 제독의 눈과 귀를 가리고 UED 원정군을 파멸로 몰고 가려 한다는 사실을 확신했다. 비록 명령 불복종으로 군사 재판에 회부되거나 반역자로 몰릴지언정, 저그 군단을 무력화할 유일한 열쇠인 사이오닉 분열기를 지켜내는 것만이 인류와 원정군을 구하는 길이라 믿으며 그는 통제실의 방어 태세를 강화했다.

브락시스의 혹독한 눈보라를 뚫고 듀란이 이끄는 특수 부대가 시설 외곽 방어선에 도달했다는 경보가 울렸다. 스투코프는 자신을 체포하거나 사살하라는 듀갈의 명령이 하달되었음을 깨닫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평생을 바쳐 충성해 온 조국과 친우가 자신에게 총구를 겨누는 비극적인 현실이 그의 가슴을 짓눌렀다.

통신은 듀갈의 일방적인 선고와 함께 차갑게 끊어졌다. 스투코프는 어두워진 화면을 바라보며 듀란이 이미 제독의 눈과 귀를 완벽하게 가렸음을 깨달았다. 그 정체불명의 요원이 처음부터 UED를 내부에서부터 파괴하려 했다는 끔찍한 진실이 이제야 명확하게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통제실 밖에서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경보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듀란이 이끄는 타격대가 이미 시설 내부로 침투하여 방어선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스투코프는 곁에 남은 소수의 충성스러운 경비병들을 돌아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피할 수 없는 최후가 문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는 경비병들에게 UED 군대와 교전하지 말고 오직 분열기의 핵심 장치를 듀란으로부터 지키는 데 전력을 다하라고 명령했다. 동족의 피를 흘리게 할 수는 없었기에 그는 방어 시스템을 가동하면서도 살상 무기의 사용을 제한했다. 그것은 진정한 애국자가 선택한 마지막 헌신이었다.

어둠 속의 총성과 마지막 경고

AI 재구성 삽화 — 듀란의 배신을 경고하는 스투코프의 마지막 순간.
AI 재구성 삽화 — 듀란의 배신을 경고하는 스투코프의 마지막 순간.

시설의 두꺼운 강철 문이 폭약에 의해 산산조각 나며 듀란의 타격대가 통제실로 들이닥쳤다. 매캐한 연기 속에서 은폐를 푼 듀란이 유령 요원의 소총을 든 채 스투코프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눈동자에는 인간의 감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질적이고 섬뜩한 광기가 서려 있었다.

스투코프는 무기를 들지 않은 채 두 손을 등 뒤로 짐짓 여유롭게 뒷짐을 지고 그를 맞이했다. 체포하라는 듀갈의 명령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듀란은 수갑을 꺼내는 대신 소총의 총열을 스투코프의 가슴으로 향했다. 타격대원들조차 그 예상치 못한 행동에 당황하여 서로의 눈치만 살폈다.

듀란의 입가에 조롱 섞인 비웃음이 번졌다. 그는 스투코프가 너무 많은 것을 꿰뚫어 보았으며 자신의 위대한 주인을 위해 여기서 조용히 죽어줘야겠다고 차갑게 속삭였다. 스투코프가 입을 열어 그의 정체를 폭로하려던 찰나 어두운 통제실 안을 찢어놓는 날카로운 총성이 귓가를 때리며 울려 퍼졌다.

총알은 스투코프의 제복을 뚫고 그의 심장 근처에 치명적인 구멍을 냈다. 붉은 피가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내렸고 부제독은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차가운 금속 바닥으로 쓰러졌다. 듀란은 쓰러진 그를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즉시 은폐 장치를 가동하여 허공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지휘관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암살자의 도주에 UED 병사들은 극심한 혼란에 빠져 우왕좌왕했다. 그때 통제실의 홀로그램 프로젝터가 켜지며 듀갈 제독의 형상이 나타났다. 화면을 통해 피투성이가 된 채 숨을 헐떡이는 오랜 친구의 모습을 발견한 듀갈의 얼굴은 경악과 공포로 하얗게 질려버렸다.

듀갈은 떨리는 목소리로 의료진을 부르며 스투코프의 이름을 애타게 외쳤다. 스투코프는 입가로 흘러내리는 피를 토해내며 흐려지는 의식을 간신히 붙잡았다. 그는 자신을 쏜 것이 듀란이며 그가 처음부터 우리를 배신할 목적으로 접근한 감염된 첩자라는 끔찍한 진실을 힘겹게 털어놓았다.

죽음의 문턱에서 스투코프는 듀갈을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저그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이 사이오닉 분열기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자신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아 달라고 간청했다. 듀란이 시설을 파괴하려 하니 어서 장치를 지키라는 그의 마지막 목소리는 통제실의 차가운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듀갈이 화면 너머로 손을 뻗으며 절규했지만 스투코프의 고개는 이미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진 후였다. 수십 년을 함께 전장을 누볐던 진정한 친우는 그렇게 오해와 음모 속에서 눈을 감았다. 듀갈은 자신의 어리석은 의심이 가장 소중한 전우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사실에 무너져 내렸다.

뒤늦은 후회와 분열기 사수

AI 재구성 일러스트: 기술자들이 자폭을 중단시키는 동안 사이오닉 분열기 반응로를 확보하는 UED 해병들.
AI 재구성 일러스트: 기술자들이 자폭을 중단시키는 동안 사이오닉 분열기 반응로를 확보하는 UED 해병들.

알렉산더 호의 함교에 주저앉은 듀갈은 양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뼈저린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자신이 그토록 경멸하던 반역자의 오명을 가장 충직한 친구에게 씌웠다는 죄책감이 그의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듀란의 달콤한 거짓말에 놀아난 자신의 오만함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슬픔에 잠겨 있을 시간조차 그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브락시스의 통제실에서 다급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도주한 듀란이 시설의 중앙 반응로에 과부하를 걸어 사이오닉 분열기 전체를 날려버리려 자폭 장치를 가동한 것이었다. 붉은 비상등이 깜빡이며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듀갈은 슬픔을 억누르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지휘관의 차가운 이성을 되찾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듀란을 향한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스투코프의 유산을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불타올랐다. 그는 즉시 브락시스에 있는 모든 병력에게 반응로의 폭발을 막으라는 지상 명령을 하달했다.

UED 병사들은 스투코프의 죽음에 대한 분노를 원동력 삼아 듀란이 해킹해 놓은 자동 방어 포탑들을 부수며 반응로를 향해 돌진했다. 저그의 무리까지 시설 내부로 들이닥치며 상황은 아비규환으로 변했지만 병사들은 목숨을 걸고 폭발 장치의 해제 패널을 향해 한 걸음씩 전진해 나갔다.

치열한 교전 끝에 기술병들이 중앙 반응로의 통제 콘솔에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 듀란이 걸어놓은 복잡한 암호화 코드를 해독하기 위해 그들은 땀을 쥐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카운트다운이 1분을 채 남기지 않은 숨 막히는 순간 듀갈은 함교에서 두 손을 꽉 쥔 채 그들의 성공만을 간절히 기도했다.

마침내 카운트다운이 0을 가리키기 직전 시스템 오버라이드가 성공하며 반응로의 과부하가 멈췄다. 붉게 물들었던 경고등이 꺼지고 분열기의 웅장한 가동음이 다시 정상적인 궤도에 올랐다. 병사들의 환호성이 통신을 타고 들려오자 듀갈은 그제야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굳은 표정을 풀었다.

사이오닉 분열기는 온전히 보존되었고 그 강력한 파동은 브락시스 전역의 저그 무리를 혼란에 빠뜨리며 그 위력을 증명했다. 스투코프의 판단이 옳았음이 증명되는 순간이었지만 그 대가는 너무나도 가혹했다. 듀갈은 친구의 피로 지켜낸 이 장치를 바라보며 속으로 피눈물을 삼켜야만 했다.

제독은 전 함대에 즉각적인 재정비를 명령했다. 이제 그들의 목표는 명확했다. 스투코프의 복수를 완성하고 이 지옥 같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 UED 함대는 저그의 본성인 차 행성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듀갈의 가슴속에는 오직 초월체를 지배하여 모든 것을 되돌려 놓겠다는 집념만이 남았다.

차 행성 강하와 초월체의 굴복

AI 재구성 일러스트: 차 행성에서 어린 초월체에게 진정제를 주입하고 제어 노드를 설치하는 UED 과학자들.
AI 재구성 일러스트: 차 행성에서 어린 초월체에게 진정제를 주입하고 제어 노드를 설치하는 UED 과학자들.

끝없는 화산재와 끓어오르는 용암으로 뒤덮인 차 행성의 붉은 하늘 위로 UED의 거대한 무적함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브락시스에서 가동된 사이오닉 분열기의 파동이 이곳까지 닿아 야생의 저그 무리들은 방향 감각을 잃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강하를 위한 완벽한 조건이 갖추어진 상태였다.

듀갈의 명령과 함께 수백 척의 수송선이 궤도를 뚫고 지표면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분열기의 영향으로 평소라면 하늘을 뒤덮었을 갈귀 떼의 저항은 미미했다. UED의 중장갑 보병들과 공성 전차들이 잿빛 대지 위에 성공적으로 교두보를 확보하며 목표물을 향한 포위망을 좁혀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표는 용암 지대 한가운데서 맥동하고 있는 거대한 살덩어리 바로 새롭게 태어난 어린 초월체였다. 아직 성장이 끝나지 않아 불완전한 상태였지만 그 주위에는 본능적으로 군주를 지키려는 강력한 방어 병력들이 포진해 있었다. 유혈 낭자한 전투 끝에 UED는 마침내 초월체에 도달했다.

중무장한 호위 병력의 엄호 속에 UED의 수석 과학자들과 의무관들이 초월체의 거대한 피막 위로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어린 초월체는 침입자들의 존재를 느끼고 끔찍한 사이오닉 비명을 질러댔다. 그 파동에 노출된 일부 병사들이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졌지만 작전은 멈추지 않고 강행되었다.

과학자들은 굵은 주사기를 초월체의 신경 다발에 찔러 넣고 강력한 신경 억제제와 사이오닉 진정제를 대량으로 투여했다. 거대한 살덩어리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대지를 뒤흔들었지만 약물이 뇌관으로 퍼져나가자 점차 그 거친 움직임이 둔해지기 시작했다. 야수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과정이었다.

이어서 공병들이 초월체의 외피를 뚫고 거대한 금속 제어 노드와 구속 장치들을 무자비하게 박아 넣었다. 살점과 기계가 억지로 융합되며 끔찍한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초월체의 중추 신경계는 UED의 메인프레임 컴퓨터와 강제로 연결되었고 그 생체 신호는 데이터로 변환되어 전송되었다.

초월체의 사이오닉 저항이 마지막으로 거세게 일어났지만 차가운 기계의 통제력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서서히 초월체의 붉은 안광이 흐려지며 규칙적인 기계음과 함께 얌전해졌다. 알렉산더 호의 화면에 초월체의 뇌파가 UED의 통제 시스템과 완벽하게 동기화되었다는 녹색 신호가 떴다.

듀갈은 함교의 화면을 통해 괴물이 완전히 굴복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인류 역사상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우주 최악의 포식자를 인간의 발밑에 무릎 꿇린 것이다. 그의 얼굴에는 성취감과 함께 스투코프를 향한 씁쓸한 애도의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 흘러내리고 있었다.

불완전한 승리와 다가오는 그림자

AI 재구성 일러스트: 차 행성의 어두운 절벽에서 UED 군대를 지켜보는 칼날 여왕 사라 케리건.
AI 재구성 일러스트: 차 행성의 어두운 절벽에서 UED 군대를 지켜보는 칼날 여왕 사라 케리건.

차 행성의 지표면과 궤도에 머물던 UED 병사들 사이에서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들은 자신들이 코프룰루 구역을 넘어 온 우주를 구원했다고 굳게 믿으며 승리의 기쁨에 취했다. 잿빛 대지 위로 펄럭이는 지구 집정 연합의 깃발은 인류의 위대한 승리를 상징하는 듯 위풍당당했다.

통제권을 시험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초월체를 통해 인근의 저그 무리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 놀랍게도 흉폭한 괴물들은 UED의 명령에 따라 자신들의 동족을 향해 발톱을 세우고 산성액을 뿜어냈다. 인간이 저그 군단을 통제하는 무기화 프로젝트가 완벽하게 성공했음을 증명하는 끔찍한 광경이었다.

듀갈은 승전보를 지구로 타전하며 이 구역의 모든 위협을 종식시켰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의 가슴 한구석에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불안감과 공허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스투코프의 희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이 승리는 그에게 영광보다는 씻을 수 없는 상처와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왔다.

과학자들은 24시간 내내 초월체의 신경망을 감시하며 혹시 모를 사이오닉 반발을 억제하기 위해 진땀을 빼고 있었다. 기계 장치와 약물로 억누르고는 있었지만 초월체의 내면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원초적인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이 통제는 유리판 위를 걷는 것처럼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웠다.

더욱 불길한 것은 듀란의 행방이었다. 스투코프를 암살하고 자폭 장치를 가동한 뒤 홀연히 사라진 그는 UED의 레이더망 어디에도 잡히지 않았다. 그가 섬긴다는 '위대한 주인'의 정체도 밝혀내지 못한 채 듀갈은 보이지 않는 적의 그림자가 언제 다시 함대의 목을 조여올지 몰라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

그리고 차 행성의 어두운 이면 깊은 우주의 심연 속에서 이 모든 상황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또 다른 존재가 있었다. 사이오닉 분열기의 파동 속에서도 온전히 자신의 이성을 유지하며 흩어진 무리들을 은밀히 규합하고 있는 칼날 여왕 케리건이었다. 그녀의 입가에는 서늘하고 잔혹한 미소가 맴돌았다.

UED가 어린 초월체를 손에 넣음으로써 저그 군단은 둘로 쪼개졌지만 케리건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만한 인간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무덤을 파고 있다며 조소할 뿐이었다. 그녀는 듀갈이 통제하는 저그를 역이용하여 코프룰루 구역의 모든 세력을 자신의 발밑에 꿇릴 거대한 판을 짜고 있었다.

지구 집정 연합은 코랄을 함락하고 초월체를 지배하며 겉보기에는 완벽한 승리자가 된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다가올 진정한 재앙을 알리는 폭풍 전야의 고요에 불과했다. 인간이 통제하는 저그와 칼날 여왕의 분노가 격돌할 코프룰루 구역의 진짜 전쟁은 아직 그 잔혹한 서막조차 오르지 않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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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스투코프와 듀갈의 엇갈린 운명은 언제 읽어도 마음이 아프네요. 듀란이 얄밉게 웃으며 사라질 때마다 모니터를 뚫고 들어가고 싶어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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