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 연대기 21화 · 죽지 않는 사제에게 돌아온 죽음
이 글의 목차
원작의 사건을 바탕으로 새로 쓴 팬 서사입니다. 인물의 감정과 대사, 장면의 분위기는 재구성했으며 주요 결말을 포함합니다.
핏빛 의식과 불멸의 그림자

방랑자는 메마른 평원의 흙먼지를 거칠게 털어내며 로라스와 함께 엘리아스의 흔적을 쫓고 있었다. 타락한 호라드림, 엘리아스는 릴리트를 성역에 불러들인 장본인이었다. 그가 남긴 핏빛 의식의 잔해는 평원의 모래바람 속에서도 지워지지 않고 역겨운 악취를 풍기며 불길한 기운을 뿜어냈다.
"그놈은 죽지 않아. 내가 직접 검으로 심장을 꿰뚫었는데도 다시 일어났지." 로라스가 쉰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부러진 지팡이 끝으로 땅을 짚었다. 호라드림의 지식을 배신하고 금지된 마법에 손을 댄 엘리아스는 육신의 죽음을 초월한 상태였다. 그 끔찍한 불멸이 성역을 위협하고 있었다.
방랑자는 핏자국이 끊긴 제단을 유심히 살폈다. 검은 피가 엉겨 붙은 제단 위에는 릴리트를 찬양하는 광신도들의 문양이 어지럽게 새겨져 있었다. 엘리아스는 릴리트의 권능을 빌려 성역의 구원을 이룩하겠다는 비뚤어진 신념에 완전히 사로잡혀 이성을 잃고 폭주하는 중이었다.
"그가 불멸을 얻은 방법이 무엇이든, 약점은 반드시 있을 겁니다." 방랑자가 단호하게 말하며 무기를 고쳐 쥐었다. 로라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과거에 자신이 가르쳤던 제자를 완전히 끝내야 한다는 잔혹한 현실에 씁쓸하고도 고통스러운 표정을 애써 감추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은 엘리아스가 단순히 릴리트를 숭배하는 것을 넘어, 더 끔찍한 악마를 성역에 강림시키려 한다는 단서를 발견했다. 찢겨진 양피지에는 고통의 여제, 안다리엘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엘리아스는 불멸의 육신을 방패 삼아 거침없이 의식을 준비하며 성역을 지옥으로 만들려 했다.
"안다리엘이라니, 미친 짓이야. 그 고통의 악마가 풀려나면 성역은 릴리트가 손을 쓰기도 전에 잿더미가 될 거다." 로라스의 눈동자에 짙은 공포와 분노가 스쳤다. 방랑자는 양피지를 움켜쥐며 엘리아스의 광기를 막아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턱에 잔뜩 힘을 주었다.
그들은 엘리아스의 다음 목적지가 케지스탄의 깊은 사막 너머에 있는 버려진 궁전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곳에서 그는 안다리엘을 온전히 현신시키기 위해 강력한 영혼을 가진 숙주를 찾고 있었다. 악마의 강림을 막기 위해 그들에게 남은 시간은 모래시계의 모래처럼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방랑자는 짐을 챙기며 사막의 지평선을 노려보았다. 불사의 몸을 가진 타락한 사제와 고통의 여제를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릴리트의 그림자가 성역을 뒤덮는 것을 막기 위해, 그들은 주저 없이 거센 모래폭풍이 몰아치는 사막 속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고통의 숙주가 된 마녀

케지스탄의 버려진 궁전에 다다르자, 짙은 피비린내와 함께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가 메아리쳤다. 방랑자와 로라스는 무너진 기둥 사이로 몸을 숨기며 의식이 벌어지는 중앙 홀로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그곳에는 엘리아스가 피로 물든 로브를 입고 기괴한 주문을 읊조리며 서 있었다.
제단의 중앙에는 마녀 타이사가 무거운 쇠사슬에 묶인 채 발버둥 치고 있었다. 그녀의 몸에는 안다리엘을 불러들이기 위한 끔찍한 룬 문자가 붉게 타오르며 새겨지는 중이었다. 타이사는 살이 타들어 가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엘리아스를 향해 저주의 말을 내뱉으며 저항하고 있었다.
"너의 고통이 여제님을 이 땅에 부를 훌륭한 그릇이 될 것이다, 타이사." 엘리아스가 창백한 얼굴로 미소 지으며 그녀의 이마에 피로 젖은 손을 얹었다. 타이사의 눈동자가 하얗게 뒤집히며 기괴한 녹색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홀 안의 공기가 급격히 차갑고 탁하게 가라앉았다.
로라스는 자신의 오랜 지인인 타이사가 겪는 끔찍한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엘리아스! 당장 그 미친 짓을 멈춰라!" 그가 은신처에서 뛰쳐나가며 벼락같은 호통을 쳤다. 방랑자 역시 무기를 뽑아 들고 로라스의 곁을 지키며 홀 중앙으로 나서서 엘리아스를 향해 살기를 뿜어냈다.
엘리아스는 여유로운 몸짓으로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로라스, 늙고 어리석은 스승이여. 당신은 늘 성역의 진정한 구원을 이해하지 못했지." 그가 손짓을 하자, 홀의 어둠 속에서 릴리트를 찬양하는 수십 명의 광신도들이 무기를 들고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쏟아져 나왔다.
방랑자는 광신도들의 맹렬한 공격을 튕겨내며 타이사가 묶인 제단으로 길을 열었다. 검격이 오가고 피가 사방으로 튀는 와중에도 타이사의 비명은 점차 인간의 것이 아닌 기괴하고 날카로운 쇳소리로 변해가고 있었다. 안다리엘의 강림이 턱밑까지 다가왔음을 알리는 불길한 징조였다.
"타이사의 의식이 완전히 먹히기 전에 사슬을 끊어야 합니다!" 방랑자가 광신도의 목을 베어 넘기며 로라스에게 다급하게 외쳤다. 로라스는 마법을 엮어 엘리아스의 시선을 끄는 사이, 방랑자는 쏟아지는 적들의 공격을 뚫고 제단을 향해 혼신의 힘을 다해 맹렬하게 돌진해 나갔다.
엘리아스는 방랑자의 접근을 막기 위해 핏빛 장벽을 세웠으나, 방랑자의 무기에 깃든 맹렬한 기세가 장벽을 산산조각 냈다. 하지만 제단에 도달한 순간, 타이사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맹독의 안개가 홀 전체를 집어삼키며 살갗을 녹일 듯한 끔찍한 악취를 풍기기 시작했다.
강림한 고통의 여제

맹독의 안개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일어섰다. 타이사의 육신을 매개로 고통의 여제 안다리엘의 환영이 불완전하게나마 성역에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것이다. 쇠사슬이 얽힌 기괴한 뼈와 흉측한 가시가 돋아난 악마의 형상이 붉은 눈을 번뜩이며 방랑자를 잔혹하게 내려다보았다.
"고통… 끝없는 고통을 주마!" 안다리엘의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가 홀을 뒤흔들었다. 그녀가 휘두른 맹독의 사슬이 바닥을 내리치자, 돌바닥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치명적인 독기가 뿜어져 나왔다. 방랑자는 숨을 참으며 사슬의 궤적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반격의 기회를 노렸다.
로라스는 타이사의 영혼이 완전히 소멸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고대 호라드림의 봉인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방랑자! 악마의 시선을 끌어주게! 내가 타이사의 의식을 붙잡아 보겠네!" 로라스의 외침에 방랑자는 주저 없이 안다리엘을 향해 정면으로 뛰어들며 맹렬한 기세를 뿜어냈다.
방랑자의 무기가 안다리엘의 흉측한 다리를 강타했지만, 악마는 비웃듯 맹독을 뿜어냈다. 피부가 타들어 가는 고통 속에서도 방랑자는 물러서지 않고 연속적인 타격을 가했다. 악마의 주위로 고통의 환영들이 피어오르며 방랑자의 정신을 갉아먹으려 했지만, 굳건한 의지로 이를 버텨냈다.
엘리아스는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여유롭게 주문을 유지하려 했으나, 로라스의 결사적인 방해로 의식의 연결이 점차 흐트러지고 있었다. 안다리엘의 형상이 매 순간 일그러지며 타이사의 본래 목소리가 드문드문 섞여 나오기 시작했고, 악마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둔해졌다.
"지금입니다!" 방랑자는 안다리엘의 방어가 헐거워진 틈을 타, 가장 짙은 독기가 뿜어져 나오는 악마의 흉부를 향해 혼신의 힘을 다해 일격을 찔러 넣었다. 끔찍한 비명과 함께 맹독의 폭풍이 홀을 휩쓸며 악마의 거대한 형상이 산산이 조각나며 짙은 안개 속으로 흩어져 버렸다.
굉음과 함께 안다리엘의 기운이 사라지자, 타이사가 검은 피를 토하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방랑자는 황급히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 타이사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눈을 떴지만, 고통의 여제가 남긴 끔찍한 후유증으로 온몸을 덜덜 떨며 극심한 공포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엘리아스는 의식이 실패하자 분노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어리석은 놈들, 진정한 구원을 걷어차다니!" 그가 핏빛 마법을 터뜨려 시야를 가린 뒤, 무너지는 궁전의 잔해 속으로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방랑자는 타이사를 지키며 그의 비겁한 도주를 분통 터지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속삭임의 나무와 늪의 마녀

타이사를 안전하게 구출한 후, 그들은 엘리아스의 불멸을 깰 방법을 찾기 위해 하웨자르의 깊고 어두운 늪지대로 향했다. 그곳에는 죽은 자들의 머리가 매달려 지식을 속삭이는 기괴한 존재, 속삭임의 나무가 있었다. 늪의 끈적한 진흙이 방랑자의 발목을 무겁게 잡아끌며 불길함을 더했다.
늪지대 깊은 곳에서 그들은 늪의 마녀 팀웨를 만났다. 팀웨는 기침을 뱉어내며 방랑자와 로라스를 경계 섞인 눈으로 바라보았다. "엘리아스를 쫓는 자들이군. 그 오만한 사제는 나무와 끔찍한 거래를 했지. 영원한 생명을 얻는 대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빚을 지기로 말이야."
팀웨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속삭임의 나무는 썩은 가지마다 수많은 머리통을 매달고 있었다. 머리들은 일제히 눈을 번뜩이며 방랑자를 향해 기괴한 합창을 시작했다. "빚을 갚지 않은 자… 엘리아스… 그의 머리는 우리의 것이다." 수백 개의 목소리가 뒤섞여 뇌리를 파고들었다.
방랑자는 나무의 압도적인 기운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단호하게 질문을 던졌다. "그의 불멸을 끝낼 방법이 무엇인지 말해라. 그가 당신들과 맺은 계약에 분명히 맹점이 있을 것이다." 나무의 머리들은 서로 속삭이며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를 흘려보내더니 서서히 입을 열었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육신에서 떼어내어 숨겼다.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은 사원, 그곳에 그의 썩어가는 신체의 일부가 단단히 봉인되어 있지." 나무의 목소리가 늪지대의 짙은 안개를 가르고 방랑자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그것이 엘리아스가 아무리 찔려도 죽지 않는 추악한 이유였다.
팀웨는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발가락을 잘라내어 끔찍한 주술을 걸었어. 그 발가락이 온전한 이상, 그의 심장을 백 번 찌른다 해도 그는 다시 일어날 거다." 불멸의 비밀이 그토록 기괴하고 끔찍한 신체 훼손 주술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에 로라스는 혀를 찼다.
"그 발가락을 찾아 파괴하면, 그놈도 평범한 인간처럼 죽음을 맞이하겠군." 로라스가 낡은 지도를 펼치며 가라앉은 사원의 위치를 가늠했다. 속삭임의 나무는 엘리아스의 머리를 자신들에게 가져오는 조건으로 그들에게 사원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며 기괴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방랑자는 나무와의 불길한 거래를 마음에 새기며 늪을 빠져나왔다. 영원한 생명이라는 헛된 욕망에 사로잡혀 자신의 육신마저 조각낸 엘리아스의 최후가 머지않았음을 직감했다. 그들은 지체 없이 바다 밑바닥에 잠긴 고대 사원을 향해 결연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사원에 숨겨진 불멸의 비밀

바닷물이 넘실거리는 해안가 절벽 아래, 잊혀진 고대 사원의 입구가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사원 내부는 습기와 소금기로 가득했고, 벽면에는 엘리아스가 자신의 죽음을 봉인하기 위해 그려놓은 핏빛 룬들이 흉측하게 빛나며 침입자를 거부하는 불길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방랑자와 로라스는 사원의 깊은 곳으로 조심스럽게 나아갔다. 부패한 바다 괴물들과 엘리아스가 남겨둔 피의 골렘들이 길을 막아섰지만, 방랑자의 맹렬한 무력 앞에 차례대로 쓰러져 진흙탕에 처박혔다. 쉴 새 없는 전투 끝에 마침내 그들은 가장 깊은 성소에 도달할 수 있었다.
성소 중앙에는 검은 물이 고인 항아리가 놓여 있었고, 그 주위로 겹겹의 강력한 보호 마법이 진동하고 있었다. "저 안에 그놈의 죽음이 담겨 있군." 로라스가 지팡이를 들어 마법의 흐름을 분석하며 말했다. 항아리 속에는 기괴하게 미라화된 발가락이 둥둥 떠서 붉은빛을 내고 있었다.
방랑자가 항아리로 다가가자, 엘리아스가 남겨둔 함정이 발동하며 강력한 원혼들이 비명을 지르며 쏟아져 나왔다. 원혼들은 방랑자의 정신을 파고들며 끔찍한 환영을 보여주려 했지만, 방랑자는 굳건한 의지로 환영을 떨쳐내고 무기를 휘둘러 자신을 옭아매는 원혼들을 베어 넘겼다.
"로라스, 보호 마법을 해제해 주십시오!" 방랑자의 외침에 로라스는 고대 호라드림의 주문을 읊으며 항아리를 감싼 결계를 무력화하기 시작했다. 결계가 흔들리며 마법의 빛이 사그라지는 틈을 타, 방랑자는 주저 없이 항아리를 향해 무기를 강하게 내리쳐 박살 낼 준비를 마쳤다.
쨍그랑 하는 파열음과 함께 항아리가 산산조각 나며 썩은 물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그 속에서 굴러나온 흉측한 발가락을 방랑자는 무거운 장화 발로 무자비하게 짓밟아 버렸다. 뼈가 부서지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끔찍한 비명 소리가 사원 전체에 울려 퍼지며 벽면이 거세게 흔들렸다.
발가락이 파괴되는 순간, 멀리 떨어진 곳에 있던 엘리아스의 육신에도 치명적인 충격이 가해졌을 것이 분명했다. 성소를 채우고 있던 핏빛 룬들이 일제히 빛을 잃고 검은 재로 변해 허공으로 흩어졌다. 엘리아스를 지탱하던 불멸의 사슬이 마침내 영원히 끊어지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제 그놈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 평범한 필멸자로 돌아간 거지." 로라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부서진 잔해를 내려다보았다. 방랑자는 무기를 거두며 굳은 결의를 다졌다. 이제 엘리아스를 찾아내어 그가 저지른 모든 악행과 살육에 대한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할 차례였다.
필멸자의 비참한 최후

불멸을 잃은 엘리아스는 하웨자르의 깊은 늪지대 외곽에 위치한 낡은 요새로 도망쳐 숨어 있었다. 방랑자와 로라스가 요새의 문을 부수고 들어섰을 때, 엘리아스는 검은 피를 토하며 릴리트의 조각상을 향해 자신을 구원해 달라는 절망적이고도 비참한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불가능해… 내 위대한 과업이 이렇게 끝날 수는 없다!" 엘리아스가 뒤를 돌아보며 악에 받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의 창백한 얼굴에는 이전의 오만함과 여유로움은 온데간데없고,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극심한 공포와 광기만이 가득 차올라 두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네놈의 헛된 망상은 여기까지다, 엘리아스." 로라스가 차가운 목소리로 선언했다. 방랑자는 무기를 겨누며 엘리아스의 숨통을 끊기 위해 천천히 다가갔다. 궁지에 몰린 엘리아스는 남은 모든 생명력을 쥐어짜 내어 핏빛 마법을 폭발시키며 최후의 발악을 시작했다.
엘리아스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번개가 방랑자를 덮쳤다. 방랑자는 몸을 굴려 공격을 피한 뒤, 요새의 무너진 기둥을 박차고 뛰어올라 엘리아스의 어깨를 깊게 베었다. 붉은 피가 허공으로 튀어 올랐고, 엘리아스는 짐승처럼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렸다.
"나는 성역을 구원할 자다! 릴리트 어머니만이 우리를 이끌 수 있어!" 엘리아스는 미친 듯이 웃으며 바닥에 고인 자신의 피를 매개로 거대한 피의 가시들을 소환했다. 날카로운 가시들이 사방에서 솟아오르며 방랑자의 퇴로를 차단하고 숨통을 조여오기 시작했다.
방랑자는 가시의 틈새를 파고들며 치명적인 타격을 연달아 적중시켰다. 불멸을 잃은 엘리아스의 육신은 방랑자의 묵직한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방랑자의 강력한 일격이 엘리아스의 가슴을 정통으로 꿰뚫자, 그의 입에서 검은 피가 왈칵 쏟아져 내렸다.
엘리아스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가슴에 박힌 무기를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어머니… 저들을… 벌하소서…" 그는 허공을 향해 피 묻은 손을 뻗으며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그의 몸뚱이가 바닥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요새를 감싸던 불길한 기운이 완전히 사그라졌다.
방랑자는 거친 숨을 고르며 쓰러진 엘리아스의 시신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수많은 악행을 저지르고 성역을 위기에 빠뜨린 타락한 사제의 최후는 너무도 비참하고 초라했다. 로라스는 말없이 다가와 과거의 제자였던 자의 죽음을 묵묵히 지켜보며 깊은 상념에 잠겼다.
영원한 속삭임의 형벌

방랑자는 엘리아스의 시신에서 머리를 잘라내어 묵직한 자루에 담았다. 속삭임의 나무와 맺은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서였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자루를 들고 늪지대를 다시 가로지르는 동안, 늪의 안개는 그들의 발걸음을 재촉하듯 스산하게 흔들리며 불길한 소리를 냈다.
속삭임의 나무에 도착하자, 매달린 머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기괴한 웃음을 터뜨렸다. "빚을 갚으러 왔군. 냄새가 나… 오만한 사제의 썩어가는 피 냄새가." 나무의 굵은 가지들이 마치 굶주린 손을 뻗듯 방랑자를 향해 구부러지며 기괴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방랑자는 자루를 풀어 엘리아스의 잘린 머리를 진흙 바닥에 거칠게 던졌다. 머리는 죽음의 공포가 굳어진 표정 그대로 굴러갔다. 나무의 뿌리가 꿈틀거리며 솟아오르더니, 엘리아스의 머리를 단단히 휘감아 나무의 텅 빈 가지 위로 무자비하게 끌어올려 단단히 고정했다.
가지에 매달린 엘리아스의 머리가 갑자기 두 눈을 번쩍 떴다. "안 돼! 나는 릴리트의 선택을 받은 자다! 이런 썩은 나무에 매달릴 수는 없어!" 죽어서도 안식을 얻지 못한 엘리아스의 영혼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지르며 발악했지만, 가지는 그를 더욱 강하게 옥죌 뿐이었다.
다른 머리들이 엘리아스를 조롱하며 낄낄거렸다. "영원한 생명을 원했지? 이제 우리와 함께 영원히 속삭이게 될 것이다, 오만한 자여." 나무의 기운이 엘리아스의 머리로 스며들자, 그의 비명은 점차 고통스러운 쇳소리로 변해갔고 그의 눈동자는 절망으로 검게 물들었다.
방랑자는 그 끔찍한 광경을 차가운 눈으로 지켜보았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 타인의 목숨을 짓밟고 악마와 손을 잡은 자에게 어울리는 가장 완벽하고 잔혹한 결말이었다. 계약은 이행되었고, 엘리아스는 죽음보다 못한 영원한 고통 속에 갇혀 늪지대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속삭임의 나무는 만족스러운 듯 잎사귀를 떨며 방랑자에게 말했다. "빚은 청산되었다. 너희의 길을 가라, 필멸자여. 지옥의 문턱이 너희를 기다리고 있으니." 나무의 경고는 엘리아스의 죽음이 끝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위협의 시작에 불과함을 암시하고 있었다.
로라스는 엘리아스의 머리에서 시선을 거두며 무거운 몸을 돌렸다. "가세. 저놈의 죗값은 저것으로 충분해. 우리에겐 아직 막아야 할 진짜 적이 남아 있으니까." 방랑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속삭임의 늪을 뒤로하고 지옥으로 향하기 위한 무거운 발걸음을 묵묵히 옮겼다.
지옥을 향한 결의

엘리아스의 위협이 사라진 후, 방랑자와 로라스는 타르사락에 마련된 임시 은신처로 귀환했다. 그곳에는 도난이 수척해진 얼굴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요린을 잃은 슬픔이 여전히 그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복수심으로 단호하게 빛나고 있었다.
"엘리아스는 처리했소?" 도난이 묻자 로라스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속삭임의 나무에 매달려 영원히 떠들게 되었지. 이제 남은 건 릴리트뿐이야." 그 이름이 나오자 은신처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으며, 세 사람 사이에 숨 막히는 긴장감이 맴돌기 시작했다.
릴리트는 이미 지옥으로 향하는 문을 열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녀가 지옥의 힘을 완전히 흡수하게 둔다면 성역은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을 맞이할 것이 분명했다. 방랑자는 탁자 위에 지도를 펼치며 릴리트를 추적할 경로를 짚어보며 앞으로의 계획을 세밀하게 논의했다.
"우리가 직접 지옥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곳에서 릴리트를 막지 못하면 모든 것이 끝납니다." 방랑자의 결연한 목소리에 도난과 로라스는 무거운 침묵으로 동의를 표했다. 필멸자의 몸으로 악마들의 소굴인 지옥에 발을 들이는 것은 끔찍한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영혼석의 조율은 거의 끝났네. 릴리트를 가두려면 완벽한 타이밍이 필요해." 도난이 품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영혼석을 꺼내며 말했다.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아들의 목숨을 앗아간 악마들을 향한 복수를 다짐하는 그의 의지는 그 어떤 것보다 굳건했다.
로라스는 낡은 검을 숫돌에 갈며 다가올 전투를 묵묵히 준비했다. "호라드림의 마지막 임무가 지옥으로의 행진이라니, 티리엘이 본다면 기가 막혀 하겠군." 그의 씁쓸한 농담 속에는 다가올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성역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적인 사명감이 배어 있었다.
방랑자는 자신의 방어구를 점검하고 무기의 날을 날카롭게 세웠다. 엘리아스를 꺾은 승리의 여운은 이미 사라지고, 지옥의 유황 냄새가 코끝을 스치는 듯한 숨 막히는 압박감이 밀려왔다. 그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굳은 결의를 다졌다.
"준비가 끝나는 대로 출발합시다. 지옥의 문턱에서 릴리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방랑자가 무기를 등에 메며 앞장섰다. 도난과 로라스가 굳은 표정으로 그 뒤를 따르며, 성역의 운명을 건 세 사람의 절망적이고도 위대한 여정이 막을 올리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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