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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어 연대기 6 — 카이네의 선택과 지워진 이름

이 글의 목차
  1. 카이네를 위한 선택, 지워진 이름을 되찾는 E
  2. 1. 요나를 데려온 뒤에도 남아 있는 동료의 문제
  3. 2. C, 고통을 끝내기 위해 동료를 죽이는 길
  4. 3. D, 살아남은 사람이 기억하지 못하는 희생
  5. 4. 세 해 뒤, 이름을 모르는 상실을 따라가는 카이네
  6. 5. 기억을 관리하던 존재와 복제된 자신
  7. 6. 지워진 존재를 되찾겠다는 선택
  8. 7. 한 사람이 돌아온 일과 인류의 미래
  9. 자료와 판본 안내

카이네를 위한 선택, 지워진 이름을 되찾는 E

스포일러 안내: 이 회차는 레플리칸트의 C·D결말과 2021년판에 추가된 E결말을 다룹니다. C와 D는 같은 선택에서 갈라지는 결과이며, E는 D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게임의 진행 조건은 서사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 함께 설명합니다.

폐허의 계단을 함께 오르는 카이네와 에밀을 표현한 AI 제작 상징 삽화. 특정 장면을 재현한 공식 게임 화면이 아닙니다.
폐허의 계단을 함께 오르는 카이네와 에밀을 표현한 AI 제작 상징 삽화. 특정 장면을 재현한 공식 게임 화면이 아닙니다.

1. 요나를 데려온 뒤에도 남아 있는 동료의 문제

요나를 데려온 뒤에도 남아 있는 동료의 문제 — 장면·인물 자료를 참고해 제작한 AI 해석 삽화입니다. 공식 게임 화면이 아닙니다.
요나를 데려온 뒤에도 남아 있는 동료의 문제 — 장면·인물 자료를 참고해 제작한 AI 해석 삽화입니다. 공식 게임 화면이 아닙니다.

마왕을 쓰러뜨리는 일은 주인공이 5년 동안 바라던 요나와의 재회로 이어진다. 하지만 함께 여행한 카이네에게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 그녀의 몸에는 마물 티란이 깃들어 있고, 마왕을 죽였다는 결과가 티란과의 관계까지 자동으로 끝내 주지는 않는다. 요나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갈 문턱에서 일행은 또 한 사람을 잃을 수 있는 상황과 마주한다.

C와 D로 향하는 진행에서는 마왕전 뒤 카이네가 마물의 힘에 잠식되는 일이 전면에 나온다. 주인공은 전투에서 함께 싸웠던 동료를 이제 상대해야 한다. 소년기에는 거대한 적과 싸우는 카이네 곁에 들어가 함께 적을 쓰러뜨렸고, 5년 뒤에는 에밀과 함께 그녀를 돌에서 풀어냈다. 지금은 카이네 자신의 몸이 다시 위협의 자리가 된다. 이번에도 기다리면 알아서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고 두고 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녀와 싸운 뒤 주인공에게 말을 거는 존재가 티란이다. 줄곧 카이네와 몸을 나누고 있던 마물은, 이번에는 그녀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해 주인공에게 선택을 제시한다. 상대를 쓰러뜨렸으니 자기 편은 모두 안전해졌다는 결말 대신, 누이를 구한 주인공이 이제 동료를 위해 무엇을 내놓을지 정해야 하는 자리가 놓인다. 여기서 갈라지는 두 결과가 C와 D다.

이 분기는 청년기의 사건과 마왕성에 도달한 여정을 거쳐, 마지막에 같은 동료를 앞에 두고 달라지는 선택이다. 게임에서는 무기들을 모아 이 분기에 도달하게 한다. 주인공이 다시 마왕을 쓰러뜨린 뒤, 막 떠나려던 카이네가 쓰러져 몸의 변화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숨겨졌던 위기가 드러난다. 그녀를 제압한 다음에는 단순히 전투를 이기는 것으로 끝낼 수 없는 두 길이 남는다. 한쪽을 실행한 세계에서 그 결과를 취소하지 않고 다른 쪽까지 연이어 실행하는 것은 아니다.

2. C, 고통을 끝내기 위해 동료를 죽이는 길

C, 고통을 끝내기 위해 동료를 죽이는 길 — 장면·인물 자료를 참고해 제작한 AI 해석 삽화입니다. 공식 게임 화면이 아닙니다.
C, 고통을 끝내기 위해 동료를 죽이는 길 — 장면·인물 자료를 참고해 제작한 AI 해석 삽화입니다. 공식 게임 화면이 아닙니다.

첫 번째 길은 카이네의 목숨을 끝내는 것이다. 이 경우 주인공은 더 이상 그녀가 마물의 힘에 잠식되어 고통받지 않도록 자기 손으로 마지막을 맞게 한다. 카이네와 함께 적을 베어 왔던 검이 이제 그녀를 향한다. 그가 누이를 위해 쌓아 온 힘과 전투 경험은 소중한 사람 모두를 살리는 수단이 되지 못한다. 어떤 위협을 없애야 하는지를 판단하던 싸움이, 곁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의 문제로 바뀐다.

카이네는 마지막에 주인공과 입맞춤을 나누고, 그는 그녀를 죽인다. 이 장면은 둘이 위기를 벗어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뒤 함께 돌아가는 장면이 아니다. 관계를 확인하는 행동과 그 관계를 살아서 이어갈 수 없게 되는 행동이 겹친다. 주인공이 가족을 구했으니 이제 모든 동료와 같은 생활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이 결과에서 끝내 이루어지지 않는다.

카이네가 죽은 뒤에도 주인공은 남는다. 그는 요나와의 관계뿐 아니라 카이네와 함께한 기억도 가진 채 살아가야 한다. 절벽 마을에서 만난 일과 함께 여행한 시간, 돌에서 되찾은 뒤 다시 싸웠던 일이 세상에서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에게 남는 것은 동료를 잃었다는 고통과, 그 동료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 자신이 내린 선택이다.

카이네의 모습이 사라진 뒤 그 자리에 남는 것은 월광화다. 돌에서 돌아온 그녀에게 건넸던 꽃이, 이번에는 다시 함께 걸을 수 없는 이별의 흔적이 된다. 주인공은 그 꽃을 집어 든다. 카이네에게 고맙다는 마음이 남았다는 마지막 표현과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결과는 있지만, 그녀 자신은 이제 그 곁에서 말을 걸지 못한다.

C를 카이네를 구할 마음이 없어서 버리는 선택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 앞에 제시된 방법은 그녀의 고통을 끝내는 길이다. 다만 그 구원은 살아서 앞으로의 시간을 함께하는 결과와 다르다. 게임은 동료의 죽음을 선택하는 쪽과 자기 존재를 내놓는 쪽을 갈라 놓는다. 같은 사람을 아끼는 마음이 어떤 결과를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결말로 가는 것이다.

3. D, 살아남은 사람이 기억하지 못하는 희생

D, 살아남은 사람이 기억하지 못하는 희생 — 장면·인물 자료를 참고해 제작한 AI 해석 삽화입니다. 공식 게임 화면이 아닙니다.
D, 살아남은 사람이 기억하지 못하는 희생 — 장면·인물 자료를 참고해 제작한 AI 해석 삽화입니다. 공식 게임 화면이 아닙니다.

다른 길은 주인공이 자신의 존재를 내놓아 카이네를 구하는 것이다. 그가 대신 상처를 조금 입거나, 가진 마법을 잃는 정도의 거래가 아니다. 그는 현재의 세계에서 사라지고,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지워진다. 자신이 카이네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누군가가 나중에 이야기해 주고 이름을 남겨 줄 수 있는 통상적인 희생과도 다르다. 남겨질 사람들조차 그를 기억하지 못하는 결과가 조건으로 붙는다.

이 선택 앞에는 요나도 있다. 주인공은 자기 누이를 되찾기 위해 그토록 먼 길을 왔고, 마침내 재회할 수 있는 자리에 도착했다. 그런데 자신이 사라지면 누이와 함께 돌아가 앞으로의 생활을 계속할 주체도 사라진다. D가 요구하는 대가는 마왕에게 이기기 위해 쓰고 남은 무기를 반납하는 정도가 아니다. 방금까지 여정의 목적이었던 재회 이후의 삶까지 자기 손으로 내놓는 것이다.

플레이어 역시 이 결정을 게임 바깥의 감상으로만 구경하지 못한다. 게임은 선택의 의미를 확인하고, 주인공의 이름과 진행의 흔적을 지우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누군가가 세계의 기억에서 사라진다는 일을, 그를 움직여 왔던 플레이어가 자기 저장 기록의 상실로도 겪게 만드는 장치다. 여기서 요구되는 확인은 이야기와 무관한 설정 메뉴 조작이 아니라, 주인공이 내놓는 것의 규모를 경험하는 일부다.

주인공은 사라지고 카이네가 남는다. 그녀의 몸에서 당장의 마물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해서, 세계가 인류를 재결합시키는 계획까지 원상복구한 것은 아니다. 카이네에게 생긴 변화와 프로젝트 게슈탈트의 실패는 다른 범위의 결과다. 마왕은 이미 죽었고, 그를 중심으로 유지되던 체계도 같은 상태로 되살아나지 않는다. 주인공 한 사람의 선택으로 친구가 살았다는 사건과 인류 전체의 미래가 회복되었다는 사건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티란 역시 이 거래 뒤 카이네의 몸에 남아 다시 그녀를 조종하지 않는다. 주인공의 존재와 함께 그도 사라지며, 카이네는 마물과 몸을 나누던 상태에서 벗어난다. 줄곧 그녀의 분노와 살육을 부추기던 존재가 마지막에는 자기도 없어지는 선택을 받아들인 것이다. 다만 티란이 사라진 몸으로 돌아오는 일은 그가 주던 마법까지 그대로 가지고 새 삶을 얻는 결과와는 다르다. E에서 카이네가 싸우는 조건에도 그 차이가 남는다.

살아남은 카이네에게는 중요한 무언가가 빠져 있다. 그러나 누구를 잃었다는 이름과 얼굴을 온전히 기억하며 슬퍼할 수 있는 상실이 아니다. 자신을 구한 존재가 기억에서 지워졌기 때문이다. 독자는 주인공이 무엇을 선택했는지 알고 있지만, 남겨진 인물들은 같은 설명을 가지고 있지 않다. D는 이 비대칭을 남기며 끝나고, 2021년판의 E는 바로 그 빈자리에서 다시 시작한다.

그녀의 기억에 잠깐 주인공의 형상이 스치고, 머리에서 월광화가 떨어진다. 카이네는 이유를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린다. 살아남은 몸이 괜찮아졌다는 사실과 마음의 빈자리가 채워졌다는 사실은 같지 않다. 이름을 잊었어도 그 사람에게 이어져 있던 감정까지 아무 흔적 없이 평평해지지는 않은 채, 화면은 사라진 주인공의 이후를 남겨 둔다.

4. 세 해 뒤, 이름을 모르는 상실을 따라가는 카이네

세 해 뒤, 이름을 모르는 상실을 따라가는 카이네 — 장면·인물 자료를 참고해 제작한 AI 해석 삽화입니다. 공식 게임 화면이 아닙니다.
세 해 뒤, 이름을 모르는 상실을 따라가는 카이네 — 장면·인물 자료를 참고해 제작한 AI 해석 삽화입니다. 공식 게임 화면이 아닙니다.

E로 향하려면 D를 본 뒤 새 이름으로 게임을 다시 시작한다. 이미 지워진 주인공의 이름은 처음에 그대로 사용할 수 없고, 초반의 소년기 여정이 다시 이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절벽 마을에서 훅과의 두 번째 싸움을 끝내고 카이네에게 다가가면 이야기는 기존 진행과 달라진다. 소년이 같은 길을 다시 걸어 마왕성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D 이후 3년이 지난 카이네의 시간으로 옮겨 간다.

카이네는 꿈과 일상 속에서 중요한 무언가를 잊고 있다는 감각을 안고 있다. 그녀가 주인공과의 관계를 처음부터 정확하게 설명하며 복원 계획을 실행하는 것은 아니다. 잊힌 사람의 이름을 다른 주민에게 물어 확인하는 일반적인 수색도 할 수 없다. 누군가가 사라져 있다는 빈자리는 남아 있지만, 그 사람이 원래 있었다는 기록과 기억을 손쉽게 꺼낼 수 없는 상태다.

숲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과 기계들의 움직임이 카이네를 신화의 숲 쪽으로 이끈다. 과거 주인공과 일행이 기억을 읽고 열쇠 조각을 얻었던 장소가, 이제는 지워진 존재에 접근하는 길로 다시 등장한다. 카이네가 마주하는 것은 단지 숲 속에 숨어든 새 마물을 처치하고 돌아오면 되는 사건이 아니다. 그곳에는 레플리칸트의 기억과 세계의 기록을 다루는 체계가 있다.

카이네는 그 안으로 들어가 싸운다. 이전 여정에서는 주인공이 앞에서 움직이고 백의 서와 에밀이 함께하던 전투가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카이네의 행동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누군가가 그녀의 상태를 풀기 위해 저택 지하를 내려갔던 때와 달리, 지금은 그녀가 잃어버린 무언가를 향해 안쪽으로 들어간다. 과거의 동료가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그 자리를 찾는 움직임은 멈추지 않는다.

5. 기억을 관리하던 존재와 복제된 자신

기억을 관리하던 존재와 복제된 자신 — 장면·인물 자료를 참고해 제작한 AI 해석 삽화입니다. 공식 게임 화면이 아닙니다.
기억을 관리하던 존재와 복제된 자신 — 장면·인물 자료를 참고해 제작한 AI 해석 삽화입니다. 공식 게임 화면이 아닙니다.

숲 안의 공간은 자연의 풍경만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거대한 나무와 기록을 다루는 구조가 연결되고, 그 체계를 관리하는 소년과 소녀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들은 그저 길을 잃은 아이들이 아니라, 이 세계의 기록과 반복을 지켜본 관리자들이다. 카이네가 바라보는 숲 아래에는 개인의 기억을 넘어 레플리칸트와 세계를 관리하는 정보의 공간이 놓여 있다.

관리자들은 카이네의 행동을 막고 시험하듯 대하며, 그녀는 자신을 닮은 적들과도 싸우게 된다. 자신과 같은 외형이 여러 번 나타난다는 사실은, 닮은 몸이 존재하는 것과 자신이 살아온 경험이 같다는 것이 다름을 드러낸다. 카이네가 여기까지 오게 된 삶은 겉모습 하나로 복제되어 대신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그녀는 자기 의지로 안쪽으로 나아가며 눈앞에 만들어지는 방해를 뚫는다.

그 과정은 혼자 힘으로 모든 벽을 쉽게 무너뜨리는 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몰려오는 적과 거대한 구조 앞에서 카이네가 압도될 때, 에밀이 나타나 그녀를 돕는다. 마왕성의 폭발 뒤 독자가 B결말에서 생존을 확인했던 동료가, 이번에는 새 몸을 가지고 다시 관계 속으로 들어온다. 주인공의 이름을 그대로 기억해 안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더라도 카이네를 돕는 동료의 선택은 존재한다.

에밀의 새 몸에는 팔이 네 개 달려 있다. 그는 카이네와 같은 형상의 적들을 상대하고 앞의 장벽을 부수는 데 힘을 보탠다. 동료의 구조가 끝난 뒤에는 자기도 물러나 안전하게 쉬는 것이 아니라 계속 뒤쪽을 맡아 카이네가 들어갈 길을 만든다. 카이네를 석화시킨 소년이 지하 시설에서 몸을 바꾸고 그녀를 되돌렸던 관계가, 이번에는 기억의 공간으로 향하는 문 앞에서 다시 이어진다.

에밀의 도움으로 카이네는 더 안쪽의 문으로 향한다. 소년 시절 자신이 에밀에게 석화를 부탁했던 일, 에밀이 자기 몸을 바꾸어 그녀를 돌에서 꺼냈던 일과 이어지는 또 한 번의 조력이다. 카이네는 남들이 살려 준 채 이야기에서 물러나는 존재로만 남지 않는다. 이번에는 도움을 받은 힘으로 앞으로 나아가, 다른 누군가가 지워져 생긴 빈자리와 맞선다.

6. 지워진 존재를 되찾겠다는 선택

지워진 존재를 되찾겠다는 선택 — 장면·인물 자료를 참고해 제작한 AI 해석 삽화입니다. 공식 게임 화면이 아닙니다.
지워진 존재를 되찾겠다는 선택 — 장면·인물 자료를 참고해 제작한 AI 해석 삽화입니다. 공식 게임 화면이 아닙니다.

안쪽에서는 칼릴과 그레텔을 비롯해 과거 여정에서 상대했던 적의 기억을 본뜬 전투가 이어진다. 핵심을 부수며 들어간 카이네에게 관리자들은 원형 게슈탈트를 죽인 결과를 들이밀고, 더 깊이 감춰진 기억으로 밀어 넣는다. 마지막에 다시 나타나는 상대는 훅이다. 할머니를 죽이고 자신의 몸을 망가뜨렸던 기억이, 복수 뒤에도 지워지지 않은 가장 깊은 상처로 길을 막는다.

카이네는 이 싸움에서 한 차례 압도된다. 동료의 도움 없이 티란의 마법도 없는 상태로 옛 적과 맞서는 일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그때 백의 서의 목소리가 그녀가 찾아온 이유를 붙잡고, 기억 속 공간에서 다시 그의 힘과 함께 싸울 수 있게 된다. 카이네는 훅을 다시 상대해 쓰러뜨린다. 현실의 길바닥에서 백의 서가 완전한 몸으로 부활해 모두와 새 여행을 떠난다는 장면은 아니지만, 함께 싸웠던 동료의 기록이 지금의 카이네에게 힘이 된다.

카이네는 관리 체계가 정해 둔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사라진 것을 돌려받겠다고 요구한다. D에서 주인공은 그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내놓았다. E에서는 살아남은 카이네가 그 대가를 마지막 결론으로 두지 않으려 움직인다.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사라졌으니 그 선택을 영원히 그대로 기념하는 대신, 그 사람 자신을 다시 만나려는 행동이다.

게임은 지워졌던 주인공의 이름을 다시 다루게 한다. 처음에는 사용할 수 없었던 이름이, 잃어버린 존재를 되찾는 마지막 과정에서 필요해진다. 이때 이름은 단순히 화면에 표시할 문자열 이상의 자리에 있다. 플레이어가 함께한 사람을 불러내는 행위와 카이네의 행동이 겹쳐진다. D에서 저장 데이터가 사라졌다는 경험은, E에서 그 이름과 진행의 흔적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경험으로 연결된다.

관리자들의 체계는 카이네의 행동을 끝내 예정된 결과 안에 가두지 못한다. 거대한 나무와 정보의 공간에서 이어진 싸움 뒤, 주인공이 다시 돌아온다. 모습은 청년기의 마지막 전투 때와 똑같이 나이를 먹은 몸이 아니라, 카이네와 처음 만났던 무렵의 소년 모습이다. 이를 주인공이 처음부터 아무 일도 겪지 않았던 새 인물이라는 결론으로 쉽게 바꾸어서는 안 된다. 이 결말이 다루어 온 대상은 지워진 존재를 되찾는 일이었다.

거대한 월광화가 피어난 자리에서 카이네는 돌아온 주인공을 안는다. 주인공이 처음 여행을 시작한 계기에는 요나가 오빠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월광화를 찾던 일이 있었다. 이번에는 그 꽃의 이미지가 사라진 사람을 다시 만나는 마지막 장면에 놓인다. 주인공이 카이네를 위해 사라진 이야기와, 카이네가 그를 되찾아오는 이야기가 이 자리에서 이어진다. 에밀의 도움과 백의 서의 목소리도 이 회복의 길에 남아 있다.

7. 한 사람이 돌아온 일과 인류의 미래

한 사람이 돌아온 일과 인류의 미래 — 장면·인물 자료를 참고해 제작한 AI 해석 삽화입니다. 공식 게임 화면이 아닙니다.
한 사람이 돌아온 일과 인류의 미래 — 장면·인물 자료를 참고해 제작한 AI 해석 삽화입니다. 공식 게임 화면이 아닙니다.

E는 D가 끝난 뒤 카이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더 보여 주지만, C에서 그녀를 죽인 뒤 같은 인물들이 차례로 D와 E를 다시 실행했다는 시간선은 아니다. C는 다른 선택의 결과이고, D에서 주인공이 사라졌기에 E의 빈자리와 수색이 성립한다. 플레이어가 여러 결말을 확인하는 순서와 인물들이 한 세계에서 실제로 통과한 시간을 구분해야 한다.

또한 이 결말은 마왕을 되살려 원형 게슈탈트의 역할을 복구한 사건이 아니다. 레플리칸트인 주인공 한 사람이 돌아왔다는 사실이 영혼과 몸을 재결합시키려던 전체 계획을 원래 상태로 만들지 않는다. 요나와 카이네, 주인공이 이후 어떻게 살아갈지에 관해 확인되지 않은 긴 행복이나 새로운 전쟁을 덧붙여 게임의 확정 결말처럼 쓸 수도 없다. 마지막 장면이 실제로 돌려준 관계와, 세계 전체에 남은 결과는 구분된다.

2010년 게임의 기본 결말은 A부터 D까지였다. 그 뒤의 E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그리모어 니어의 후일담으로 먼저 제시되었고, 2021년판은 이를 새롭게 확장해 플레이할 수 있는 결말로 담았다. 두 매체의 세부를 전부 동일한 장면으로 합쳐서는 안 된다. 여기서 따라온 것은 2021년 게임판의 카이네가 숲의 관리 체계와 싸우고 주인공을 되찾는 진행이다.

이제 레플리칸트에서 오토마타로 넘어갈 때, 독자는 인간이 사라졌다는 결과를 단순한 배경 문장으로만 만나지 않는다. 한 남매를 구하려던 여행, 자신의 이름을 지운 선택, 남겨진 동료가 그 빈자리를 되찾은 일이 그 이전에 있었다. 에밀 역시 그 시대의 동료들을 기억한 채 훨씬 긴 시간을 지나게 된다. 다음 세계에서 나타날 같은 얼굴과 이름들이 어떤 관계를 이어받고 무엇이 다른 개체인지를 구분할 준비가 여기서 생긴다.

자료와 판본 안내

C·D는 같은 마지막 선택에서 갈라지며, D를 보려면 반드시 C를 먼저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E는 2021년판에서 D 이후의 후속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원작 대사·가사를 전재하지 않고 사건과 선택을 설명한 TroubleMaker 운영팀의 AI 보조 스토리 해설입니다. 확인일: 2026년 10월 18일(방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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