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연대기 4화 · 보안관과 유령의 오래된 상처
이 글의 목차
원작의 사건을 바탕으로 새로 쓴 팬 서사입니다. 인물의 감정과 대사, 장면의 분위기는 재구성했으며 주요 결말을 포함합니다.
짐 레이너와 타이커스의 과거 무법 생활

짐 레이너는 낡고 해진 가죽 재킷의 주머니를 뒤적여 빛바랜 사진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샤일로의 붉은 흙먼지가 묻어 있는 듯한 그 사진 속에는 젊고 무모했던 시절의 자신이 서 있었다. 거친 숨소리와 함께 독한 엔진 오일 냄새가 코끝을 스치는 듯한 강렬한 착각이 일었다.
그 시절의 기억은 언제나 타이커스 핀들레이라는 거대한 사내의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시작되었다. 육중한 전투복을 입고도 누구보다 날렵하게 움직이던 그는 레이너의 등 뒤를 지켜주는 유일한 동료였다. 두 사람은 테란 연합의 법망을 비웃으며 변방 행성들을 제집처럼 누볐다.
궤도 열차를 털고 연합의 순찰대를 따돌릴 때마다 핏속을 흐르던 아드레날린은 그들의 유일한 마약이었다. 타이커스는 언제나 선두에 서서 묵직한 총열을 휘둘렀고 레이너는 날카로운 사격으로 적들의 측면을 무너뜨렸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투쟁이자 억압에 대한 반항이었다.
레이너는 당시 자신이 쥐고 있던 가우스 소총의 차가운 금속성 감촉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정의나 대의 같은 거창한 명분은 없었다. 오직 오늘 하루를 살아남고 더 많은 전리품을 챙기기 위해 방아쇠를 당겼을 뿐이다. 무법자의 삶은 위태롭지만 달콤한 자유였다.
좁은 협곡에서 호버바이크를 타고 질주하며 연합의 추격기를 따돌리던 날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빗발치는 총탄이 바위를 부수고 파편이 튀는 와중에도 타이커스는 미친 듯이 웃어젖혔다. 레이너 역시 두려움보다는 심장이 터질 듯한 쾌감에 취해 가속 페달을 밟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깊은 유대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눈빛 하나만으로도 서로의 의도를 파악하고 완벽한 호흡으로 적의 포위망을 돌파했다. 세상 모두가 그들을 범죄자라 손가락질해도 서로에게만큼은 등 뒤를 온전히 맡길 수 있는 진정한 형제였다.
하지만 레이너는 그 무모한 자유의 이면에 자리한 시한폭탄 같은 불안감을 늘 의식하고 있었다. 연합의 포위망은 날이 갈수록 좁혀져 왔고 그들의 얄팍한 행운도 언젠가는 바닥을 드러낼 것이 분명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무법자의 삶에도 서서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
총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약 연기 속에서 레이너는 문득 이 끝없는 도망자 신세에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다치게 하고 무언가를 빼앗는 삶의 끝에는 결국 파멸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조용히 사진을 덮으며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무게를 삼켰다.
타이커스와 갈라져 마 사라 보안관이 된 레이너의 책임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레이너의 가슴 한구석을 날카롭게 찌르고 있었다. 완벽할 줄 알았던 계획은 어긋났고 연합 보안대의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가 사방을 포위했다. 퇴로가 막힌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두 사람은 최후의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 기로에 섰다.
타이커스는 망설임 없이 스스로 미끼가 되어 연합의 화력을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그가 육중한 장갑차를 향해 돌진하며 시선을 끄는 사이 레이너는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살아남으라는 동료의 마지막 외침이 귓가에 맴돌았지만 그는 뒤돌아보지 못하고 도망쳤다.
홀로 살아남았다는 지독한 죄책감은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레이너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었다. 차가운 동면 교도소에 갇혀 있을 타이커스를 떠올릴 때마다 그는 쓴 소주를 들이켜며 괴로움을 달랬다. 과거의 그림자를 지워내기 위해 그는 변방의 먼지투성이 행성 마 사라로 향했다.
마 사라의 건조한 바람을 맞으며 레이너는 자신의 가슴에 낡은 보안관 배지를 달았다. 그것은 단순한 금속 조각이 아니라 과거의 죄를 속죄하고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무거운 책임감의 상징이었다. 무법자였던 그가 이제는 법과 질서를 수호하는 방패가 되어 척박한 땅에 섰다.
궤도 열차를 털던 손으로 이제는 술집의 난동을 제압하고 거친 황무지의 약탈자들로부터 민간인들을 보호했다. 처음에는 보안관이라는 직책이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흙먼지 묻은 주민들의 안도하는 눈빛을 볼 때면 묘한 사명감이 가슴을 채웠다.
마 사라의 주민들은 거칠고 무뚝뚝한 이 새로운 보안관을 처음에는 경계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레이너가 목숨을 걸고 그들의 터전을 지켜내는 모습을 보며 점차 깊은 신뢰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는 이 버려진 행성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가족과 안식처를 찾아가고 있었다.
낡은 리볼버의 탄창을 점검하며 레이너는 창밖으로 펼쳐진 마 사라의 붉은 노을을 가만히 응시했다. 화려하고 자극적이었던 과거의 삶에 비하면 지금의 일상은 한없이 단조롭고 고단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누군가를 지킬 수 있는 지금의 평화로운 삶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책상 위에 놓인 낡은 사진과 가슴에서 반짝이는 보안관 배지가 묘한 대비를 이루며 그의 정체성을 대변했다. 레이너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과거의 망령들을 마음속 깊은 곳에 단단히 봉인했다. 내일은 또다시 거친 황무지의 순찰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는 묵묵히 그 길을 걸을 것이다.
케리건의 강한 사이오닉 능력이 연합에 이용되는 배경

코프룰루 구역의 중심부 깊숙한 곳에 자리한 테란 연합의 비밀 연구 시설은 차갑고 삭막한 공기로 가득했다. 두꺼운 강화 유리 너머의 관찰실에는 어린 소녀 사라 케리건이 멍한 눈동자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주변에는 온갖 복잡한 측정 장비들이 쉴 새 없이 돌아갔다.
하얀 연구복을 입은 연합의 과학자들은 모니터에 나타난 케리건의 사이오닉 지수를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기존의 측정 범위를 아득히 뛰어넘는 수치는 그녀가 가진 잠재력이 얼마나 거대한지 증명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 케리건은 한 명의 인간이 아니라 완벽한 병기일 뿐이었다.
과학자의 지시에 따라 케리건이 테이블 위에 놓인 무거운 티타늄 합금 덩어리에 시선을 집중했다. 순간 보이지 않는 거대한 에너지가 공간을 일그러뜨리며 단단한 금속을 종잇장처럼 구겨버렸다. 소녀의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힘에 연구실 안은 무거운 정적에 휩싸였다.
유리를 넘어오는 과학자들의 흥분된 웅성거림은 케리건의 예민한 신경을 날카롭게 긁어대며 고통을 안겨주었다. 머릿속을 헤집는 듯한 끔찍한 두통에 시달리며 그녀는 작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웅크렸다. 아무도 그녀의 고통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직 능력의 한계만을 시험하려 했다.
관찰실 네 모서리에는 중무장한 연합의 경비병들이 가우스 소총의 안전장치를 푼 채 잔뜩 긴장한 자세로 서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감시하는 이 어린 소녀가 언제 폭주하여 자신들을 찢어발길지 모른다는 짙은 공포를 품고 있었다. 케리건은 그들의 두려운 감정마저 생생하게 읽어냈다.
그녀는 그저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의 품에 안기고 싶었지만 그런 평범한 소망은 이미 산산조각이 난 지 오래였다. 자신의 통제되지 못한 사이오닉 능력이 폭주하여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고 아버지를 파멸시켰다는 끔찍한 기억은 연합의 손에 의해 강제로 덮였고, 오직 그녀의 능력만을 취하려는 자들에 의해 모든 과거가 왜곡되었다. 소녀의 세상은 이제 차가운 금속 벽과 실험 도구뿐이었다.
케리건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녀의 강력한 사이오닉 에너지는 연합의 유령 요원 양성 프로그램에 완벽하게 부합했다. 그들은 이 압도적인 힘을 통제하고 길들여 자신들의 정적을 암살하는 가장 날카로운 검으로 만들고자 했다. 소녀의 타고난 축복은 곧 그녀를 옭아매는 끔찍한 저주가 되었다.
차가운 실험실 바닥에 웅크린 채 케리건은 소리 없는 눈물을 흘렸지만 그 눈물조차 곧 차가운 공기 속으로 말라붙었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는 이미 연합의 폭력적인 통제 아래 철저히 짓밟혔다. 그녀는 서서히 감정을 죽이고 어둠 속의 도구로 변해가고 있었다.
유령 훈련의 통제와 기억 조작으로 빼앗긴 자기 결정권

신경 재사회화 과정은 인간의 정신을 밑바닥부터 파괴하고 재조립하는 끔찍한 고문의 연속이었다. 눈을 찌르는 강렬한 섬광과 뇌리를 강타하는 전기 충격이 케리건의 작은 몸을 쉴 새 없이 경련하게 만들었다. 차가운 의료용 의자에 결박된 그녀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고통을 견뎠다.
관자놀이에 연결된 굵은 전극들은 그녀의 뇌파를 강제로 조작하며 소중했던 기억의 파편들을 하나씩 지워나갔다. 어머니의 따뜻한 미소도 아버지의 다정한 목소리도 짙은 안개 속으로 흩어지듯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그 빈자리에는 오직 연합을 향한 맹목적인 복종심만이 강제로 주입되었다.
혹독한 훈련을 담당하는 교관들은 조금의 자비도 없이 그녀를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으며 인간성을 말살했다. 명령에 대한 아주 짧은 망설임조차도 뼈를 깎는 듯한 끔찍한 신체적 고통으로 되돌아와 그녀를 괴롭혔다. 오직 완벽하게 명령을 수행했을 때만 아주 짧은 휴식이 주어질 뿐이었다.
케리건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눈을 가린 채 C-10 캐니스터 소총을 분해하고 조립하는 훈련을 수없이 반복했다. 그녀의 손가락은 기계 부품처럼 차갑고 정교하게 움직였고 호흡은 죽은 자처럼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감정이 배제된 완벽한 살인 기계의 모습이 그녀의 새로운 자아였다.
은폐복은 마치 그녀의 두 번째 피부처럼 몸에 밀착되어 그녀의 존재 자체를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완벽하게 지워버렸다. 발소리를 죽이고 그림자 속에 숨어들어 목표물의 숨통을 끊는 법을 배우며 그녀의 영혼은 점차 잿빛으로 물들어갔다. 살인은 이제 그녀에게 숨을 쉬는 것만큼 자연스러웠다.
훈련을 마치고 거울 앞에 섰을 때 그녀는 더 이상 사라 케리건이라는 평범한 소녀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거울 속에는 그저 일련번호로 불리는 유령 요원이 차갑고 공허한 눈빛으로 자신을 마주 보고 있을 뿐이었다. 자아를 상실한 빈껍데기만이 연합의 명령을 기다리며 서 있었다.
목덜미 깊숙한 곳에 이식된 신경 억제기는 그녀가 연합의 통제를 벗어나려 할 때마다 끔찍한 고통을 가하며 의지를 꺾었다. 물리적인 결박보다 더 지독한 이 전자 사슬은 그녀의 사고방식 자체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억압했다.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개념 자체가 머릿속에서 완전히 삭제되었다.
케리건은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잊은 채 오직 주어지는 임무에만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연합의 충실한 사냥개가 되었다. 그녀의 막강한 사이오닉 능력은 이제 철저히 통제된 상태로 오직 목표물을 파괴하는 데에만 쓰이도록 설계되었다. 자유 의지를 빼앗긴 유령의 삶은 끝없는 어둠의 연속이었다.
암살 도구로 쓰이던 케리건과 멩스크 가문의 과거 인연

수많은 비밀 작전에 투입된 케리건은 테란 연합의 가장 은밀하고 치명적인 암살 도구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삼엄한 경비를 뚫고 반체제 인사들의 은신처에 잠입하여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목표물을 제거했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는 오직 차가운 시신과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만 남았다.
어느 날 그녀에게 하달된 새로운 임무는 코랄 행성의 유력한 상원의원인 앵거스 멩스크와 그 일가족을 처단하는 것이었다. 연합의 눈엣가시였던 멩스크 가문을 뿌리 뽑기 위해 가장 확실하고 잔혹한 수단인 유령 요원이 투입된 것이다. 케리건의 억압된 정신은 그 명령을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어둠이 짙게 깔린 코랄의 저택에 잠입한 그녀는 은폐장의 보호 아래 소리 없이 경비병들의 목숨을 거두며 전진했다. 그녀의 발걸음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고 소총의 조준경은 정확히 목표물들의 심장을 향해 흔들림 없이 고정되어 있었다. 감정이 삭제된 암살자에게 그들은 그저 제거 대상일 뿐이었다.
앵거스 멩스크와 그의 가족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순간에도 케리건의 눈동자에는 어떠한 동요나 죄책감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기계적으로 방아쇠를 당겼고 생명이 꺼져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임무 완수라는 건조한 데이터만을 뇌리에 새겼다. 거대한 정치적 폭풍을 몰고 올 참극이 그렇게 완성되었다.
임무를 마치고 저택을 빠져나오는 그녀의 손에는 멩스크 가문의 붉은 피가 묻어 있었지만 그녀는 그것을 닦아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신경 제어 장치가 뿜어내는 억제 신호는 그녀가 이 끔찍한 학살에 대해 어떠한 도덕적 판단도 내리지 못하도록 철저히 가로막았다. 그녀는 그저 도구로서 기능했을 뿐이다.
하지만 완벽하게 통제된 줄 알았던 그녀의 깊은 무의식 속에서는 아주 미세한 균열이 생겨나며 공포의 메아리가 울리고 있었다. 쓰러진 아이의 멍한 눈동자가 뇌리에 스칠 때마다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이질감이 가슴 한구석을 차갑게 찌르고 지나갔다. 그것은 지워진 인간성이 보내는 마지막 비명이었다.
연합의 고위층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이 완벽한 암살자의 성능에 감탄하며 축배를 들었지만 그것이 불러올 파국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들은 멩스크 가문의 몰락이 반란의 불씨를 영원히 짓밟을 것이라 오판하며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었다. 케리건은 그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버려져 있었다.
훗날 이 잔혹한 암살 사건이 자신과 아크튜러스 멩스크라는 인물의 운명을 어떻게 엮어놓을지 그녀는 전혀 알지 못했다. 지금의 그녀는 그저 다음 임무를 대기하며 차가운 동면 장치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연합의 충실한 인형일 뿐이었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기억은 다시 한번 깊게 봉인되었다.
멩스크가 그녀를 연합의 통제에서 빼내 자신의 반란에 편입

세월이 흘러 코랄의 후예를 이끄는 아크튜러스 멩스크는 연합의 비밀 연구 시설을 타격하기 위한 대담한 기습 작전을 감행했다. 맹렬한 복수심과 야망으로 불타오르는 그는 빗발치는 총탄을 뚫고 시설의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특수 격리 구역으로 거침없이 진입했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 바로 유령이었다.
굳게 닫힌 동면 장치의 문이 열리고 차가운 냉기와 함께 잠들어 있던 케리건의 모습이 멩스크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눈앞에 있는 이 여자가 자신의 아버지와 가족을 무참히 살해한 바로 그 암살자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었다. 끓어오르는 분노가 그의 주먹을 하얗게 질리도록 꽉 쥐게 만들었다.
당장이라도 권총을 꺼내 그녀의 이마에 구멍을 내고 싶었지만 멩스크의 차가운 이성은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눌렀다. 그는 이 압도적인 사이오닉 능력을 가진 유령 요원이 연합을 무너뜨리는 데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임을 직감했다. 복수보다 더 큰 대의를 위해 그는 잔혹한 살인귀를 거두기로 결심했다.
멩스크의 지시를 받은 반란군 기술자들은 조심스럽게 케리건의 목덜미에 접근하여 연합이 심어놓은 신경 억제기를 강제로 제거했다. 끔찍한 기계 장치가 피부에서 떨어져 나가는 순간 그녀를 옭아매고 있던 보이지 않는 전자 사슬이 마침내 산산조각 났다. 그것은 오랫동안 갇혀 있던 짐승의 목줄을 풀어주는 행위였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깨어난 케리건은 머릿속을 찢어놓을 듯이 밀려드는 혼돈과 파편화된 기억의 해일에 비틀거리며 주저앉았다. 오랫동안 억눌려 있던 감정들이 둑이 터지듯 쏟아져 나오며 그녀의 정신을 무자비하게 유린했다. 자신이 저지른 수많은 살육의 잔상들이 눈앞에 번뜩이며 그녀를 극심한 혼란에 빠뜨렸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녀의 눈앞에 멩스크가 다가와 부드럽지만 단호한 눈빛으로 자신의 거친 손을 내밀었다. 그는 특유의 매력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로 그녀를 괴롭힌 연합에 맞서 함께 싸우자며 달콤한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것은 절망의 늪에 빠진 그녀에게 던져진 유일한 구명줄처럼 보였다.
케리건은 혼란스러운 눈동자로 멩스크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덜덜 떨리는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조심스럽게 맞잡았다. 자신이 누구의 피를 묻혔는지 온전히 기억하지 못한 채 그녀는 이 남자가 자신에게 진정한 자유를 줄 구원자라고 굳게 믿어버렸다. 멩스크 가문의 암살자는 그렇게 아크튜러스의 가장 예리한 칼날이 되었다.
멩스크는 속내를 감춘 채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부축해 무너져가는 연합의 시설 밖으로 이끌었다. 두 사람의 기묘하고도 위험한 동행이 시작되는 순간이었지만 케리건은 그 미소 뒤에 숨겨진 서늘한 야심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의 새로운 삶은 또 다른 형태의 족쇄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시작되었다.
새 자유를 얻었다고 믿으면서도 남아 있는 명령 복종의 흔적

코랄의 후예 지휘함의 차가운 금속 복도를 걸으며 케리건은 끝없이 펼쳐진 우주의 별빛을 창너머로 가만히 응시했다. 억제기가 제거된 이후 그녀는 자신이 마침내 연합의 끔찍한 통제에서 벗어나 온전한 자유를 얻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차가운 공기마저도 이전과는 다르게 달콤하고 상쾌하게 느껴지는 듯했다.
멩스크는 그녀를 더 이상 일련번호로 부르지 않고 사라라는 이름으로 다정하게 부르며 철저히 계산된 온기를 베풀었다. 누구에게도 받아본 적 없는 인간적인 대우에 케리건의 굳게 닫혀 있던 마음도 조금씩 허물어지며 그를 향한 깊은 충성심이 자라났다. 그녀는 이 반란군이 진정한 정의를 실현하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수십 년간 뼛속 깊이 각인된 유령 훈련의 잔재는 그녀의 몸과 마음에 지울 수 없는 깊은 흉터를 남겨두었다. 멩스크가 방에 들어설 때면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척추를 꼿꼿이 세우고 완벽한 부동자세를 취하곤 했다. 그것은 자유 의지가 아닌 통제된 육체가 반사적으로 보이는 복종의 흔적이었다.
편안한 휴식 시간이 주어져도 케리건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불안한 눈빛으로 허공을 맴돌며 누군가의 지시만을 기다렸다.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행동하는 법을 잊어버린 그녀의 뇌는 여전히 임무 완수를 통한 존재 가치 증명에 병적으로 집착하고 있었다. 자유라는 단어는 그녀에게 너무나도 크고 낯선 옷과 같았다.
밤이 되면 과거의 파편화된 기억들이 악몽이 되어 그녀의 뇌리를 날카롭게 긁어대며 식은땀을 흘리게 만들었다. 얼굴 없는 사람들의 비명과 붉은 피의 환영이 어른거렸지만 신경 조작의 후유증으로 인해 그것이 누구의 죽음인지 명확히 떠올릴 수는 없었다. 멩스크 가문과 얽힌 끔찍한 진실은 여전히 짙은 안개 속에 가려져 있었다.
케리건은 자신이 겪었던 끔찍한 억압과 고통을 다른 이들이 겪지 않도록 연합을 무너뜨리는 데 모든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그녀는 멩스크의 대의가 곧 자신의 대의라고 맹신하며 스스로를 반란군의 가장 치명적인 무기로 기꺼이 내던졌다. 그것만이 자신의 얼룩진 과거를 속죄할 유일한 길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득 홀로 남겨질 때면 그녀는 자신이 그저 주인이 바뀐 사냥개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하는 서늘한 의구심에 사로잡혔다. 멩스크의 다정한 미소 이면에 숨겨진 계산적인 눈빛을 마주할 때마다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하지만 그녀는 서둘러 고개를 저으며 그 불길한 직감을 억눌렀다.
복잡한 상념을 떨쳐내기 위해 케리건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C-10 캐니스터 소총을 집어 들고 차가운 총열을 매만졌다. 오직 이 묵직한 무기의 감촉만이 그녀에게 유일한 위안이자 변하지 않는 진실을 확인시켜 주는 매개체였다. 그녀는 다시 한번 눈빛을 차갑게 굳히며 다가올 전투를 위해 스스로의 감정을 깊은 곳에 묻어버렸다.
두 사람이 앞으로 전쟁에 들어가기 직전 각자의 일상에서 끝

척박한 마 사라의 보안관 사무실에서 짐 레이너는 낡은 책상 위에 흙먼지 묻은 부츠를 올려놓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창밖으로는 이 건조한 행성의 쌍둥이 태양이 붉은빛을 토해내며 서서히 지평선 너머로 저물어가고 있었다. 천장의 낡은 선풍기가 삐걱거리는 소리만이 고요한 사무실의 정적을 깨고 있었다.
그는 가슴에 달린 보안관 배지를 소매로 쓱쓱 닦아내며 오늘 하루도 무사히 넘겼다는 사실에 작은 안도감을 느꼈다. 문득 냉동 교도소 어딘가에 갇혀 있을 타이커스의 거친 얼굴이 떠올랐지만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애써 기억을 밀어냈다. 이 지루하고 평화로운 일상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의 내면을 채웠다.
레이너는 리볼버의 탄창을 비우고 총기를 손질하며 내일 있을 변방 거주지의 순찰 계획을 머릿속으로 조용히 정리했다. 우주 어딘가에서 거대한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그는 그저 하루하루의 소박한 평화에 만족하고 있었다. 마 사라의 밤은 그 어느 때보다 고요하고 평온하게 깊어갔다.
사무실의 불을 끄고 밖으로 나온 레이너는 서늘한 밤공기를 들이마시며 밤하늘에 흩뿌려진 무수한 별들을 올려다보았다. 저 멀리 반짝이는 별빛들 사이로 곧 들이닥칠 끔찍한 재앙의 그림자는 아직 그의 시야에 닿지 않았다. 그는 묵묵히 낡은 호버바이크에 올라타 거친 엔진 소리와 함께 흙먼지 속으로 사라졌다.
같은 시각 수많은 광년이 떨어진 우주 공간의 반란군 함선에서 케리건은 어두운 개인실에 홀로 앉아 깊은 명상에 잠겨 있었다. 그녀의 예민한 사이오닉 감각은 함선의 차가운 금속 벽을 넘어 끝없이 펼쳐진 우주의 깊은 심연까지 뻗어 나가고 있었다. 고요하던 그녀의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려지며 신경이 곤두섰다.
우주의 파동 너머로 무언가 거대하고 불길한 존재의 울림이 그녀의 정신을 훑고 지나가며 소름 끼치는 한기를 안겨주었다. 그것은 테란 연합의 유령 요원들도 반란군의 그 어떤 무기도 뿜어내지 못하는 원초적이고 이질적인 굶주림의 감각이었다. 케리건은 본능적으로 다가올 거대한 위협을 감지하고 숨을 죽였다.
그때 함선의 스피커를 통해 멩스크의 차분하고 위엄 있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며 그녀의 아슬아슬한 명상을 깨뜨렸다. 연합의 주요 시설을 타격하기 위한 작전 회의가 곧 시작된다는 호출에 그녀는 반사적으로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길한 예감은 마음 한구석에 묻어둔 채 그녀는 다시 한번 전사의 얼굴로 무장했다.
전혀 다른 과거를 짊어지고 각자의 세상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두 사람의 운명은 아직 서로를 알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코프룰루 구역을 집어삼킬 거대한 전쟁의 불길은 이미 그들의 발밑까지 조용히 번져오고 있었다. 머지않아 이 두 영혼은 피할 수 없는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격돌하게 될 것이다.
댓글 1
레이너와 케리건의 교차되는 운명이 정말 긴장감 넘치네요. 마 사라의 평화와 코랄의 어둠이 대비되니 곧 다가올 폭풍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다음 이야기도 기대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