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연대기 21화 · 황제의 방송을 빼앗는 날
이 글의 목차
원작의 사건을 바탕으로 새로 쓴 팬 서사입니다. 인물의 감정과 대사, 장면의 분위기는 재구성했으며 주요 결말을 포함합니다.
멩스크의 선전과 독재에 맞서 증거를 찾는 특공대

히페리온의 함교는 차가운 정적으로 가득했다. 짐 레이너는 화면을 채운 아크튜러스 멩스크의 거만한 얼굴을 노려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우주를 기만하는 독재자의 연설이 매일같이 전파를 타는 현실은 그에게 지독한 무력감을 안겼다. 레이너의 낡은 전투복 위로 푸른 홀로그램 불빛이 일렁였다.
맷 호너가 굳은 표정으로 다가와 데이터 패드를 내밀었다. 망자의 항구에서 악명 높은 해커 올란과의 치열한 분쟁 끝에 마침내 확보한, 타소니스 구형 연합 부관의 해독된 데이터였다. 호너의 목소리에는 흥분과 긴장이 배어 있었다. 그것은 멩스크의 제국을 뿌리째 흔들 수 있는 결정적인 무기였기 때문이다.
부관의 메모리 안에는 과거 타소니스에서 벌어진 끔찍한 진실이 담겨 있었다. 멩스크가 사이오닉 방출기를 설치해 수십억 명의 시민을 저그의 먹잇감으로 던져주었던 명령 음성이었다. 기계적인 재생음 속에서 멩스크의 냉혹한 지시가 교차할 때마다 함교의 공기는 더욱 무거워졌다.
레이너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날 타소니스에 홀로 남겨져야 했던 사라 케리건의 비명이 다시금 귓가를 맴도는 듯했다. 죄책감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이 그의 가슴을 날카롭게 후벼 팠다. 학살의 증거를 손에 넣었음에도, 과거의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은 조금도 위로받지 못했다.
호너는 이 데이터를 자치령 전역에 방송해야만 멩스크의 거짓된 영웅 행세를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치령의 언론 통제망은 철통같아 일반적인 해킹으로는 주파수를 장악할 수 없었다. 코랄 행성 중심부의 유엔엔 방송국 본사 송신탑을 직접 타격하여 데이터를 덮어씌워야 했다.
문제는 코랄의 방어선이었다. 자치령의 심장부에 소규모 특공대가 잠입하여 방송망을 탈취하는 것은 자살 행위였다. 호너는 발할라 기지에서 비밀리에 개발 중인 자치령의 차세대 거대 병기, 오딘을 탈취하자는 대담한 작전을 제안했다. 오딘의 화력이라면 코랄의 방어벽을 뚫을 수 있었다.
작전의 핵심은 들키지 않고 오딘에 접근하여 조종석을 장악하는 것이었다. 거대하고 파괴적인 무기를 다루는 데 능숙하며, 적진 한가운데서도 거침없이 날뛸 수 있는 인물이 필요했다. 레이너는 묵묵히 통신기를 들어 함선 구석에 처박혀 있던 오랜 친구를 호출했다.
타이커스 핀들레이가 특유의 거친 발걸음으로 함교에 나타나 시가를 물었다. 레이너는 그에게 발할라 기지에 잠입해 오딘을 훔쳐내라는 임무를 하달했다. 타이커스는 거대한 장난감을 빼앗아 부술 수 있다는 사실에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치령의 신무기가 그들의 목을 조를 준비를 마쳤다.
타이커스가 오딘 병기에 침투해 빼앗는 임무

발할라 연구 시설은 자치령의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요새였다. 그 중심에는 강철로 벼려낸 거대한 괴물, 오딘이 위압적인 자태를 뽐내며 서 있었다. 타이커스는 환풍구를 통해 몰래 숨어들어와 그 거대한 기계의 다리를 올려다보며 감탄했다. 시가 끝에서 매캐한 연기가 흩어졌다.
자치령 경비병들은 무적 병기 주변에서 여유롭게 순찰을 돌고 있었다. 이 철통같은 기지에 반란군이 숨어들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타이커스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날렵한 움직임으로 그림자 속을 파고들며 조종석으로 향하는 접근로를 탐색했다.
통신기 너머로 로리 스완의 다급하면서도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안 시스템을 무력화시켰으니 지금이 기회라는 신호였다. 타이커스는 앞을 가로막는 기술자 한 명을 가볍게 기절시켜 구석에 밀어 넣고는, 오딘의 외부 장갑을 딛고 재빠르게 기어올랐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있었다.
육중한 조종석 해치를 열고 내부로 들어선 타이커스는 널려 있는 계기판과 조종간을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는 스완이 일러준 대로 기동 코드를 입력하고 메인 엔진의 전원을 올렸다. 묵직한 진동이 거대한 뼈대를 타고 올라와 온몸을 짜릿하게 흔들었다. 괴물이 마침내 깨어났다.
오딘의 전면 광학 센서에 붉은 불빛이 들어오며 육중한 포신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이상 징후를 알아챈 자치령 병사들이 경보를 울리며 달려왔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타이커스는 조종간을 꽉 쥐고 무기 발사 버튼을 거침없이 짓눌렀다. 귀를 찢는 굉음과 함께 발할라 기지의 평화는 박살 났다.
타이커스의 광기 어린 웃음소리가 통신망을 타고 특공대 전체에 울려 퍼졌다. 오딘의 압도적인 연발 포격은 방어 포탑과 장갑차들을 종이조각처럼 찢어발겼다. 그는 닥치는 대로 포탄을 쏟아부으며 기지 내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자치령 군대는 자신들이 만든 병기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기지 외곽에서 대기하던 레이너의 병력들이 혼란을 틈타 신속하게 진입했다. 그들은 타이커스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를 정리하며 오딘의 탈출로를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해병과 불곰이 잔존 병력을 제압하는 동안, 타이커스는 남은 방어 시설들을 짓밟으며 전진했다. 작전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마침내 발할라 기지의 주요 시설이 파괴되고 저항은 완전히 침묵했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폐허 한가운데 우뚝 선 오딘은 그 자체로 공포의 상징이었다. 레이너는 타이커스의 성공적인 탈취를 치하하며 신속히 수송선에 오딘을 실을 것을 명령했다. 이제 코랄의 심장부로 쳐들어갈 차례였다.
멩스크의 과거 학살 증거를 방송망으로 보내는 작전

자치령의 수도 코랄은 멩스크의 위대함을 찬양하는 선전물로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유엔엔 방송국 본사의 송신탑들은 독재자의 목소리를 전 우주로 실어 나르는 거대한 핏줄이었다. 그 화려한 도시 한복판에서 신무기 공개를 축하하는 대규모 퍼레이드가 열리고 있었다.
군중의 환호 속에서 거대한 오딘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치령의 자랑스러운 상징으로 포장된 그 병기의 조종석에 반란군이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없었다. 타이커스는 열광하는 시민들과 호위하는 자치령 근위대를 굽어보며 조종간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렸다. 폭풍 전야의 고요가 흘렀다.
예고 없는 기습이었다. 오딘의 포문이 불을 뿜으며 가장 가까이 있던 자치령 호위 전차들을 일격에 고철로 만들었다. 화려했던 퍼레이드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비명을 지르는 시민들과 당황하여 우왕좌왕하는 자치령 병사들로 거리는 마비되었다. 코랄의 방어선이 내부에서 붕괴되었다.
혼란을 틈타 레이너의 특공대가 강하 포드를 타고 코랄의 광장에 착륙했다. 호너는 궤도 위에서 방송 송신탑의 제어권을 확보하기 위한 데이터 업로드 좌표를 전송했다. 레이너는 병력들을 지휘하여 첫 번째 송신탑으로 달려갔고, 타소니스의 진실이 담긴 데이터를 메인 서버에 밀어 넣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린 자치령 군대가 반격에 나섰다. 멩스크의 정예 보병들과 공성 전차들이 송신탑을 탈환하기 위해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해병들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결사적으로 방어선을 구축했다. 타이커스가 막강한 화력으로 적의 기갑 부대를 저지했지만, 쉴 새 없이 밀려드는 공세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레이너는 가우스 소총을 쉴 새 없이 쏘아대며 최전선에서 병사들을 독려했다. 의무관들이 쓰러진 해병들을 치료하며 전선을 유지했다. 빗발치는 총탄과 포탄의 폭발음 속에서도 레이너의 시선은 오직 데이터 업로드 진행률을 표시하는 단말기에 고정되어 있었다. 단 1퍼센트를 위해 수많은 피가 흘렀다.
마침내 화면이 녹색으로 빛나며 업로드가 100퍼센트에 도달했음을 알렸다. 호너의 다급하면서도 안도하는 목소리가 통신망을 통해 들려왔다. 유엔엔의 메인 방송 네트워크에 침투하여 보안 방화벽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다는 보고였다. 레이너는 피 묻은 헬멧을 닦아내며 하늘을 보았다. 진실이 폭로될 시간이었다.
코랄 전역의 대형 전광판에서 떠들고 있던 도니 버밀리언의 앵커 방송이 돌연 끊어졌다. 화면이 지지직거리며 암전되더니, 이내 차갑고 기계적인 구형 부관의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타소니스에 사이오닉 방출기를 투하하여 저그를 불러들이라는 멩스크의 명령 음성이 전 우주로 생중계되기 시작했다.
군중이 진실을 접하고 자치령의 이미지가 흔들림

마 사라의 허름한 술집부터 코랄의 초호화 거주 구역까지, 자치령의 모든 시민들이 일제히 발걸음을 멈추고 화면을 응시했다. 멩스크가 연합을 무너뜨리기 위해 수십억 명의 타소니스 시민을 저그의 아가리에 던져 넣었다는 충격적인 진실이 그들의 고막을 때렸다. 사람들의 눈동자에는 경악과 불신, 그리고 점차 분노가 어렸다.
방송에서는 멩스크의 광기 어린 육성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연합이든 프로토스든 그 누구도 자신을 막을 수 없으며, 자신이 이 구역을 지배하겠다는 오만한 선언이었다. 그동안 자치령의 구원자이자 자애로운 황제로 포장되어 있던 그의 가면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시민들은 끔찍한 학살자에게 속아왔음을 깨달았다.
코랄의 광장을 가득 메웠던 군중은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았다. 그들은 자치령 근위대를 향해 돌과 쓰레기를 집어 던지며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거리 곳곳에서 폭동이 일어났고, 멩스크의 거대한 동상과 선전물들이 성난 시민들의 손에 의해 불태워지고 훼손되었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자치령의 위상에 균열이 생겼다.
히페리온의 함교로 무사히 귀환한 레이너는 화면을 통해 전 우주에서 들불처럼 번지는 반정부 시위 현장을 지켜보았다. 오랫동안 가슴속에 맺혀 있던 응어리가 조금은 씻겨 내려가는 듯한 씁쓸한 만족감이 밀려왔다. 타소니스의 원혼들과, 그곳에 버려져야 했던 케리건을 위해 마침내 첫 번째 복수를 완성한 셈이었다.
호너가 다가와 자치령 함대의 동향을 보고했다. 변방 행성들에 주둔하던 멩스크의 주력 함대들이 내부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급히 코랄과 주요 행성으로 회군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멩스크의 권력 기반이 흔들리면서 자치령의 군사적 압박은 눈에 띄게 약화되었다. 특공대는 마침내 숨통을 트고 다음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히페리온의 레이더망에 거대한 자치령 전투순양함 한 척이 단독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경보가 울렸다. 호너는 즉각 전투 태세를 갖추라고 명령했지만, 상대는 공격 의지를 보이지 않은 채 통신을 연결해 왔다. 화면에 나타난 것은 아크튜러스가 아닌, 자치령의 거함 부세팔루스호의 내부였다.
통신 화면의 중앙에는 아크튜러스 멩스크를 쏙 빼닮았지만 훨씬 젊고 유약해 보이는 청년이 서 있었다. 자치령의 황태자, 발레리안 멩스크였다. 그는 적대적인 태도를 거두고 레이너에게 자신의 기함으로 와서 대화하자고 정중하게 요청했다. 뜻밖의 인물이 홀로 함선을 이끌고 나타나 협상을 제안하자, 함교의 모든 대원들은 당혹감과 경계심을 감추지 못했다.
레이너는 화면 속의 발레리안을 차갑게 노려보며 턱을 치켜들었다. 멩스크의 핏줄이 자신에게 평화로운 대화를 요구한다는 사실 자체가 불쾌한 농담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발레리안의 눈빛에는 아버지와는 다른 종류의 확고한 목적의식이 서려 있었다. 레이너는 함정을 의심하면서도, 직접 그의 기함인 부세팔루스호에 승선하여 대면하기로 결심했다.
발레리안이 차로 향할 병력을 마련하며 레이너와 협상

짐 레이너와 정예 특공대원들이 자치령의 기함 부세팔루스호의 함교 문을 부수고 진입하자, 대기하고 있던 자치령 근위대와 팽팽한 대치가 이어졌다. 레이너의 소총이 발레리안 멩스크를 향해 겨누어졌으나, 황태자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오만하리만치 당당한 태도로 그들을 맞이했다.
레이너는 총구를 거두지 않은 채 발레리안에게 다가갔다.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린 원수의 아들이 눈앞에 서 있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당장이라도 이 젊은 황태자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넣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자신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인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거칠게 추궁했다.
발레리안은 미동도 하지 않고 레이너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충격적인 사실을 밝혔다. 그동안 특공대에게 젤나가 유물 수집을 의뢰했던 뫼비우스 재단의 진짜 주인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레이너가 모아 온 유물들이 단순한 고대 유적이 아니라, 칼날 여왕을 다시 인간으로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열쇠라고 설명했다.
발레리안의 제안은 명확했다. 자신이 소유한 자치령 함대의 절반을 제공할 테니, 레이너의 특공대와 연합하여 저그의 본거지인 차 행성을 침공하자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완성된 젤나가 유물을 사용하여 케리건을 정화하고, 자신은 자치령의 진정한 후계자로서의 능력을 우주에 증명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너무도 대담한 거래였다.
레이너는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에 휩싸였다. 사라 케리건을 다시 인간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말은 그가 오랫동안 체념하고 가슴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단 하나의 기적이었다. 의심과 희망이 머릿속에서 격렬하게 충돌했다. 멩스크의 아들을 믿을 수는 없었지만, 그가 내민 조건은 레이너가 결코 거절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히페리온으로 돌아온 레이너를 맞이한 것은 맷 호너의 거센 반발이었다. 호너는 멩스크 가문의 인간을 믿는 것은 자살 행위이며, 이것은 특공대를 차 행성에서 몰살시키려는 교묘한 함정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선의 다른 대원들 역시 호너의 말에 동조하며 황태자와의 동맹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하지만 레이너의 결심은 이미 굳어져 있었다. 그는 호너의 만류를 무거운 손짓으로 제지했다. 케리건을 구할 수만 있다면 지옥의 악마와도 손을 잡을 각오가 되어 있었다. 레이너는 씁쓸한 표정으로 발레리안과의 동맹을 공식화했고, 히페리온의 함교에는 무거운 침묵과 불길한 긴장감이 내려앉았다.
발레리안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차 행성 침공을 위한 병력 집결을 약속했다. 이로써 자치령의 반역자와 황태자라는, 우주에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 기묘한 동맹이 맺어졌다. 레이너는 홀로그램 화면 너머로 붉게 타오르는 차 행성의 가상 이미지를 응시했다.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의 수레바퀴가 마침내 파멸의 땅을 향해 구르기 시작했다.
워필드 장군과 레이너의 다른 방식이 부딪힌다

발레리안이 약속한 자치령 함대와 레이너의 특공대가 차 행성 외곽의 집결지에 모여들었다. 수많은 전투순양함들이 우주 공간을 가득 메운 장관은 압도적이었다. 이 거대한 연합 함대의 지휘권은 자치령의 역전의 용사인 호러스 워필드 장군에게 쥐어져 있었다. 그는 멩스크의 충직한 수족이자, 철저한 원칙주의자로 명성이 자자한 인물이었다.
기함의 브리핑 룸에서 워필드 장군은 차 행성 강하 작전의 개요를 설명했다. 그의 계획은 막강한 화력과 대규모 병력을 앞세워 저그의 방어선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정통적인 전면전 방식이었다. 홀로그램 지도 위로 붉은 화살표들이 저그의 주 군락지를 향해 일직선으로 그어졌다. 그것은 교과서처럼 완벽하지만 융통성 없는 작전이었다.
레이너는 팔짱을 낀 채 홀로그램 지도를 노려보다가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저그의 본성인 차 행성의 대기권은 수많은 공중 병력과 포자 촉수들로 뒤덮여 있어, 대규모 함대가 정면으로 진입하는 것은 불나방처럼 죽음 속으로 뛰어드는 짓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소규모 강하 포드로 흩어져 침투하는 유격 전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워필드 장군은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레이너의 의견을 일축했다. 정규 군사 교육조차 받지 않은 용병의 생존술 따위는 자치령 정예 함대의 압도적인 화력 앞에서 무의미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규율과 통제를 강조하며, 자신의 지휘 아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작전이 수행될 것임을 못 박았다. 늙은 장군의 고집은 바위처럼 단단했다.
브리핑 룸의 공기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정규군의 교리와 반란군의 생존 본능은 결코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 같았다. 레이너는 워필드의 오만함이 수많은 병사들을 개죽음으로 몰아넣을 것을 직감하며 이를 악물었다. 두 지휘관 사이의 팽팽한 기싸움은 차 행성에서의 전투가 저그뿐만 아니라 내부의 불신과도 싸워야 함을 예고하고 있었다.
호너가 중간에 나서서 상황을 중재하려 애썼지만, 이미 상해버린 두 사람의 자존심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결국 작전은 워필드 장군의 원래 계획대로 강행하기로 결정되었다. 레이너는 불길한 예감을 떨치지 못한 채 브리핑 룸을 빠져나왔다. 그는 자신의 병력들에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여 독자적인 강하 준비를 서두르라고 지시했다.
마침내 연합 함대가 차 행성의 붉은 대기권으로 진입을 시작했다. 그러나 레이너의 경고는 끔찍한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구름을 뚫고 내려가기도 전에, 둥지를 쑤신 듯 엄청난 수의 뮤탈리스크와 갈귀 떼가 함대를 덮쳤다. 지상에서는 쉴 새 없이 포자 덩어리들이 날아올라 함선들의 장갑을 녹여버렸다. 하늘 전체가 저그의 아가리였다.
히페리온의 함교에서 레이너는 자치령의 거대한 전투순양함들이 저그의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찢겨나가는 참상을 지켜보았다. 워필드의 자랑스러운 정예 함대는 대형을 유지하지 못한 채 뿔뿔이 흩어졌고, 불타는 잔해들이 유성우처럼 차 행성의 지표면으로 추락했다. 오만함이 불러온 예정된 재앙 속에서, 지옥으로의 강하가 시작되고 있었다.
차 행성 상륙에서 겪는 저그의 공격과 워필드 구조

레이너의 특공대는 자치령 함대의 붕괴를 틈타 독자적인 강하 궤도를 계산하여 차 행성의 지표면으로 돌진했다. 강하 포드 창밖으로 불타는 자치령 함선들의 파편과 저그 비행체들이 어지럽게 스쳐 지나갔다. 대기 마찰열로 포드 내부가 찜질방처럼 달아올랐고, 병사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무기를 꽉 쥐었다. 지옥의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굉음과 함께 포드가 화산재로 뒤덮인 대지에 처박혔다. 해치가 열리자마자 훅 끼쳐오는 유황 냄새와 뜨거운 열기가 폐부를 찔렀다. 사방은 끓어오르는 용암강과 기괴한 저그의 점막으로 덮여 있었고, 쉴 새 없이 땅을 뚫고 솟아오르는 저글링 떼가 특공대를 향해 쇄도했다. 레이너는 소총을 난사하며 신속하게 방어 진형을 구축할 것을 명령했다.
빗발치는 총성 속에서 호너의 다급한 무전이 통신망을 뚫고 들어왔다. 워필드 장군이 탑승한 기함 헬레나호가 저그의 대공망을 견디지 못하고 적진 깊숙한 곳에 추락했다는 소식이었다. 생존 신호는 미약하게 잡히고 있었지만, 구조대가 도착하지 않으면 몰살당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정규군의 자존심이 진흙탕 속에 처박힌 순간이었다.
레이너는 망설임 없이 흩어진 병력을 규합하여 워필드 장군의 추락 지점으로 진격할 것을 지시했다. 비록 작전 회의에서는 충돌했지만, 지옥 한가운데서 동맹군을 버려둘 수는 없었다. 해병들과 불곰들이 앞장서서 화염방사기로 저그의 점막을 태우며 길을 열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수많은 저그의 사체가 산처럼 쌓여갔다.
구조를 향한 여정은 처절한 혈투의 연속이었다. 땅 밑에서 기습적으로 튀어나오는 히드라리스크의 가시뼈에 해병들이 쓰러졌고, 의무관들은 빗발치는 산성액을 피하며 필사적으로 부상자들을 치료했다. 레이너는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닦아낼 새도 없이 전선을 지휘했다. 그들은 오직 살려야 한다는 집념 하나로 저그의 바다를 갈라 나갔다.
마침내 헬레나호의 처참한 잔해 주변에 방어선을 치고 결사항전 중인 자치령 생존자들을 발견했다. 워필드 장군은 무너진 철골 구조물에 오른팔이 깔려 짓눌린 상태에서도 남은 손으로 권총을 쏘며 저그에 맞서고 있었다. 그의 군복은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고 얼굴에는 고통이 역력했지만, 끝까지 항복하지 않는 노장의 투혼이 빛나고 있었다.
레이너의 특공대가 측면에서 맹렬한 화력을 퍼부으며 저그의 포위망을 찢어발겼다. 거대한 울트라리스크가 워필드를 향해 낫 같은 발톱을 치켜드는 순간, 레이너가 정확한 사격으로 괴물의 눈을 꿰뚫어 쓰러뜨렸다. 대원들이 신속하게 달려가 잔해를 치우고 워필드를 구출해 냈다. 끔찍한 죽음의 위기에서 간발의 차이로 목숨을 건진 것이다.
응급 처치를 받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던 워필드 장군은 곁에 선 레이너를 올려다보았다. 자신이 무시했던 반란군 용병이 지옥의 밑바닥에서 자신을 구원했다는 사실에 그의 굳은 표정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워필드는 고통을 참아내며 무거운 목소리로 레이너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오만했던 늙은 장군의 눈빛에 처음으로 진정한 존중이 깃들었다.
흩어진 병력과 유물을 모아 최종전을 준비하는 특공대

워필드 장군이 응급 구조선으로 후송된 후, 살아남은 자치령 병력과 레이너의 특공대는 비교적 방어가 용이한 거대한 화산 분화구 안에 임시 기지를 구축했다. 사방에서 피어오르는 매캐한 연기와 불타는 냄새가 진동하는 이곳은 그들이 시뮬레이션으로 겪었던 어떤 전장보다도 끔찍했다. 병사들은 지친 몸을 이끌고 묵묵히 방어벽을 세우고 무기를 점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쪽 팔을 절단하고 기계 의수를 단 워필드 장군이 붕대를 감은 채 작전 통제소로 복귀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홀로그램 탁자 앞에 섰다. 자신의 오판으로 수많은 부하를 잃은 뼈저린 실패를 인정하는 그의 목소리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차 행성의 가혹한 현실은 정규군의 낡은 교리를 완전히 산산조각 내버렸다.
워필드는 레이너를 향해 돌아서며 지상군의 모든 전술 지휘권을 그에게 정식으로 이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지옥 같은 행성에서 살아남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정규군의 방식이 아닌, 레이너의 직관과 유격 전술이 필요하다는 뼈아픈 깨달음이었다. 레이너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 무거운 책임을 기꺼이 자신의 어깨에 짊어졌다.
지휘권을 인수한 레이너는 즉각 기술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동안 뫼비우스 재단을 통해 수집해 온 젤나가 유물의 조각들을 조립하여 활성화 준비를 서두르라는 지시였다. 스완과 기술진들이 조심스럽게 유물 조각들을 하나로 맞추기 시작하자, 고대 장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비로운 푸른빛이 어두운 작전 통제소 내부를 환하게 밝혔다.
완성되어 가는 유물은 기괴하고 끔찍한 저그의 생체 조직들로 뒤덮인 차 행성의 풍경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기묘한 에너지를 발산했다. 이 고대의 유물만이 칼날 여왕의 사이오닉 에너지를 정화하고 그녀를 끔찍한 저주에서 해방시킬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레이너는 푸른빛에 물든 유물을 바라보며 가슴속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떨림을 억눌렀다.
그 곁에서 타이커스가 팔짱을 낀 채 유물과 레이너를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바이저 너머로 어떤 감정이 소용돌이치는지 읽어낼 수는 없었지만, 평소의 가벼운 농담조차 사라진 그의 침묵은 묘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타이커스의 시선 끝에는 구원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피할 수 없는 잔혹한 운명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호너가 다급한 발걸음으로 다가와 레이너에게 최신 정찰 데이터를 보고했다. 차 행성 전역에 흩어져 있던 저그의 무리들이 주 군락지를 중심으로 거대한 해일처럼 집결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칼날 여왕이 침입자들을 몰살시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병력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최후의 방어선을 향한 저그의 대공세가 임박해 오고 있었다.
레이너는 가우스 소총의 장전 손잡이를 당기며 붉게 타오르는 화산재 너머의 황무지를 응시했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도망칠 곳도 없었다. 오직 저 끔찍한 저그의 바다를 뚫고 나아가 유물을 활성화하는 것만이 사라 케리건을 되찾을 유일한 길이었다. 그는 굳게 닫힌 입술을 깨물며 다가오는 결전의 폭풍을 향해 묵묵히 시선을 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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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딘을 훔쳐서 방송국을 털 생각을 하다니 역시 레이너 특공대다운 대담함이네요! 코랄 방송국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는 장면이 눈에 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