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어 연대기 7 — 수천 년의 사이, 인간 없는 지구
이 글의 목차
수천 년의 사이, 에밀과 인간 없는 지구
스포일러 안내: 레플리칸트의 결말과 오토마타의 인류 관련 진실을 다룹니다. 두 게임 사이의 긴 시간은 게임 안의 기록과 관련 연표에서 확인되는 범위로 연결합니다. 공개된 사건 사이에 임의의 전쟁이나 인물의 후일담을 만들어 넣지 않습니다.

1. 인간이 사라진 일과 외계인이 온 일

레플리칸트의 주인공은 요나를 되찾았고, D 이후의 E에서는 카이네가 지워진 주인공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 회복이 원형 게슈탈트인 마왕을 되살리지는 않는다. 몸과 영혼을 다시 결합해 인류를 잇겠다는 계획은 기반을 잃었다. 돌아온 레플리칸트 한 사람이 자기 동료와 다시 만나는 일과, 전체 게슈탈트의 붕괴를 막는 일은 별개의 결과였다.
그 뒤로도 세계의 시간은 흐른다. 마지막 전투가 끝나는 순간 모든 마을이 동시에 텅 비는 것이 아니라, 유지가 불가능해진 체계의 결과가 긴 시간에 걸쳐 이어진다. 관련 연표에서는 4198년에 인류가 멸종한 것으로 정리된다. 소년이 누이에게 돌아가겠다고 나섰던 여정의 끝과, 후대가 인류의 부재를 기록하는 시점 사이에는 다시 세월이 있다. 그 긴 결과가 오토마타의 인간 없는 세계와 연결된다.
레플리칸트는 자기들끼리 아이를 낳아 다음 세대를 이어 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주민들이 가족으로 살고 자아를 지녔어도, 그 육체의 생산과 유지는 인간을 되돌리기 위한 체계에 기대고 있었다. 게슈탈트의 붕괴가 이어지고 재결합의 길이 끊긴 뒤에는 현재 살아 있는 사람들의 하루가 남더라도 그 삶을 계속 다음 세대로 잇지 못한다. 마왕을 쓰러뜨린 뒤에도 주인공의 집에 잠시 평온이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과, 긴 시간 뒤 인류가 사라진다는 결과가 함께 놓이는 까닭이다.
외계인의 침공은 그보다 뒤인 5012년의 사건으로 제시된다. 따라서 외계인이 살아 있는 인류를 지구에서 모두 몰아내 달로 보내고, 그 뒤 인간이 사라졌다는 순서로 두 사건을 합치면 안 된다. 인간의 멸종과 외계인 침공은 구별되는 사건이다. 오토마타의 병사들이 처음에 배우는 설명은 그들이 믿고 싸우는 명분이지, 독자가 레플리칸트에서 따라온 과거 전체를 그대로 전달하는 역사 기록은 아니다.
침공한 외계인들은 기계생명체를 전쟁의 병기로 사용한다. 지구 쪽에는 인간이 만든 안드로이드들이 남아 저항한다. 한쪽의 창조자였던 인간이 이미 사라진 뒤에도, 만들어진 존재들은 계속 행동하고 싸운다. 오토마타는 바로 이 세계에 새 병사들을 내려보낸다. 인간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전쟁을 자동으로 끝내는 명령이 되지 못한다. 남아 있는 존재들에게는 조직과 적, 지켜야 한다고 배운 목적이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2. 에밀이 혼자 맞서기에는 너무 넓어진 전쟁

두 게임을 잇는 살아남은 인물로 에밀이 있다. 그는 마왕성에서 동료를 보내려고 자기 힘을 쓰고, 머리만 남은 모습으로도 생존했다. E에서는 새 몸을 가지고 카이네를 도왔다. 그러나 동료와 다시 만난 장면이 그에게 같은 사람들이 영원히 함께하는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 뒤의 긴 세월은 한 번의 모험에서 함께 걸을 수 있었던 친구들이 계속 같은 자리에 있는 시간이 아니다.
에밀은 외계인과의 싸움에도 연결된다. 강대한 힘을 가진 그가 침공에 맞서지만, 상대는 한 번 쓰러뜨리면 전쟁이 끝나는 마물 하나가 아니다. 지구의 넓은 전장을 채우는 기계생명체와 장기적인 전쟁이 있다. 에밀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을 복제한다. 한 몸으로 여러 전장을 동시에 지킬 수 없었던 존재가, 자기와 닮은 많은 개체를 만들어 싸움을 이어가는 것이다.
복제는 힘의 수를 늘리지만 자기 삶을 온전하게 같은 모양으로 보존해 주지는 않는다. 복제가 거듭되고 전쟁의 시간이 쌓이면서 오래된 기억이 흐려진다. 자신이 원본인지, 어디까지가 자기 자신의 경험인지 분명히 붙잡기 어려워진 개체들도 생긴다. 오토마타 시대에 만나는 에밀이 누군가를 기억해 내려 애쓰는 까닭은, 단순히 친구 이름 하나를 잠시 잊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긴 싸움과 반복된 복제 뒤, 지키려던 사람들의 기억을 다시 붙잡아야 하는 처지가 남아 있다.
그래서 오토마타의 이동 상점 에밀을, 레플리칸트에서 처음 만났던 소년이 모든 기억을 그대로 가진 채 같은 몸으로 운전하는 모습이라고 처리할 수 없다. 그에게는 원형 에밀과 이어지는 기억과 관계가 있지만, 복제 이후의 개체라는 조건도 있다. 나중에 월광화를 따라가며 드러나는 기억과 지하의 집, 복제체들의 싸움은 이 조건을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그 이야기는 별도 회차에서 실제 퀘스트의 진행을 따라 다시 다룬다.
눈 때문에 다른 사람과 마주하기 어렵던 소년은 이제 셀 수 없이 긴 시간을 통과한 이름이 된다. 자신의 몸을 바꾸어 동료를 구했고, 세계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수를 늘렸지만, 그 과정에서 정작 왜 그 세계를 지키고 싶었는지와 연결되는 기억을 잃어 간다. 전투력의 크기가 그 사람의 관계를 보존해 주지는 않는다. 에밀의 긴 시간을 알아야 오토마타에서 그가 소중한 친구를 떠올리는 일이 전투 보상보다 무거운 사건으로 보인다.
3. 같은 얼굴이 물려받은 죄책감

오토마타에는 데볼과 포폴이라는 이름과 얼굴도 다시 나타난다. 하지만 마왕성에서 죽었던 두 개체가 되살아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상 캠프에서 일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모델의 다른 안드로이드 두 사람이다. 레플리칸트에서 만난 두 사람과 모델이 같다는 조건 때문에, 그들이 직접 저지르지 않은 과거의 실패가 현재의 처지에 달라붙는다.
프로젝트 게슈탈트가 실패한 뒤 같은 모델의 안드로이드들은 비난과 처분의 대상이 되었다. 살아남은 개체들에게도 죄책감을 느끼도록 하는 조치가 가해졌다.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해서 누군가를 해쳤는지 기억하고 반성하는 경험과는 다른 형태다. 같은 모델이라는 이유로 배척받고, 그 죄책감 자체가 시스템적으로 부과되는 처지가 되는 것이다.
오토마타의 두 사람은 지상에서 보급과 수리 같은 일을 맡으며 살아간다. 다른 안드로이드에게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현실은 과거의 역사 설명이 끝나도 계속된다. 누군가가 그들에게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를 알려면 현재 그 둘이 한 행동뿐 아니라 어떤 이름과 외형을 가지고 있는지도 보아야 한다. 인류가 사라진 뒤에도 인간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는 낙인이 다른 존재들의 관계를 결정한다.
나중에 9S를 돕는 두 사람의 선택은 이 조건 속에서 나온다. 그들은 옛날의 두 관리자가 다시 같은 계획을 실행하는 역할로만 돌아오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자기 행동을 선택하는 현재의 두 개체다. 오래된 이름을 알아보는 일과 현재 누구를 보고 있는지 구별하는 일은 동시에 필요하다. 레플리칸트의 결말을 기억하는 독자일수록 두 쌍을 같은 개체로 합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4. 인류를 위한 병사라는 자리

지구의 안드로이드 전체가 요르하인 것은 아니다. 오토마타에는 지상에서 오래 싸우며 거점을 유지한 레지스탕스가 있고, 궤도상의 벙커를 중심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요르하가 있다. 서로 협력할 수 있지만 같은 조직의 같은 기체로 만들어진 집단은 아니다. 지상 전투의 축적과 생존을 맡은 사람들, 위에서 내려오는 새 부대의 병사들이 만나는 지점에 본편의 관계가 만들어진다.
요르하 병사들에게는 인류의 지구 탈환이라는 목적이 주어진다. 달의 인류 회의에서 온다고 전해지는 메시지와 명령은 그 목적을 반복해 확인한다. 자신들을 만든 인간이 달에서 살아 있고, 언젠가 지구를 되찾아 주어야 한다는 설명은 전쟁에 의미를 준다. 독자는 이미 인간의 멸종을 따라왔지만, 첫 강하를 수행하는 병사들이 처음부터 이 선전의 전부를 간파하고 싸우는 것은 아니다.
인류의 기록을 보관한 달의 시설과 요르하가 생활하고 데이터를 다루는 벙커도 구별된다. 둘 다 하늘 위에 있다고 해서 같은 건물인 것은 아니다. 병사들이 임무를 받고 지구로 내려갔다가 돌아오는 궤도 기지에는 사령관과 오퍼레이터들이 있다. 2B와 9S가 처음 작전을 끝낸 뒤 다시 마주하는 곳도 이 벙커다. 달에서 내려온다는 인류의 목소리와 동료가 실제로 일하는 공간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요르하의 전투형과 스캐너형은 맡은 일이 다르다. 2B는 직접적인 전투를 중심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9S는 조사와 해킹에 강점을 가진다. 같은 전장에 배치되어도 접근할 수 있는 정보와 싸움을 해결하는 방법이 다르다. 이 차이는 두 사람이 함께할 이유가 되지만, 동시에 한쪽만 알게 되는 사실을 만든다. 지구의 적을 조사하는 임무가 자신의 조직의 기록을 들여다보는 탐색으로 바뀔 때 그 차이가 중요해진다.
5. 몸과 기억이 함께 돌아오지 않는 이유

요르하 병사는 신체가 파괴된 뒤에도 저장된 데이터와 다른 몸을 통해 다시 활동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기억을 전혀 잃지 않는 완전한 불사로 생각하면 처음 작전의 결말을 이해할 수 없다. 최신 경험이 전송되지 않으면, 다시 움직이는 몸에는 그 시간이 빠진다. 같은 외형의 동료를 다시 만나도 자신이 함께 경험한 순간을 상대가 똑같이 기억한다는 보장은 없다.
이 조건은 레플리칸트에서 보았던 몸과 영혼의 계획과도 구별된다. 요르하 병사가 자기 데이터를 벙커로 보내는 일은 인간의 게슈탈트를 대응 레플리칸트의 육체에 되돌리는 절차가 아니다. 세계가 남긴 기술과 몸의 형태가 달라졌고, 지금 이 병사들이 겪는 문제도 달라졌다. 다만 누군가를 누구라고 알아볼 때 몸만이 아니라 기억과 관계가 중요해진다는 질문은 다시 나타난다.
병사 곁에는 포드가 동행한다. 작전 정보를 분석하고 원거리 공격과 이동을 보조하는 작은 지원 기체들이다. 2B의 포드 042와 9S의 포드 153은 명령과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로 들어오지만, 본편이 진행될수록 그들과 연결된 안드로이드의 선택과 기억을 계속 지켜보게 된다. 누군가가 파괴되었을 때 남은 데이터를 어떻게 할지는 훗날 그들의 결정에도 걸리는 문제가 된다.
본편의 연도는 11945년이다. 외계인이 들어온 뒤에도 아주 긴 시간이 지난 지구에, 이제 2B와 9S가 강하한다. 그들에게 주어진 당장의 일은 기계생명체의 거대 병기를 파괴하는 것이다. 그 한 번의 작전에서부터 신체를 잃는 일과 기억을 잃는 일이 같은 속도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주인공이 남긴 이름과 카이네가 되찾은 기억의 시대를 지나, 이번에는 함께 싸운 동료가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재회가 기다린다.
자료와 확인 범위
게임의 기록 및 관련 연표에서 확인되는 연결을 설명했습니다. 에밀의 복제체와 원형, 두 게임의 데볼·포폴 개체, 안드로이드 전체와 요르하 부대, 달의 기록 시설과 벙커를 구분합니다. 공연이나 소설에서만 상세히 묘사된 장면을 게임 본편의 장면처럼 재연하지 않았습니다. 원작 대사·가사를 옮기지 않은 TroubleMaker 운영팀의 AI 보조 스토리 해설입니다. 확인일: 2026년 10월 18일(방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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