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어 연대기 1 — 인류를 남기려던 계획
이 글의 목차
니어의 시작, 인간을 남기려던 계획
스포일러 안내: 이 연재는 니어 레플리칸트와 니어:오토마타의 주요 사건, 인물의 정체와 결말을 다룹니다. 1부부터 6부는 레플리칸트의 오빠와 여동생을 중심으로 오토마타 이전의 세계를 따라갑니다. 이후 오토마타의 사건을 진행 순서와 시점에 맞춰 풀고,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는 각각 나누어 설명합니다. 게임의 대사와 공식 소설을 옮긴 글이 아니라 사건과 관계를 새 문장으로 설명하는 상세 스토리 해설입니다.

1. 오토마타의 전쟁보다 먼저 있었던 일

니어:오토마타의 첫 전장에는 살아 있는 인간이 보이지 않는다. 인간이 만들었다는 안드로이드와 외계인이 만들었다는 기계생명체가 지구에서 싸우고, 병사들은 자신들의 전쟁이 인류를 위한 것이라고 배운다. 그러나 인간이 왜 그곳에 없는지를 알려면 이 전쟁보다 훨씬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레플리칸트는 그 이전의 세계에서 한 가족을 지키려는 소망과 인류 전체를 남기려는 계획이 어떻게 충돌했는지를 보여준다.
출발점은 드래그 온 드라군의 E분기다. 다른 세계에서 싸우던 붉은 용과 거대한 존재가 현대 도쿄에 나타난다. 그 충돌은 그 도시 사람들이 알던 전쟁과 재난의 질서를 벗어난 사건이었다. 낯선 존재들의 출현과 죽음 뒤에도 남겨진 영향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잔해와 입자에 닿은 세계에서 인간의 몸을 바꾸는 재앙이 퍼지고, 도시 하나의 이상 현상은 인류 전체의 생존 문제로 번진다.
인류는 백염화증후군이라는 재앙을 겪는다. 감염된 몸은 소금으로 변해 죽거나 인류를 공격하는 레기온이 된다. 사람들은 병을 막아야 할 뿐 아니라 변해 버린 존재들과도 싸워야 했다. 지금까지 살던 땅과 도시를 지키는 일, 병든 사람을 치료하는 일, 살아 있는 다음 세대를 남기는 일이 한꺼번에 위태로워진다. 훗날 마을의 요나가 앓는 흑문병보다 먼저 있었던 재앙이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존 계획을 강요한다.
사람들이 마련한 길은 영혼을 현재의 육체에서 분리하는 것이었다. 몸과 떨어뜨린 인간의 의식을 보존하고, 재앙을 제거한 뒤 안전한 새 몸과 다시 결합시키려 했다. 영혼을 남기는 게슈탈트 기술과 훗날 그 영혼을 받아들일 육체인 레플리칸트, 그 체계를 관리할 안드로이드가 하나의 계획 안에 놓인다. 인간이 계속 살아갈 시간을 현재의 몸 바깥에 맡기는 프로젝트 게슈탈트다. 완성된 해결책을 평온하게 선택한 것이 아니라, 무너지는 세계에서 다른 출구를 찾기 어려웠던 사람들의 계획이었다.
2. 폐허 속에서 누이를 지키던 소년

레플리칸트의 프롤로그는 2053년 여름의 폐허에서 시작한다. 계절과 어울리지 않는 하얀 풍경 속에서 소년과 여동생 요나는 부서진 상점에 몸을 숨긴다. 요나는 병들어 기침하고 소년은 누이를 추위와 위험에서 지키려 한다. 바깥에는 사람을 해치는 검은 존재들이 있다. 인류의 운명을 맡았다는 설명보다 먼저, 눈앞에 누워 있는 작은 가족을 잃지 않으려는 한 사람의 행동이 시작된다.
소년은 자신들에게 접근하는 검은 존재들과 싸운다. 처음부터 세계를 구할 권능을 가진 영웅이 안정된 계획을 세우고 출발하는 도입이 아니다. 요나를 두고 달아날 수도 없고, 상대가 물러나기를 기다릴 수도 없는 처지에서 몸을 움직인다. 공격을 막아 내는 행위는 남매에게 잠깐의 시간을 벌어 준다. 그러나 눈앞의 적을 쓰러뜨리는 것만으로 여동생이 앓는 문제까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 공간에는 검은 책이 있다. 소년은 책을 경계하지만 전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결국 그 힘을 받아들인다. 이때 얻는 힘은 기존 무기로 하던 싸움을 넘어서는 마법의 형태로 드러난다. 소년에게는 누이에게 접근하는 위협을 밀어낼 수단이 생긴 셈이다. 하지만 힘을 얻었다는 사건과 그 힘이 남매를 온전히 구한다는 결론은 구별해야 한다. 프롤로그는 새로운 능력의 획득을 곧바로 가족의 안전으로 이어 붙이지 않는다.
소년은 요나가 책에 손대지 않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가 적들을 막는 동안 누이도 오빠를 돕고 싶어 그 책과 접촉한다. 검은 무늬가 그녀의 몸을 덮으며 상태는 더 나빠진다. 소년은 돌아와 요나를 부르지만, 적을 쓸어버릴 힘을 얻었다는 성과가 누이를 구하는 답이 되지 못했다. 오빠가 누이를 위해 받아들인 수단과 누이가 오빠를 도우려 한 선택이 같은 작은 피난처에서 비극으로 만난다.
이후의 사정은 그 소년을 계획의 중심으로 밀어 넣는다. 같은 기술을 겪은 영혼들이 자아를 잃는 가운데, 그는 자기 자신을 유지할 수 있는 특별한 게슈탈트가 된다. 요나를 살려 주겠다는 약속과 다른 영혼들을 안정시키는 역할이 그의 삶을 묶는다. 누이와 함께 살고 싶어 했던 소년은 아주 긴 기다림을 맡는다. 화면은 그 기다림을 한 사람의 일상으로 전부 보여 주는 대신, 1,412년 뒤의 또 다른 남매에게로 옮겨 간다.
3. 오랜 시간이 지나도 요나는 아프다

장면이 바뀌면 독자는 전혀 다른 모습의 생활 공간을 만난다. 현대 도시의 건축물이 부서져 있던 프롤로그 뒤에, 농사를 짓고 물건을 사고팔며 마을 밖으로 심부름을 나가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남아 있는 시설을 생활 속에서 이용하지만 세계의 과거와 기술을 모두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오래된 도서관과 유적, 기계 시설이 한 세계에 공존한다. 주민들이 살아가는 현재와 그 공간을 만든 과거 사이에 큰 틈이 있다.
3465년의 마을에는 닮은 얼굴의 소년과 요나가 산다. 플레이어가 이름을 정하는 이 주인공도 여동생을 지키는 오빠다. 부모 없이 둘이 생활을 이어 가며, 오빠가 밖에 나가 일을 하는 동안 요나는 집에서 그를 기다린다. 소년이 문을 열고 돌아오면 누이는 그가 무사한지 먼저 반긴다. 현대의 상점에서 적을 막던 오빠와 같은 소망을 가진 남매가, 전혀 다른 모습이 된 세계에서 자기들의 하루를 살아간다.
요나는 흑문병을 앓는다. 주인공이 마을의 일을 맡고 위험한 곳까지 나가는 이유에는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누이의 존재가 있다. 두 사람의 생활은 치료법을 찾는 여정과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먹고살기 위해 남의 일을 돕고, 필요한 것을 구하고, 마을 사람들이 부탁한 일을 수행하는 일상이 주인공의 출발점이다. 훗날 세계의 운명을 바꾸는 선택을 하는 인물이지만, 처음부터 그런 규모의 결정을 할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은 아니다.
요나도 오빠에게 보호받기만 하는 이름 없는 목적물이 아니다. 오빠를 걱정하고, 그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하며, 자신 때문에 오빠가 힘들어하는 상황을 의식한다. 남매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은 같은 방향으로만 작용하지 않는다. 오빠가 누이를 위험에서 떼어 놓으려 할수록, 누이는 자신도 오빠를 위해 무언가를 하려 한다. 이 관계 때문에 주인공이 생활비와 약을 구하러 움직이는 시간에도 요나의 행동이 새로운 사건을 일으킬 수 있다.
주인공은 누이를 위해 약과 음식을 구한다. 자기에게 맡겨진 일을 하고 대가를 받아야 두 사람의 생활이 이어진다. 요나의 몸이 좋아졌다는 작은 소식에는 기뻐할 수 있지만, 집에 돌아올 때마다 병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시 밖으로 나갈 이유가 남는다. 그에게 치료는 언젠가 세상을 이해한 뒤 해결할 학문적 과제가 아니라, 다음 의뢰를 마치고도 놓을 수 없는 매일의 문제다.
4. 데볼과 포폴이 있는 마을

주인공의 일상을 이어 주는 인물로 데볼과 포폴이 있다. 데볼은 마을에서 음악을 들려주는 인물로, 포폴은 도서관에서 주민의 일을 연결하고 주인공에게 도움을 주는 인물로 만나게 된다. 게임 초반의 주인공에게 두 사람은 세계의 비밀을 설명하는 수상한 관리자가 아니라, 자기 생활 속에서 오랫동안 알고 지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뒤의 진실을 먼저 알고 있다고 해서 앞의 관계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다.
포폴에게서 일을 받고 마을 밖으로 나갔다 돌아오는 과정은 주인공이 외부 세계와 연결되는 기본 통로다. 평원은 마을의 안전한 내부와 다른 지역 사이를 잇고, 그 길에는 동물과 마물이 존재한다. 주인공은 누이에게 돌아오기 위해 마물을 상대하면서도, 생계를 위해 다시 마을 밖으로 나가야 한다. 위험을 완전히 피하며 생활할 수 없는 구조다. 이 반복 속에서 치료법을 찾는 더 긴 여정도 시작된다.
주민들은 검은 존재들을 마물이라 부른다. 마을 밖의 안전한 이동과 생계를 위협하는 상대들이다. 주인공은 그들이 어디에서 왔고 무엇을 원하는지 대화를 나눌 수 없으며, 자신과 마을을 공격하는 적으로 맞선다. 검을 휘둘러 길을 확보하면 다시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 싸움에 익숙해질수록, 마물을 쓰러뜨리는 일이 자기 가족을 위한 당연한 행동으로 생활 속에 쌓여 간다.
두 자매가 오래 맡아 온 일은 그보다 크다. 데볼과 포폴은 인간을 보존할 계획과 레플리칸트들을 관리하는 안드로이드다. 한편으로 주인공을 돕고 요나의 상태를 살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유지해야 하는 체계의 진행을 지켜본다. 주민으로 가까이 지낸 관계와 관찰자의 책임이 같은 인물들 안에 있다. 아직 마을에서 도움을 받는 소년에게는 그 두 자리가 하나의 얼굴로만 보인다.
5. 게슈탈트와 레플리칸트는 같은 말이 아니다

이후의 반전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존재의 종류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게슈탈트는 인간에게서 분리된 영혼 쪽을 가리킨다. 레플리칸트는 그 영혼을 나중에 다시 받아들일 육체 쪽으로 마련된 존재다. 안드로이드는 이 둘과 다르다. 계획을 관리하고 유지하기 위해 일하는 데볼과 포폴을 레플리칸트 주민과 같은 종류로 묶으면, 두 사람이 왜 주민과 다른 책임을 지고 행동하는지를 놓치게 된다.
계획대로라면 위험이 사라진 뒤 게슈탈트가 대응하는 육체와 다시 결합해 인류가 돌아와야 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 계획이 유지되는 동안 레플리칸트에게 자아가 생긴다. 남매와 마을 사람들의 생활은 비어 있는 몸들이 정해진 기능만 반복하는 상태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들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기억을 쌓고, 상처를 입으며, 자기 삶을 계속하고자 한다. 이때 원래의 인간을 위한 육체라는 설계상의 용도와 현재 살아가는 존재의 요구가 갈라진다.
그동안 기다린 원래의 인간에게는 다시 가족을 만나 자기 몸으로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 레플리칸트에게도 눈을 뜨고 쌓아 온 자기 가족의 시간이 있다. 한쪽이 돌아가야 할 집이 다른 한쪽에게는 이미 살아온 집인 셈이다. 계획의 관리자는 재결합을 완성하려 하지만, 그 절차의 대상이 된 몸들은 자기의 자리를 빼앗기는 위험을 느낀다. 훗날 한 몸 안에서 두 요나가 마주할 갈등은 여기서 시작된다.
분리된 영혼이 자아를 잃고 붕괴하는 재발은 대응하는 레플리칸트에게도 영향을 준다. 그 몸에 나타나는 흑문병은 마을의 생활 바깥에 남겨진 계획의 위기와 이어져 있다. 그러나 침대 곁에 선 오빠는 그 대응 관계를 알지 못한다. 눈앞의 누이가 앓고 있고 치료할 길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가진 채 움직인다. 누이를 살리려는 그 여정은 병의 근원에 가까워질수록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의 토대를 건드리게 된다.
6. 남매의 바람이 석의 신전으로 이어지기까지

요나에게 전해지는 월광화 이야기는 남매가 가진 소망과 연결된다. 요나는 오빠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고, 그 마음은 집 안에 안전하게 머무는 선택으로만 이어지지 않는다. 주인공이 누이를 위해 바깥에 나가 있는 동안, 요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움직인다. 오빠에게는 보호해야 할 아픈 누이지만, 요나 자신에게도 오빠를 향해 행동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사실이 이 사건을 움직인다.
요나가 석의 신전으로 향하면서 주인공은 단순한 심부름과 생활의 반경을 넘어 더 위험한 공간으로 들어가게 된다. 신전 안에서 누이를 찾아야 하는 일은 세계의 비밀을 알아내겠다는 탐험보다 절박하다. 무엇이 그곳에 있는지 충분히 조사하고 준비한 뒤 천천히 돌아가겠다고 결정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누이가 그 안에 있다는 사실이 주인공을 앞으로 밀어 넣는다. 다음에 만날 백의 서와의 관계도 이 구체적인 상황에서 시작된다.
이때까지 주인공이 모르는 사실은 많다. 프롤로그의 남매와 자신의 관계도, 마물의 정체도, 데볼과 포폴이 맡은 책임도, 흑문병 뒤에 놓인 체계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분명하다. 요나를 찾아 데려오고, 병을 낫게 하고, 함께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 이후의 사건은 이 소망이 얼마나 강한지를 확인하면서도, 그 소망 하나로 다른 존재의 사정까지 모두 판단할 수 있는지 계속 묻는다.
프롤로그의 소년과 마을의 주인공은 서로 다른 자리에서 누이를 지키려고 움직인다. 이야기는 이 닮은 바람을 오래 떨어져 있던 두 시간에 놓고, 훗날 두 존재가 마주칠 때 서로의 선택이 어떤 의미가 되는지 드러낸다. 석의 신전에서 백의 서를 만나기 전의 남매 생활은 그 반전을 위한 장식이 아니다. 주인공이 끝까지 놓지 못하는 관계가 무엇인지, 독자가 먼저 이해하게 하는 출발점이다.
자료와 판본 안내
게임판 니어 레플리칸트 ver.1.22474487139...의 오빠 주인공을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2010년 게임의 아버지판과 가족 관계를 섞지 않으며, 이후 회차에서 2021년판에 추가된 사건과 결말을 따로 표시합니다. 설정을 설명하는 문장과 인물의 행위에서 읽어 낸 해석을 구분했습니다. AI 보조 편집을 사용한 TroubleMaker 운영팀의 스토리 해설입니다. 확인일: 2026년 10월 18일(방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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